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로 인해 정부와 의료계는 ‘제2의 메르스’를 예방할 대책 마련에 온 신경이 집중돼 있다. 이에 발 맞춰 정계·의료계·학계 그리고 노조가 현재의 보건의료체계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이목희, 김용익 의원과 정의당 정진후 의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 공동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메르스 사태 재발 방지와 근본 대책 수립이라는 명목 아래 ‘국회 대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에서는 국내 메르스 창궐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보건의료인력 부족 문제의 해결을 취지로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과 ‘포괄간호서비스’의 올바른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이 가장 큰 쟁점이었는데 지난 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의 문제점과, 그에 따른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이 토론회 여기저기서 언급됐다.

정진후 정의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분명 제2의 메르스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감염병 대응체계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번 개편은 결국 또 팔짱끼고 구경하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보건의료인력 개편에 대해 단순 제도화 하는 것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더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8월 25일 보건의료노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관평가인증에 대한 설문 결과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과제 1순위가 인력 확충(62.3%)으로 조사된 바 있다.

또한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환자를 대면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환자안전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의견이 77%에 달했다.

이에 정 대표는 “시스템만 정비해선 해결이 안 된다”며 “보건의료인력 특별법 제정을 통해 시스템을 직접 운영할 사람을 확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위원장 또한 “19대 국회 마지막 회기를 앞두고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이 꼭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의견들에 대해 이동욱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국장은 “정부 또한 보건인력 수급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인력 확충을 위해선 재정적 지원이 많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의료 환경개선에 대한 의지를 더 보여준다면 정부의 재정 지원이 늘어나는 데에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포괄간호서비스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포괄간호서비스’란 모든 의료서비스를 의료기관의 종사자가 제공하는 것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적 확보와 환자의 간병으로 인한 부담을 경감시키고자 함을 목적으로 한다.

포괄간호서비스의 올바른 제도화의 과제와 방향이라는 주제로, 김현정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포괄간호서비스 제도화 또한 보건의료인력 확충의 연장선상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국내 메르스 확진 환자 186명 중 병원 내 감염으로 인한 보호자·방문객 환자가 65명(35%)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간호사 부족으로 환자의 간병인이 병원에 상주한 것이 이와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교수는 병원 규모별로 간호인력 배치기준을 달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의 간호인력 배치기준과 우리나라의 실정을 고려해 적정 간호사 배치기준을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환자 4~5명당 간호사 1명, 종합병원의 경우 환자 6~7명당 간호사 1명 배치안을 제시했다.

지난 2012년 안형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 한국형간호간병서비스 제도적 수용방안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체 병원 입원환자 대비 간호사수는 미국이 환자 4~5명당 간호사 1명, 일본 환자 7명당 간호사 1명인 반면 한국은 환자 15~20명 당 간호사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토론회가 끝난 후 서울역 광장으로 이동해 보건의료계의 처우 개선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 선언문을 낭독한 한미정 보건의료노조 사무차장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저지하겠다”고 밝힌 뒤 “보건의료계에서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를 철폐하겠다. 더불어 밥을 ‘먹고 있다’가 아닌 ‘마시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식사시간 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보건의료 종사자들을 위해 투쟁을 계속 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