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먹고 엉덩이가 간질간질

사례로 본 항문이야기

한솔병원/이동근 원장

 

커피 먹고 엉덩이가 간질간질

자존심 강한 골드미스 Y씨는 종종 엉덩이에 손을 대고 긁적거리는 버릇이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무심결에 엉덩이를 긁고 나면 무척 민망하고 자존심이 상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병명은 항문소양증. 항문소양증은 대장염, 치질, 피부염 등의 질환 때문에 생기는 속발성 소양증과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소양증이 있다.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는 병을 고치면 자연스럽게 가려움증도 없어진다. 하지만 특발성 소양증은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물질이나 음식을 피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Y씨를 괴롭힌 가려움증의 원인은 커피와 지나친 청결습관이었다. Y씨는 하루 평균 7잔의 커피를 마실 정도로 커피광이었다. 커피 속의 카페인 성분은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항문 주변 피부를 예민하게 만들 수 있다. 커피 외에도 홍차, 콜라, 초콜릿, 우유, 맥주, 포도주, 오렌지주스, 비타민C 등도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Y씨는 청결관리를 철저히 하는 편이었다. 가려움증을 줄이려고 매일 2번 이상 항문을 비누로 씻고 대소변을 볼 때마다 비데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런 습관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항문소양증의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서는 청결이 가장 중요하지만 지나친 청결은 오히려 좋지 않다. 항문을 비누로 씻거나 비데를 자주 사용하면 항문을 보호하는 기름막이 벗겨진다. 기름막이 손상되면 세균이나 곰팡이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돼 가려움증이 생긴다. 따라서 하루 한두 번만 배변 후 물로 씻고 마른 수건으로 닦아주는 정도가 좋다.

가려움증이 심하면 1차적으로 연고를 이용한 약물치료를 한다. 증상이 있는 경우에만 연고를 사용하고 증상이 좋아지면 중단한다. 1개월 이상 약물치료를 받아도 호전되지 않으면 알코올 주사요법이나 피부박리술을 통해 항문 주변 신경을 차단하는 방법을 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항문가려움증은 수술을 받기 전에 식이조절과 생활습관 개선 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따라서 무엇보다 유발 요인을 정확히 알고 개선하고자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필자를 찾아왔던 Y씨는 커피 섭취와 비데 사용을 중단하고 3개월간 약물치료를 받아서 증상이 많이 좋아졌다. 지난 번에 진료실에 왔을 때는 “한번씩 커피 생각이 간절해지는 ‘부작용(?)’이 있지만 이제는 엉덩이에 손 댈 일이 없어서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솔병원 / 이동근 원장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례로 본 항문이야기

부끄럽다는 이유로 쉬쉬하는 치질과 변비. 환자 사례로 알아본다.

- 현 한솔병원 원장
- 의학박사,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역임
-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미국 사우스베일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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