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 대한 2일차 국정감사 역시 여당이 빠진 반쪽 국감으로 진행됐다.

이날 국감에서는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과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돼 오랜 기간 논란이 지속돼 온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문제 등 의료인 직역간 면허범위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또 전날 국감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건강보험 부과체계에 대한 위원들의 질타가 이날도 이어져 정부는 또한번 곤욕을 치렀다.

◇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논의 醫·韓 협의체 재개?

정부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논의하던 협의체의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지엽 복지부 장관은 “직역간 갈등을 일방적으로 설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며 “앞으로 의·한 협의체가 다시 구성되도록 각 단체장과 상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정춘숙 의원은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의 면허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19대 국회에서 각 직역의 전문성을 믿고 양 단체가 책임감 있게 결론을 도출하라고 했는데 1년이 되도록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 의원은 추무진 회장에게 치과의사에 보톡스와 프락셀을 허용한 대법원 판단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에 추무진 회장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여기서 왈가왈부할 순 없다”며 “다만 면허제도를 국가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기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복지부가 의료인간 면허범위 조정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전문가 식견을 믿었는데 이제는 직역간 면허범위에 대한 혼란이 오기 시작한다”며 “복지부가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진엽 장관은 “상황에 따라서 장기적인 식견을 가지고 각 직역간 긴밀한 협의를 하면서 진행해보겠다”고 말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최남섭 회장도 이날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때문에 이날 예고됐던 의료인 단체간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 국감 단골손님 ‘건강보험 부과체계’

전날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건강보험 부과체계 문제가 이날 역시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먼저, 건강보험 누적 흑자액 20조원을 의료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투입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은 “지난 5년간 건강보험누적적립금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현재 국민건강보험 누적 흑자액은 20조원을 넘었다”며 “이는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건강보험료를 너무 많이 걷고 짜게 지급해 가입자인 국민에게 정당하게 되돌아가야할 병원비를 금고에 쌓아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천 의원은 “‘포괄적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적용함으로써 의료비 때문에 국민들이 가계파탄에 이르는 경우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괄적 의료비부담 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보장성 강화로 인해 비급여 분야에서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풍선 효과를 막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불요불급한 비급여 항목이 늘어나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복지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미루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현행 건강보험 부과체계에서 부자는 무임승차하고 서민은 부담을 지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개편할 의지가 없다면 국회에서 야당이 중심이 돼 개편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 역시 “1년 이상 개편안 발표를 유보했으면 최소한 로드맵이라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진엽 장관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올해 말까지 해법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답변을 되풀이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