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로 정신과 치료장벽 허물다

자폐증 환아 훈련부터 PTSD 치료까지
각종 정신질환 치료 분야서 적극 활용

언론사

입력 : 2017.06.12 09:21

 
출처:mo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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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치료에 있어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조짐이다.

가상현실을 활용한 치료 효능이 최근까지도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된 것이 한몫했다. 지난 5월 22~24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된 미국정신의학회 연례회의(APA 2017)에서 공개된 가상현실을 적용한 자폐증 치료결과도 그중 하나다.

브레인 신경기술학을 연구하는 브레인파워(brain power)를 이끌고 있는 Arshya Vahabzadeh 박사(하버드의대 정신의학과)는 APA에서 구글과 협업해 개발한 가상현실 앱을 통해 6~17세 자폐증 환아들이 타인의 감정을 읽는 훈련 결과를 소개했다. 

결과에 따르면 가상현실 앱으로 훈련받은 자폐증 환아가 그렇지 않은 이보다 타인의 얼굴을 더 자주 쳐다보고 눈을 마주치는 법을 빠르게 습득했다.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람 얼굴에 표현되는 감정을 파악한 후 자폐증 환아들에게 표현되는 감정을 알려주는 원리다. 

Vahabzadeh 박사는 "자폐증 환아들은 타인의 감정을 읽는 데 어려움이 많아 가상현실 치료 목표를 여기에 맞췄다"면서 "환아가 자신의 엄마 또는 친구가 슬픈지 기쁜지를 파악한 후 이를 환아에게 제공해주고, 더 나아가 스스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학습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가상현실에 특화된 질환, 따로 있다?

이처럼 가상현실은 어떤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을 컴퓨터로 만들어 사용하는 사람이 마치 실제 환경처럼 상호작용을 하게 하는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즉 컴퓨터를 이용해 시공간(가상의 환경)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상현실을 정신질환 치료에 응용한 것은 1990년대 고소공포증 환자에 대한 노출 치료에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중독(알코올, 니코틴, 도박), 섭식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치료, 조현병이나 자폐증 환자의 사회적 능력 지원 등을 위해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특히 PTSD는 가상현실이 가장 활발히 활용되는 분야다. 주로 세계적인 사건들을 대상으로 행해졌는데, 베트남 전쟁, 911 세계무역센터 테러, 이라크 전쟁 등과 관련된 PTSD 연구가 대부분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산하 창의적 기술연구소(University of California for Creative Technologies)가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의 PTSD 치료를 위해 가상현실 애플리케이션인 '버추얼이라크'를 제작해 60여 개의 병원에 적용한 사례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버추얼이라크를 이용해 PTSD 치료를 받은 20여 명의 치료결과는 긍정적이었다. 20명 모두 PTSD 증상이 상당히 호전됐고, 그중 16명은 치료 직후 증상이 더는 악화되지 않았다. 치료가 끝난 3개월 후에도 효과는 지속됐다는 게 연구팀 부연이다. 

버추얼이라크는 PTSD 증상을 보이는 군인들을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가상상황에 조금씩 천천히 노출시킨 후, 현실 세계에서 마주치는 어떠한 불안한 사건들에 대해 더욱 잘 직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치료에 적용됐다. 

고소공포증부터 운전공포증까지…VR 치료의 진화 

가상현실을 활용한 치료는 거미, 바퀴벌레 등 특정 생물체에 대한 공포증은 물론, 대인공포증 등 각종 공포증 치료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15년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삼성전자가 협업을 거쳐 사회적 캠페인 '론칭피플 2.0'의 일환으로 '비 피어리스(Be fearless)' 프로그램을 고소공포증 치료에 도입해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낸 바 있다. 

2주 동안 실험을 지속한 결과, 고소공포증 환자의 87.5%에서 심박수 등을 기준으로 공포감이 약 23% 줄었고, 대중연설 공포증 환자 역시 불안감이 18% 가까이 감소했다. 

국외의 경우 국내보다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공포증 치료 상용화가 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가상현실 치료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버추얼 리얼리티 메디컬 센터(Virtual Reality Medical Center)는 1997년부터 고소공포증, 사회공포증, 운전공포증 등 다분야의 공포증을 가상현실을 이용해 치료하고 있다. 

이 밖에 미국 에모리대학의 비행공포증 치료 성공사례와 미국 워싱턴대학 Albert Carlin 박사팀의 거미 공포증 치료결과도 있다. 특히 20여 년간 거미 공포증을 앓던 Carlin 박사가 가상현실을 활용한 치료를 받은 이후,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캠핑, 사냥, 하이킹을 할 수 있게 됐다는 후문은 유명한 일화로 알려졌다. 

에모리대학 연구진 역시 비행공포증 환자 45명을 대상으로 가상현실 치료를 진행한 결과 환자의 93% 이상이 치료를 시행한 지 6개월 후 비행기를 타는 데 성공했다(J Consult Clin Psychol 2000;68: 1020-1026.42).

"부작용 점검 위한 안전성 연구 이뤄져야"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가상현실을 이용한 치료 역시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철저한 의학적 검토와 검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유용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2016년 기술영향평가 결과보고서를 통해 "자칫 검증되지 않은 치료 콘텐츠가 난립하면 환자를 오히려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면서 "가상현실 치료기기 등을 개발할 때는 모든 과정에서 의료 전문가와 협업해 안전성과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가상·증강현실이 만드는 미래 2016년 기술영향평가 결과보고). 


메디칼업저버 박미라 기자 mrpark@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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