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게임 중 사망,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05.12.13 09:52

게임 관련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2월 8일에는 PC방에서 20일 동안 컵라면만 먹으며 인터넷 게임에 몰두하던 38세 남성이 게임을 하다 사망했다. 11월 20일에는 9시간 동안 집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던 고교생이 사망했다. 지난 6월 14일에는 게임 중독에 빠진 부부가 4개월 된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PC방에서 5시간 가량 게임을 하는 사이 혼자 있던 아이가 이불에 질식해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외국에서 극히 드문 게임 관련 사망사고가 특히 우리나라에서 잦은 이유를 전문가들은 PC방이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찾고 있다. PC 방이란 밀폐된 공간서 게임 중 담배를 많이 피우게 되면서 탁한 공기와 어두운 조명 등이 급사와 돌연사의 개연성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송형곤 교수는 “장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은 상태에서는 극도의 피로와 긴장감, 과로 상태를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게임의 승패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육체 노동 못지 않은 에너지를 소모한 상태에서 빨갛고 파란 모니터의 자극적 화면이 대뇌피질을 자극해 돌연사와 급사 등을 일으키게 되는 것 같다”고 사망 원인을 설명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은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도 게임 관련 사망 원인 중의 하나”라고 얘기한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란 좁은 비행기 안에서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을 때 생기는 현상으로, 혈액순환이 잘 안돼 다리에서 피딱지(혈전)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혈관을 타고 돌다 폐 혈관 등을 막는 현상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조사 결과 게임 중 사망도 폐혈전색전증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 소장은 “과거 80년대의 게임은 프로그램된 규칙을 알면 이길 수 있는 게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의 네트워크 게임은 전세계 랭킹이 순식간에 매겨지기 때문에 끝을 모르는 과당경쟁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게임으로 인한 사망은 극단적인 경우지만 그 밖에도 손목질환, 어깨 결림, 요통 등과 같은 근·골격계상의 손상이 비교적 빈번하게 일어난다. 아이들의 경우 폭력성이 더욱 심해진다는 점도 문제다. 이렇게 발현된 폭력성은 온라인 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즉 현실로 되돌려지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송 교수는 “특히 청소년의 경우 잠을 자지 않고 장기간 게임에 몰두하는 일은 사회성 결핍은 물론,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에서 제안하는 게임중독 예방 요령들이다.

1. 게임은 하루 1시간 30분 이내로 : 건강을 고려한다면 일반 게임은 1시간 이내, 온라인 게임은 1시간 30분 이내가 적당하다. 게임 관련 분야로 진로를 정한 청소년이라면 매 1시간마다 10분씩 휴식을 취하며 게임을 계속한다.

2. 식사는 제때에: 불규칙한 식사는 건강과 심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식사는 제때에 거르지 않고 하며, 컴퓨터 앞이 아닌 식탁에서 하도록 한다. 단, 인스턴트 식품은 자제한다.

3. 잠은 자정 이전에: 밤늦게 게임을 하면 정신이 맑아져 새벽까지 게임을 하게 된다. 자정 이전에 잠자리에 들어 생활리듬을 지킨다.

4. 낮 시간에 30분 이상 햇볕을: 햇빛은 신체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고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 낮에 30분 이상 햇빛을 즐긴다.

5.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을: 게임속의 인간관계는 현실적인 인간관계를 어렵게 한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 인간적인 유대를 강화한다.

6. 일주일에2회 이상 운동을: 농구, 등산과 같은 육체적 운동 등 현실적인 취미에 흥미를 가져본다. 컴퓨터로 인한 자세 불균형도 예방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이 어려울 경우 줄넘기와 같은 짧은 시간에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한다.


(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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