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방은 왜 추울까?

의사에게 배우는 인체생리학

해운대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박억숭 센터장

호흡 생리

한 번이라도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본 사람이라면 ‘수술방은 춥다’고 느낄 것이다.
수술을 앞둔 두려움도 원인이겠지만 실제 수술방은 기온을 낮게 유지한다. 포근하고 따뜻하면 좋을 텐데 왜 수술방 온도를 낮게 유지할까? 높은 온도를 좋아하는 세균을 막기 위해, 의료진의 편의(땀)를 위해 차갑게 유지하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욱 ‘생리학적으로 중요한 이유’가 한 가지 있다.

1. 산소 운반과 헤모글로빈
혈액 내 산소(O2)는 ‘혈장에 직접 용해’와 ‘적혈구와 결합’이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조직과 세포로 운반된다. 산소는 거의 모두 적혈구를 구성하는 단백질인 헤모글로빈(Hb)과 결합(98%)하여 운반되며 혈장에 녹아서 운반되는 산소는 약 2%에 불과하다. 
헤모글로빈은 철(Fe)을 품고 있는 헴(heme) 그리고 단백질 사슬의 일종인 글로빈(globin)으로 구성되어 있다. 형태는 4개의 글로빈 단백질 사슬이 각각 하나씩의 헴(heme)을 둘러싸고 있는 모양이다. 각 헴의 중심에 있는 철(Fe) 원자는 1개의 산소와 결합할 수 있으므로, 헤모글로빈 한 분자는 4개의 산소와 결합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2. 산소분압과 산소해리곡선
운반되는 산소의 양은 적혈구 주위의 ‘혈장 내 산소분압(PO2)’과 ‘적혈구 내의 헤모글로빈 수’에 의해 결정된다. ‘혈장 내 산소분압(PO2)’은 바로 ‘산소농도’를 의미한다. 헤모글로빈 수는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결국, 운반되는 산소의 양은 혈액 내의 산소농도에 의해 주로 영향을 받는다. 산소와 결합한 헤모글로빈은 산화헤모글로빈(oxyhemoglobin, HbO2)이라 한다. 헤모글로빈 결합반응인 Hb + O2 ↔ HbO2 은 ‘질량 작용법칙’을 따르므로 산소농도가 증가하면 더 많은 산화헤모글로빈이 만들어져서 산소의 운반량이 많아진다. 그러나 실제 인체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산소분압(PO2)과 헤모글로빈의 산소포화도(%, 얼마나 많은 산소가 헤모글로빈에 결합하는지) 사이의 물리적인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이 바로 ‘산소해리곡선(oxygen dissociation curve)’이다. 이 곡선은 완만한 ‘S자 모양’으로 산소분압이 높은 곳에서는 더 이상 산소분압이 높아져도 헤모글로빈과 산소의 결합이 증가하지 않는다(기울기가 완만하다). 하지만, 산소분압이 낮은 곳에는 약간의 산소분압 변화에도 헤모글로빈과 산소의 결합은 크게 변하는(기울기가 가파르다) 특징이 있다.

3. 산소해리곡선에 영향을 주는 환경
혈장 pH(산-염기)가 낮아지거나, 체온이 올라가는 등의 생리적 변화들은 모두 산소해리곡선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이런 변화들은 헤모글로빈의 단백질 구조를 변화시켜 산소와 쉽게 결합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를 트럭이라 생각했을 때, 짐을 실어야 하는 짐칸의 모양이 틀어져서 짐을 실을 수 없는 상황과 같다.

체온이 상승하면 헤모글로빈 산소포화도는 감소돼 산소해리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감염이나 염증처럼 대사가 활발한 상태에서는 산소가 좀 더 쉽게 헤모글로빈에서 떨어져 나온다. 임상적으로 ‘체온이 올라가게 되면 조직은 산소가 많이 필요하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폐렴으로 열(fever)이 있는 환자의 경우 호흡수와 심박동수의 증가를 흔히 볼 수 있다. 열이 나면 산소요구량이 많아진다. 적혈구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산소요구량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호흡수와 심박동수(한 번 더 숨 쉬고, 한 번 더 뛰는)가 증가하는 것이다. 마치 100m 달리기를 끝낸 사람처럼.

반대로 저체온이라면 어떨까? 의료진에 의해 실시간으로 활력 징후들을 조절할 수 있는 수술방이라면 짧은 시간 동안의 낮은 체온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저체온은 수술받는 동안 조직의 ‘산소요구량을 떨어뜨리고 조직을 안정’시켜 환자에게 유리하다. 예를 들어, 심장 수술(개흉술)은 체외심폐순환기(cardiopulmonary bypass; CPB)를 심장과 주요 혈관에 연결하고 심장을 정지시킨 후 수술을 진행한다. 심장을 정지하고 CPB를 가동하는 경우 환자의 심장과 뇌를 보호하기 위해 체온을 약 25도~30도까지 낮춘다. 어떤 경우는 20도 미만의 극저체온요법이 보조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의사에게 배우는 인체생리학

인체생리학을 기반으로 인간에게 각종 질환이 왜 생기는지에 대한 기전을 알기 쉽게 정리합니다.

해운대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장
동원과학기술대학교 간호학과 겸임교수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폐,식도 전임의
고신대학교 흉부외과 의학박사
부산부민병원 응급의학과장
테트라시그넘 이사

2014 "Samuel Dung Detective" ,좋은땅
2018 "해부학", 수문사
2019 "생리학", 수문사
2019 "병리학", 수문사
2020 "약리학" 수문사

2005 "친절한 의사상" 곽병원
2011 "이영균 학술상" 제14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2018, 2019 "최우수 강의상" 동원과학기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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