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먹는 약은 왜 맛이 없을까?

헬스조선 약사칼럼

숭인약국/권세원 약사

“권약사, 이건 안 가져가면 안 될까?”, “윽, 또 이거야. 이거 못 먹겠는데.”
매일 약국에서 반복되는 일상 중에 하나가 짜먹는 약에 대한 불만이다. 약 복용이 즐거운 일이 될 수는 없겠지만 도대체 맛이 어떻길래 그런 것인지, 왜 불만인지 알아보자.

짜먹는 처방약은 보통 위장약, 설사약, 감기약이다.
먼저 위장약에 대해 알아본다. 알마겔, 겔포스 같은 위장약은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으로 위산을 중화하는데, 그 때문에 금속 맛이 느껴진다. 분자구조 상 수산화기를 포함한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알칼리 맛이 나는데 오줌맛으로 표현되는 비린맛, 쓴맛 정도가 느껴진다. 또한 겔 형태로 찐득하기 때문에 목넘김이 불쾌하다는 말도 있다.

금속 맛은 정상인이 입안에 질병이 있을 때 잘 느껴지고, 알칼리 맛은 독성 식물에서 흔히 나타나기 때문에 인체가 싫어하는 맛이다. 하지만 위장약은 우리에게 해로운 게 아니니까 좋게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겔 형태로 찐득한 이유는 손상된 식도와 위 벽을 코팅해서 보호막을 만들기 위함으로, 찐득해야 효과가 더 좋다는 생각으로 복용하면 된다. 정 불편하면 물로 반 정도 희석해서 먹어도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약사에서도 현탁액이라는 공법으로 약물을 감싸서 맛을 숨기고 페퍼민트 같은 민트향으로 청량감을 추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다음은 설사약. 스멕타, 포타겔, 슈멕톤 현탁액은 디옥타헤드랄 스멕타이트 성분으로, 설사의 원인이 되는 독성물질을 흡착하는 약효가 있다. 점토(진흙)맛이 느껴질 수 있는데, 제약사에서는 멜론향이나 딸기향을 첨가하여 복용하기 좋게 만들고 카라멜을 함유하기도 한다. 약간 달달하기도 하기 때문에 약국에서 환자들의 불만이 그리 크지 않은 편에 속한다.

감기약 중에서 시네츄라 시럽 같은 약은 아이비엽을 포함하는 기관지 가래약인데, 연갈색의 끈적한 액체로 꿀맛이 난다. 그러나 약간의 시간차로 황련 성분 때문에 쓴 맛이 뒤따라 온다. 생약 추출물이기 때문에 한약을 좋아하는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코푸, 코대원포르테 시럽 등은 기침, 가래, 알레르기, 가래를 묽게 만드는 4가지 성분이 혼합된 약이다. 아주 맛있다는 사람과 정말 못 먹겠다는 사람으로 반응이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처음에는 ‘이게 뭐야’ 하고 깜짝 놀랐다가 몇 번 먹은 뒤 적응을 하고 오히려 좋아하는 경우도 생긴다. 맛은 달달하며 쓰고, 시고, 체리맛이 난다는 등의 다양한 표현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시럽 맛이다.

제약사에서는 짜 먹는 약을 왜 좀 더 맛있게 만들지 못할까? 그와 관련된 과학적 원리를 한 가지 소개한다. 이 약은 무설탕 시럽인데, 당뇨 환자를 위한 것이다. 당뇨 환자가 당이 포함된 감기 시럽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 좋지 않기 때문에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을 감안해서 만들었다. 또한 복용하기 편하게 스틱 포장으로 만들어주는 센스까지 발휘하였다. 맛을 조금 양보하고 안전성을 높였으니 이해하고 복용하시는 것은 어떨까 한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헬스조선 약사칼럼

권세원 약사 프로필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