그녀의 가슴 속 실리콘,안전할까

유방 확대수술에 사용되는 실리콘 보형물(補形物)의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쪽에선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실리콘 보형물이 쓰이고 있으며 실리콘의 부작용을 입증하는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쪽에선 “실리콘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자료 역시 없으며, 무엇보다 국내에서 사용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고 강조한다. 의사들이 이처럼 두 편으로 나뉘어 있으니 중간에 있는 환자들만 헷갈린다. 환자로선 당연히 감촉이 좋은 실리콘 보형물을 선호하지만 한편으론 마음에 찜찜함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정말 실리콘 보형물은 부작용이 없을까? 우리나라에서만 못 쓰게 하는 이유는 뭘까?

현재 전세계적으로 유방 성형에 사용되는 보형물은 실리콘 재질이 포함된 코히시브젤(Cohesive Gel), 더블루멘(Double-Lumen), 그리고 실리콘을 대체해 나온 생리식염수백이 있다. 그러나 생리식염수백도 식염수를 싸고 있는 외피의 재질은 실리콘이다.

실리콘 보형물이 문제가 된 것은 1992년 액상 실리콘으로 인해 관절염, 피부괴사 등 피해를 입었다는 집단소송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제조사인 다우코닝사는 전세계 피해여성들에게 32억달러(약 3조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실리콘 보형물의 사용을 금지했다.

코히시브젤이나 더블루멘 등 요즘 나온 실리콘 보형물들은 그러나 액상 실리콘과 달리 외피가 터져도 실리콘이 몸 속으로 스며들지 않는다. 구조적 안정성이 뛰어난 폴리머(重合體·중합체)인 코히시브젤은 메밀묵처럼 칼로 잘라도 내부 구성물이 흘러나오지 않는 일종의 실리콘 덩어리다.

더블루멘은 코히시브젤 안에 식염수백이 들어있는 이중구조다. 안쪽의 식염수백은 관을 통해 바깥으로 나오는 포트와 연결돼 있어 가슴의 크기와 모양, 촉감 등을 성형수술 뒤 환자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말까지 국내 대학병원 등에서도 유방암 환자의 유방절제 수술 뒤 유방 재건(再建) 목적으로 사용했다.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유대현 교수는 “실리콘 유해성 논쟁의 핵심은 외피가 터져 내용물이 몸 속으로 스며드는지 여부”라며 “코히시브젤이나 더블루멘 등은 몸 속으로 스며들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FDA 자문위원회 역시 실리콘 보형물의 승인을 권고했다. 자문위는 “새로 개발된 실리콘 젤이 시술 3년 안에 파손될 확률이 1.4%며 인체 내에서 1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문위의 권고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거의 대부분 FDA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것이 지금까지의 통례였다. 하지만 FDA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실리콘 사용이 금지된 나라는 한국, 미국, 대만 3개국 뿐. 유럽연합과 일본 등 코히시브젤 사용이 허용된 나라에선 실리콘이 식염수백을 밀어내고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이택종 교수는 “실리콘 보형물의 촉감이 식염수백보다 훨씬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의 많은 성형외과에선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실리콘젤 보형물을 사용해 왔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실리콘젤 보형물은 물론이고 더블루멘까지 모두 수거했다. 레알성형외과 강장석 원장은 “식약청의 단속 이후 실리콘젤이 승인을 받을 때까지 수술을 미루는 여성이 많아졌다”며 “피하지방이 적은 동양계 여성들에게는 식염수백이 결혼생활에도 지장을 줄 정도로 감촉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 유방성형연구회 윤은성 총무(BK성형외과 원장)는 “물론 일부 환자에겐 실리콘 보형물을 쓰는 것이 더 나은 경우가 있지만 의료행위에 있어서는 환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법으로 금지한 제품을 사용하다 후유증 등이 생길 경우 보상을 받기 힘들다는 점에서 환자들도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