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차다. 진료실에 오는 환자들의 두터운 옷차림에서는 찬 바깥공기 냄새가 묻어난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 따뜻한 차, 포근한 옷, 훈훈한 방을 찾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따뜻한 봄이 그리워지게 될 것 같다.
얼마 전 충격적인 보도가 있었다. 영국 퀸스 메리대의 앤드루 허스트교수가 물벼룩이 수온이 섭씨 1도 오를 때마다 몸무게가 2.5%씩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보도였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자 몸집과 몸무게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온이 높아지면 몸이 빨리 자라는 만큼 어른이 되는 시간도 빨라져 사람으로 치면 몸은 아이인데 벌써 자식을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성조숙이 일어나 번식하는 시작이 빨라져 아이의 몸으로 자식을 낳게 되니 몸 크기가 자연스레 줄었다는 말이다. 영국 임페리얼대의 티머시 쿨슨 박사는 지구온난화가 심해진 지난 20여 년 동안 야생 양의 몸무게가 해마다 28g씩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지구가 더워지면 동물은 작아진다는 의미는 사람 역시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몸이 더워지면 사춘기가 빨리 시작이 된다는 의미이다. 몸을 덥게 하는 원인 중에 가장 쉬운 현상은 바로 비만이다. 뚱뚱하면 몸이 덥다. 남들보다 배 이상 더위를 타게 된다. 성조숙증의 주범인 비만이 이런 원리에도 합치가 된다니 콜레스테롤이나 지방과잉과 같은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열이 많은 체질이 바로 성조숙증도 쉽게 나타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필자는 사회문제로 대두 되고 있는 성조숙증을 천연 생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뚱뚱한 아이들은 살을 빼면서 키를 크게 해주고, 마르면서도 성조숙증이 나타난 아이들은 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려고 노력을 해보았다.
2008년 1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성조숙증 여아 721명을 마른그룹(516명)과 비만그룹(205명)으로 나눠 연구 관찰한 결과, 마른아이와 뚱뚱한 아이에 따라 여성호르몬을 억제하는 한약을 다르게 처방을 했을 때 더 좋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일반적으로 비만이 성조숙증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마른아이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어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했는데 그 길을 찾은 것이다. 열을 내리거나 풀어주는 치료법으로 바로 청열조경(淸熱調經) 치료법인 것이다.
사람의 몸에서 열이 나는 원인을 나누어 보면 감염에 의한 실제 높은 고열(高熱), 미열(微熱)과 열이 났다 식었다 하는 조열(潮熱), 실제 열은 없는 데 열이 나는 듯한 허열(虛熱) 등 나타나는 현상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을 한다. 특히 한방에선 간열(肝熱), 심열(心熱) 폐열(肺熱), 비위습열(脾胃濕熱), 신열(腎熱), 상화망동(相火妄動), 충화(衝火), 명문화(命門火) 등등 아주 다양한 표현을 사용한다. 또한 각각의 열에 따른 약물도 다르니 쉽지 않은 일이다.
임상에서 실제로 진료를 하면서 다양한 증상과 징후를 분류하면서 그에 따른 약물을 선택하여 치료를 한 결과 실제 한약으로도 성조숙증 치료가 어느 정도는 가능했다. 너무 늦게 오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치료가 되고 관리가 되고 있다.
이미 치료를 하고 마무리가 다 끝난 아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고, 만족할 만한 결과도 나타나고 있다. 조기발견하고 치료만 한다면 정상적인 성장은 물론이고 부모보다 7㎝ 이상 더 크는 경우도 흔하다.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원인 중에 지구온난화처럼 몸을 덥게 하는 요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장클리닉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박승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