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에 대한 이해

ALS 줄기세포치료, 효과 여부보다 ‘누구에게 듣는가’를 물어야 한다

로뎀요양병원유재국 병원장
입력
2026-07-20

-반복 치료 후 장기간 기능을 유지하는 환자와 거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환자
-첨단재생의료는 확신보다 객관적인 관찰과 환자 선택에서 출발해야 한다


<로뎀요양병원 유재국 병원장>

근위축성측삭경화증, 즉 ALS는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근력뿐 아니라 말하기, 삼키기, 호흡 기능까지 저하하는 진행성 신경퇴행질환이다. 릴루졸과 에다라본 등 질병 진행을 늦추는 치료가 사용되고 있지만, 이미 손상된 운동신경계를 복원하는 치료는 아직 없다. 이 때문에 골수·지방·양막이나 제대 조직에서 얻은 중간엽기질세포와 NK세포를 비롯한 면역세포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5년 2월 21일부터 첨단재생의료 치료제도가 시행되면서 중대·희귀·난치질환 환자에게 재생의료기술을 치료 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경로가 마련됐다. 그러나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모든 세포치료를 곧바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질환과 세포 종류, 제조방법, 투여경로, 안전성·유효성 근거가 포함된 치료계획을 심의받아야 하며, 승인 후에도 이상반응 모니터링과 결과 보고가 뒤따른다. 현행 첨단재생바이오법도 2026년 5월 12일 시행 법률을 기준으로 안전관리와 치료·연구 체계를 규정하고 있다.

같은 치료를 받아도 반응은 놀라울 만큼 다르다
필자는 ALS 환자를 오랫동안 진료하면서 줄기세포치료에 대한 매우 상반된 반응을 경험해 왔다.

일부 환자는 약 2개월 간격으로 반복적인 줄기세포치료를 받은 뒤 매번 본인과 가족이 분명히 느낄 정도의 기능 변화를 보인다. 치료 후 보행이나 일상동작이 나아졌다고 이야기하고, 다음 치료 시기가 가까워지면 다시 기능이 떨어지는 듯하다가 재투여 후 회복되는 양상이 반복되는 환자도 있다.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진행속도보다 훨씬 천천히 악화되면서 약 10년 동안 보행을 유지하는 환자들도 실제 진료현장에서 만나게 된다.

그러나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환자와 가족이 어렵게 치료비를 마련해 줄기세포치료를 받았지만, 정작 치료 후 “몸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다”, “괜찮은 영양주사를 맞은 느낌 정도다”라고 이야기하는 등 치료 효과가 아쉬운 경우도 있다. 객관적인 근력이나 ALS 기능평가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처럼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치료자인 필자의 마음이 더 조여 온다. 치료받은 모든 환자에게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지만,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관찰한 일부 환자의 변화를 단순한 착각이나 플라세보라고 치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ALS 줄기세포 임상시험에서도 평균적인 치료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일부 환자군에서 기능저하 속도가 늦어지는 신호가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자가 골수유래 중간엽기질세포를 반복적으로 척수강 내 투여한 연구에서는 안전성과 약 6개월간의 잠재적 임상 이익이 보고됐지만, 장기 생존 차이는 명확하지 않았다. 다른 반복 투여 연구에서도 안전성과 탐색적 효과 가능성은 관찰됐으나 확정적 결론을 위해서는 더 큰 대조시험이 필요했다.

이러한 결과는 줄기세포치료가 모두 효과가 없다는 뜻도, 반대로 검증된 치료라는 뜻도 아니다. 현재까지는 ‘평균적으로는 제한된 효과지만, 특정한 생물학적 특성을 가진 환자에게는 의미 있는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가장 균형 잡힌 태도다.

세포의 종류뿐 아니라 환자의 몸 상태도 중요하다
같은 세포를 같은 용량으로 투여하더라도 결과가 달라지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ALS 자체가 하나의 단일한 질환이라기보다 유전적 배경, 발병 부위, 진행속도와 면역·대사 상태가 서로 다른 질환군에 가깝다. 여기에 세포를 채취한 환자의 연령과 전신 상태, 배양 횟수, 세포 생존율, 분비하는 성장인자와 면역조절물질의 차이까지 더해진다. MSC는 세포원과 공여자, 배양 및 제조공정에 따라 증식력과 면역조절 능력, 분비체가 달라져 임상 결과의 편차를 유발할 수 있다.

필자의 임상 경험에서는 줄기세포를 투여하기 전에 환자의 면역기능과 산화스트레스, 영양·대사 상태를 함께 살펴본 환자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반응이 나타났다. 특히 NK세포 활성이 현저히 낮은 환자의 면역상태를 생리적인 범위로 보정하고, 활성산소와 산화스트레스 지표를 낮추며, 객관적으로 확인된 중금속 과다 노출의 원인을 제거하거나 적절히 교정한 뒤 줄기세포를 투여했을 때 치료 후 반응이 더 뚜렷하다는 임상적 인상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이 관찰은 아직 대조군을 둔 전향적 연구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산화스트레스가 MSC의 생존과 증식, 면역조절 및 분비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물학적 근거는 있지만, ALS 환자의 산화스트레스를 낮추면 줄기세포의 임상효과가 증가한다는 사실까지 입증된 것은 아니다.

혈액과 소변에서 측정한 일부 금속 및 금속 혼합물의 농도가 ALS 발생 위험과 생존에 불리한 방향으로 연관됐다는 관찰연구도 보고됐다. 하지만 중금속 농도를 낮추는 치료가 ALS의 진행을 늦추거나 줄기세포 효과를 높인다는 임상시험 근거는 아직 없다. 따라서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해독이나 킬레이션을 시행할 것이 아니라, 노출력과 표준화된 검사로 실제 독성학적 이상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 원인 제거와 적절한 의학적 처치를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해독치료를 하면 줄기세포가 잘 듣는다’는 단순한 주장이 아니다. 줄기세포가 투여되는 환자의 체내 환경, 즉 숙주 미세환경을 가능한 한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세포가 가진 신경보호·면역조절 능력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임상 가설이다. 앞으로 반드시 체계적인 임상연구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

NK세포는 무조건 높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NK세포치료는 줄기세포치료가 아니라 면역세포치료다. ALS에서 NK세포의 수와 기능이 변화한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지만, NK세포 활성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세포독성을 무조건 높이는 접근은 위험할 수 있다.

ALS 동물모델에서는 NK세포가 뇌와 척수에 침투해 운동신경세포의 손상에 관여했으며, NK세포를 제거했을 때 운동기능 저하가 지연되고 생존이 연장된 결과가 보고됐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서도 ALS 진행 과정에서 NK세포의 유전자 발현과 기능적 표현형이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ALS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NK 활성 증가’가 아니라, 저하된 선천면역 감시기능을 정상 범위로 회복하면서도 운동신경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세포독성형 NK 반응은 억제하는 면역 균형의 회복이다. 향후에는 전체 NK 활성도뿐 아니라 CD56^bright 조절형과 CD56^dim·CD16 양성 세포독성형 NK의 비율, NKG2D, perforin, granzyme과 사이토카인 양상까지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어떤 줄기세포를 선택할 것인가
ALS에서 가장 많은 임상경험이 축적된 세포는 자가 골수유래 중간엽기질세포다. 골수 채취의 부담과 세포 증식력의 개인차가 있지만, 척수강 내 반복 투여 연구가 비교적 많이 진행됐다.

지방유래 세포는 적은 침습으로 많은 양의 세포를 얻을 수 있고 증식력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비만과 대사질환, 연령에 따라 세포 특성이 달라질 수 있고, 골수유래 세포보다 ALS에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없다.

양막·태반·제대·와튼젤리 유래 세포는 젊고 건강한 공여 조직에서 대량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항염증·면역조절과 성장인자 분비 가능성도 있지만, ALS에서는 아직 동물연구와 초기 임상연구 중심이므로 표준치료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

줄기세포를 선택할 때는 단순히 세포 수가 많다는 설명보다 세포의 생존율과 효력시험, 배양 횟수, 오염검사, 투여경로와 반복 간격을 확인해야 한다. 정맥투여는 간편하지만 많은 세포가 폐에 포획될 수 있고, 척수강 내 투여는 중추신경계에 보다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대신 감염·출혈·두통과 반복 천자의 부담이 있다.

세포치료보다 먼저 갖춰야 하는 치료
줄기세포치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주사를 무분별하게 추가해서는 안 된다. 릴루졸과 적절한 환자에서의 에다라본, 유전자검사와 유전형별 치료, 비침습적 환기, 기침유발기와 객담관리, 체중과 영양 유지, 연하·언어·호흡 및 운동재활을 우선해야 한다. 

세포치료 전에는 폐렴과 요로감염을 비롯한 감염, 탈수, 빈혈, 영양결핍, 혈전 위험, 간·신장기능과 호흡예비력을 교정해야 한다. 이는 줄기세포의 효과를 보장하기 위한 처치가 아니라, 치료 후의 일시적인 발열·염증반응이나 시술 부담을 환자가 안전하게 견디도록 만드는 기본 조건이다.

확신 대신 반응을 기록해야 한다
필자는 현재까지의 경험을 통해 줄기세포치료가 ALS에서 전혀 효과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일부 환자에게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기능적 변화와 예상보다 긴 기능 유지 기간은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 경험만으로 모든 환자에게 치료를 권하거나 동일한 효과를 약속할 수도 없다. 오랜 기간 보행한 환자가 줄기세포 덕분인지, 원래 진행이 느린 ALS 표현형이었는지, 표준적인 호흡·영양·재활 관리가 함께 작용했는지를 개인 사례만으로 분리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의 핵심은 치료 전후의 느낌만을 묻는 것이 아니다. ALSFRS-R의 변화속도, 근력과 보행, 연하·언어·호흡기능, 체중, 신경미세섬유와 염증·산화스트레스·면역 바이오마커를 반복 측정하고, 반응군과 비반응군이 무엇이 다른지를 찾아야 한다.

치료자가 가져야 할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환자에게 근거 없는 확신을 주어서도 안 되지만,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복해서 나타나는 임상적 신호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ALS 첨단재생의료가 찾아야 할 답은 ‘줄기세포가 효과가 있는가, 없는가’라는 이분법이 아니다. 어떤 세포가, 어떤 체내 환경과 질병 단계의 환자에게, 어떤 경로와 간격으로 투여됐을 때 의미 있는 반응을 만드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그 답을 얻기 위해서는 환자의 기대와 경제적 부담을 존중하면서, 확신보다 더 엄격한 관찰과 기록, 장기 추적이 필요하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본원에서 치료받고 계신 300명이 넘는 루게릭병(근위축측삭경화증)환자들과 다수의 신경계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 그리고 기타 희귀 내과계 질환, 독성질환을 가지고 계신 난치성 환자들의 진료과정을 통하여 루게릭병과 각종 희귀질환 치료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