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27일 자 인터넷 뉴스에서 투석 치료에 대한 기사 두 가지를 발견했다. 대한신장학회에서 발표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2005년 말 현재 우리나라에서 약 3만 5천명의 환자가 장기투석을 받고 있다. 전체 인구 4800만 중에 약 3만 5천명은 많은 숫자는 아니고 뉴스의 조명을 받는 일이 비교적 드물다. 따라서 하루에 2가지의 기사를 뉴스로 접하는 일은 더욱 드물다고 하겠다.
첫 번째 기사는 대전일보 에서 혈액투석의 횟수 규제 등 치료의 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보도하였고 또 다른 기사는 치료의 질에는 언급이 없이 혈액투석, 검사와 투약까지 무료이며 식사도 무료로 제공되는 투석실을 광주지역에 새로 연다는 연합뉴스의 보도이다.
말기 신부전증 환자에게 투석치료는 생명을 연장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치료이다. 건강한 신장을 이식하는 것이 말기 신부전증의 가장 좋은 치료이나, 신장을 제공받는 기회가 드물고 또 일부 환자 건강상의 이유로 신장이식 수술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많은 환자가 투석치료를 받고 있다.
콩팥은 노폐물을 제거하고, 수분을 재흡수하는 기능 외에도 몸 안에 산염기와 혈압을 조절하고 비타민 D를 합성, 뼈를 튼튼하게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신장이 망가지면 소변 양이 줄거나 몸이 붓는 증상 외에도 혈압이 높아지고, 심혈관계 합병증이 생긴다. 말기 신부전증은 이미 콩팥 기능을 거의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심장이나 폐, 간이 기능을 상실하면 이식하지 않는 한 생명을 연장할 수 없다. 뇌와 근육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신부전증 치료는 신장이식 외에도 투석치료를 통해 생명 유지는 물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발전했다. 투석치료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2가지 있고 전체 투석 환자의 약 80 %가 혈액투석을 하고 있다.
말기 신부전증은 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키고, 면역기능을 떨어뜨려 세균 감염의 위험성을 높인다. 따라서 말기 신부전증 환자가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이나 폐렴•패혈증과 같은 감염성 질환에 의해 사망할 위험은 매우 높다. 동일 연령대의 정상인과 비교해 20대 환자는 100배 이상이고, 60대 이상에서도 10배 이상으로 높다. 신부전증 환자가 느끼는 병에 대한 부담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이들의 정서적 고통은 전이가 있는 암 환자보다 높고, 뇌졸중 환자와 비슷할 정도로 심각하다.
혈액투석은 혈액기계를 이용하여 한번에 4시간씩 1주에 3회 정도를 시행한다. 따라서 같은 병으로 고생하는 말기 신부전증 환자에서 4시간씩 시행하는 혈액투석은 어떤 환자에서나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말기 신부전증의 원인 질환, 나이, 성별, 환자에게 남아 있는 신기능의 정도, 합병증의 유무와 종류, 체격, 식생활 등이 환자마다 다르므로 각 환자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 또 같은 환자에서도 건강 상태가 항상 변화하므로, 대개는 1달에 1회 씩 또 필요에 따라서는 수시로 혈액 검사를 시행하여 검사 결과에 따라 처방을 변적절히 바꾸어야 한다. 각 환자에 맞는 투석 치료와 약물 치료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는 신장내과 전문의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고, 의사와 긴밀하게 협조하는 투석 전문 간호 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80년대까지는 투석치료는 대부분 대학병원에서 시행했으나, 1980년대 중반 의료보험 혜택이 확대된 이후 투석 전문 병원이 급증하여 현재 환자의 48.9%는 개인 투석의원에서, 29.9%는 종합병원, 25.2%는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개인 투석의원의 수가 급증하면서 연합신문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치료비를 면제 혹은 감해주고, 식사를 제공하는 등 치료와 관계없는 과열된 환자 유치 경쟁이 드물지 않다. 9월 27일 연합신문의 보도는 이러한 과열 경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연합신문에서는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무료로 치료하는 자선 단체인 양 보도하다. 장기 투석 환자 중 건강 보험 환자는 총 치료비의 80 %는 건강보험에서 나머지 20%는 개인이 부담한다. 이 중에서도 생활이 곤란한 환자는 개인이 부담하는 20 %의 치료비도 지역사회의 읍, 면 동의 사회 복지과에 신청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생활여건이 더 곤란하여 의료 급여를 받는 환자는 치료비 전액과 검사 비까지 의료 급여에서 부담한다. 건강 보험 환자는 총 치료비의 80 %를 건강보험에서, 의료 급여 환자는 총 치료비의 100 %를 의료 급여에서 부담한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표방하는 무료 투석 기관은 순수한 의미로 치료비 전액을 무료로 하는 자선 치료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연합신문의 보도에서 무료 치료는 치료비 할인이라고 할 수 있다. 치료비 할인과 식사 제공을 연합신문과 같은 중앙매체에 보도하는 것은 간접적인 의료 광고이며,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로 생각할 수 있다.
만일 모든 투석기관에서 제공하는 치료의 질이 우수하다면 치료비 할인이나 식사 제공 등 치료 외적인 서비스가 비난 받을 이유가 없다. 모든 투석 기관에서 제공하는 투석의 질은 동일한가 ? 우리나라는 개인 의원에서 행해지는 치료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없다. 대학 병원이나 종합 병원에서는 2-3년에 한번씩 시행되는 병원 평가와 같은 의료 서비스 전반에 대한 심사가 있으나 개인의원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제도가 없다. 또 투석 치료를 비롯한 전문 치료를 시행하는 의료진의 자격도 신장전문의나 신장전문 간호사로 제한되지 않고 전문지식이나 경험의 유무와 상관없이 의사 면허증이 있는 모든 의사와 간호사 들이 담당할 수 있도록 현행법으로 개방되어 있다. 투석의 질이나 투석실에 운영에 대한 지침도 대한신장학회의 권고 사항으로 강제의무가 없다. 9월 27일에 보도된 대전일보의 기사는 투석 치료의 질을 높게 유지하는 것을 차치하고 상업적인 목적인 경제적 보상을 우선으로 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적인 규제를 마련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8월 28일 중앙일보에는 환자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좋은 투석기관을 선택하는 방법을 제안하였으나 이는 임시 방편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법과 제도가 투석 기관의 질이 바람직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보완되어 환자들이 투석 기관을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투석 전문가의 모임인 대한신장학회와 투석전문의협회, 그리고 치료비를 제공하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등 관계기관이 서로 협력하여 1) 국제적인 권고안과 국내 실정에 부합하는 투석실 운영과 투석의 질에 대한 지침을 확립하고, 2) 각 개인투석 기관을 포함한 투석실에 대한 정기적인 심사를 시행하여 투석의 질이 잘 유지되는지 감시하고, 3) 질이 유지되지 못하는 기관에는 확실한 운영상의 불이익이 있도록 하며, 4) 투석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계도하는 시스템 구축을 제안한다.
더욱이 치료비의 80-100%를 지불하는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에서 치료의 질을 감시하지 않는다면 이는 제한된 의료비를 적절히 사용하지 않는 심각한 직무 유기이다. 한발 더 나아가서 적절한 투석치료 만으로도 막을 수 있는 장단기 합병증 발생을 방치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