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규제완화’ 득인가 실인가

의료기기 업계 “고용창출 및 해외시장 진출 발판 될 것”시민사회 “피해는 환자 몫 … 의료 영리화로 이어질 수 있어”

언론사

입력 : 2019.01.21 09:02

2018년 12월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 신의료기술평가 규제완화를 두고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18년 12월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 신의료기술평가 규제완화를 두고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기자] 국회가 오는 2월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의료기기 규제 완화 문제를 심의 하기로 하면서 업계와 시민사회간 찬반논란이 팽팽하다.

의료기기 업계는 새로운 의료기기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시민사회 측은 의료기기 규제완화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으며, 의료 영리화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의료기기 규제완화, 경제성장 동력될 것”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전 세계적으로 의료기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의료기기의 개발은 의료뿐 아니라 관련 산업까지 동반성장할 수 있다”며 “현재 논의 중인 의료기기 관련 법안들이 올해 빨리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조사결과를 보면 2017년 기준 국내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6조1978억원으로 전년대비 5.5% 성장했다. 의료기기 시장은 시간이 갈수록 성장률도 높았다. 최근 5년간 연평균 7.6%, 최근 3년간 연평균 8.5% 성장했다.

수출시장도 활발하다.

국내 의료기기 교역동향을 보면 2017년 수출액은 전년대비 8.4% 증가한 31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인도네시아·러시아 수출이 각각 전년대비 41.8%, 30.2%로 늘어났으며, 국산 의료기기의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의료기기 신흥시장에서 수출이 성장세를 보였다.

따라서 규제완화가 이뤄진다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진입이 기존보다 빨라져 우위를 선점할 수 있으며, 나아가 수출증대로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여기에 의료기기 시장이 커지면 고용창출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기가 시장에 나오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허가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급여 여부 평가까지 최대 400일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 기간 동안 의료기기가 시장에서 사용되지 못하다보니 업체 입장에서는 손해가 크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의료기기를 연구하자는 목표의식도 약해진다”고 하소연했다.

때문에 규제완화로 평가방식이 개선돼 지금보다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되면 자금문제 등이 해결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동력과 동기가 될 것이라고 업계는 설명한다. 이렇게 되면 신기술이 탑재된 의료기기가 시장에 나와 환자들이 보다 나은 기술을 가진 의료기기를 선택할 수 있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의료기기의 규제완화에 대한 업계와 시민단체간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의료기기의 규제완화에 대한 업계와 시민단체간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 “의료기기 규제완화, 의료영리화 및 건강보험 파괴 정책”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의료기기 산업육성을 이유로 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결국 피해는 환자의 몫”이라며 “의료기기의 규제완화가 이뤄져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의료기기 규제 완화가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 평가에 대해서도 “신의료기술평가는 식약처 허가로 대체될 수 없는 중요한 영역”이라며 “이 과정이 없어지거나 평가기간이 축소되는 등 완화된다면 의료기기를 이용한 의료행위의 안전성과 효과성,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할 수 없어 결국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검증되지 않은 체외진단기기 등 의료기기가 시장에 도입돼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전진한 정책국장에 따르면 앞서 2018년 12월5일 개최된 ‘혁신의료기술 규제혁신 심포지엄’에서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선진입 후평가로 도입된 의료기기가 결국 효과 없는것으로 드러나도 환자에게 보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 국장은 “결국 4~5개월의 안정성·유효성을 평가하는 기간을 없애는 것이 국민의 안전을 생각해서 내놓은 정책일리 없다”며 “(규제완화법안이 통과된다면) 평가절차에서 탈락해온 부실한 의료기기를 어떻게든 시장에 진입시키겠다는 업체들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현재 의료기기 규제완화가 결국 의료 영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진한 정책국장은 “대표적인 의료 민영화 정책인 원격의료와 민영 건강관리 상품 창출은 주로 웨어러블 진단기기, 원격 모니터링 진단 기기 등 체외진단기기를 매개로 한다”며 “최근 복지부가 확대하려는 DTC(소비자 의뢰 유전자검사)도 체외진단기기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와 국민들에게 안전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비용만 비싸 의료비 증가를 부추기는 방식의 의료 민영화라는 점이 이 정책들의 공통점”이라며 “이는 안전과 효과의 근거가 없거나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한 진단기기가 도입 과정에서 차단되지 않고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진한 정책국장은 “의료기기 규제완화는 의료영리화 정책이자 건강보험 파괴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한편, 현재 국회에는 의료기기산업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안 등 의료기기 규제를 완화하는 6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들은 2018년 12월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심의했지만 각계의 찬반 논쟁이 가열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헬스코리아뉴스 박정식 기자 admin@hk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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