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이 미칠 듯 가려워요”

사례로 본 항문이야기

한솔병원/이동근 원장

“항문이 미칠 듯 가려워요”

대장항문외과 환자 중에 가장 걸음이 무거운 이는 바로 젊은 여성들이다. 심지어 의사인 나에게 증상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쑥스러워 할 정도. 언젠가 찾아온 20대 초반의 한 여성도 그러했다. 그녀는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증상을 말씀해 주셔야 진찰을 하죠.”

그제서야 그녀는 얼굴이 빨개지며 “열흘 전부터 항문 주위가 가려워 찾아왔다”고 대답했다. 기생충 때문일 것 같아 구충약도 먹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항문가려움증에 대한 글을 읽고 병원을 찾게 되었다고 했다. 사실 항문이나 항문 주위 피부가 가려우면 정말 참기 힘들다. 다른 부위보다 가려움증이 훨씬 심해, 피가 날 정도로 긁어야 시원할 만큼 ‘발작적으로’ 가렵다. 항문 주위는 신경이 풍부하게 분포되어 있어 조그만 자극에도 민감하기 때문이다. 항문가려움증, 즉 항문소양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관련 질환이 있어서 가려운 속발성 소양증과 아무 원인 없이 가려운 특발성 소양증이 그것이다.

먼저 속발성인 경우 항문이나 직장, 대장질환이 있거나 황달, 당뇨, 갑상선 기능이상, 기생충 감염 등의 질환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결핵약이나 아스피린, 고혈압약 등의 약물 때문에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치핵이나 치루, 치열, 탈항, 직장탈, 암이나 용종, 대장염, 설사 등 대장항문 질환이 있으면 항문 주위 피부에 점액이나 분비물, 습기 등이 많아져 가려울 수 있다. 사타구니에 습진 등이 있을 때 가려운 것과 비슷한 이치다. 반면 항문소양증의 50% 정도는 뚜렷한 원인 질환을 찾을 수 없는 특발성 소양증이다. 대변이 항문 주위 피부에 묻으면 대변 속의 세균과 독소, 효소, 단백질 대사물이 자극을 주어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스트레스로 불안하고 초조하거나 긴장할 때도 가려울 수 있다.

음식물에 들어 있는 알레르기 항원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려움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커피, 홍차, 콜라, 우유, 맥주, 포도주, 비타민C가 있는데, 실제로 커피나 홍차를 끊고 나서 증상이 좋아진 경우도 많다. 항문소양증의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서는 청결이 가장 중요하다. 배변 후 깨끗한 물로 씻고 마른 수건으로 닦아서 습기를 없애준다.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말고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이나 땀 흡수,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속옷은 입지 않는 것이 좋다.

연고는 증상이 있는 경우에만 사용하고 증상이 좋아지면 즉시 중단해야 한다. 연고나 항문 청결 관리로도 개선되지 않으면 알코올 주사요법이나 피부를 얇게 벗겨내는 박리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알코올 주사요법은 감각신경을 파괴시켜 마취효과를 얻는 데 목적이 있다. 항문으로부터 7~10cm 떨어진 4군데에 40% 알코올 7~10cc를 균등하게 피하 주사하며, 2분 정도 후 감각이 돌아오므로 치료 효과를 바로 알 수 있다. 단, 피부나 근육 내에 주사해서는 안되므로 반드시 대장항문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며 2일 정도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피부박리술은 항문에서 5cm 떨어진 좌우 양측 피부를 절개한 후 항문 주위 피부와 점막을 완전히 벗겨내는 것으로, 항문소양증이 아주 심한 경우에만 실시한다.

한편 필자를 찾아왔던 그 젊은 여성은 생활습관과 음식 조절만으로 간단히 완치되었다.

한솔병원 / 이동근 원장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례로 본 항문이야기

부끄럽다는 이유로 쉬쉬하는 치질과 변비. 환자 사례로 알아본다.

- 현 한솔병원 원장
- 의학박사,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역임
-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미국 사우스베일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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