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이 차별받는 B형간염자들

입력 2004.02.17 12:54










▲ 김철중 의학 전문기자
B형간염에 대해 대표적인 오해는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와의 일상적인 신체 접촉에 의해서도 간염이 전염될 수 있다는 잘못된 상식이다. 이 때문에 많은 B형간염 보균자들이 아직도 사회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

B형간염은 수혈 등 혈액을 통해서만 전염되며, 단지 드물게 면도기·칫솔·성생활 등을 같이할 경우 상처 등의 혈액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염될 뿐이다.

현행 징병신체검사규정에 B형간염 보균자는 현역 판정을 받아 군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이, 일상생활을 통해 B형간염이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고용차별 실태 조사(2002년) 등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취업 제한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41개 대기업을 조사한 결과, 9개 기업에서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간염 바이러스 보유를 사유로 채용이 탈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례이긴 하지만 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라는 이유로 결혼 성사 단계에서 파혼을 맞는 경우도 있다. 배우자가 간염 백신을 맞아 바이러스 항체를 갖고 있다면, 결혼생활로 B형간염이 전염될 우려는 없다. 또한 일부 대학의 기숙사는 B형간염 보균자의 입소 자체를 제한하며, 사관학교는 입학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은 과거 B형간염 예방 캠페인 과정에서 B형간염이 마치 A형간염처럼 음식물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진 탓도 크다.

이들에게 우선 절박한 것은 법적 근거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취업 제한을 철폐하는 일이다. 현재 신입사원 채용시나 매년 이뤄지는 신체검사 기록을 회사에 제출하는 것이 관례이나, 이를 폐지해야 한다.

해당 의료기관이 검사 기록을 토대로 사원의 직무수행능력 여부만 알려주면 그만인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 같은 제도를 운영, 검사 기록상에 오해 소지가 있는 사람을 보호하고 개인의 사생활도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 의학전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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