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통제는 먹어도 잘 듣지를 않아요. 가만히 있어도 무릎이 콕콕 쑤시고 아픈데 진통제 말고 다른 치료는 없을까요?”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60대 후반 환자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하소연한다. 퇴행성 관절염은 숙명과도 같은 질병이다. 오랜 세월 관절을 계속 쓰다 보면 연골이 닳고, 손상돼 염증반응이 일어난다. 관절의 기능도 나이가 들수록 제한돼 움직임이 점점 둔화한다. 일종의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이어서 퇴행성 관절염을 원천봉쇄하기는 어렵다. 현재로선 퇴행성 변화 속도를 최대한 늦춰 관절염이 늦게 발생하게 하거나 부분적으로 막아주는 것이 최선이다.
여러 노력에도 결국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하면 통증을 완화해주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진통소염제는 효과가 아무래도 제한적이다. 길어야 하루에 몇 시간 정도 효과가 지속되는 정도이고,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될수록 효과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환자들은 더 나은 치료를 갈망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줄여주고, 기능을 개선해 주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등장했다. 바로 ‘골수줄기세포 주사’이다. 사실 줄기세포 치료는 이전에도 있기는 했다. 일반적으로 줄기세포 치료라고 하면 마비된 환자가 움직이고, 몸에 없었던 세포가 생기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현실은 다르다. 기존 줄기세포 치료는 크게 배아 줄기세포, 자가 줄기세포(골수줄기세포, 지방줄기세포), 태반 줄기세포 치료가 있다. 각각 저마다 장점이 있지만, 아직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효과가 드라마틱하지는 않고 단점도 있다.
하지만 최근 선보인 ‘골수줄기세포 주사’ 치료는 다르다. 이미 권위 있는 SCI(Science Citation Index)급 의학 학술지에 소개된 논문 중에서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논문들이 많다. 그래서 보건복지부는 7월 11일 자로 중기 무릎 골관절염 환자에게 골수줄기세포 주사 치료를 허락했다.
이 치료법은 골반 위쪽의 큰 뼈인 장골능에서 피를 뽑아 원심분리기로 분리한 다음, 농축된 골수 줄기세포를 무릎 관절강에 주사하는 치료법이다. 이전의 골수줄기세포 치료는 무릎을 부분 절개하거나 관절경을 이용해 연골이 닳아 없어진 부위에 연고를 바르듯이 줄기세포를 도포해야 했다면, 새로 선보인 골수줄기세포는 무릎에 주사를 놓기만 해도 효과가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나이제한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기존 골수줄기세포 치료는 15~50세로 한정되어 있었다. 퇴행성 관절염이 50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었는데, 골수줄기세포 주사의 등장으로 환자들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다.
효과도 긍정적이다. 통증을 줄여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무릎 기능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후 계단 오르내리기가 편해지고, 관절 운동 범위가 넓어지고, 걸음걸이도 좋아졌다는 연구내용을 발표한 학술 논문들이 많다. 또한 주사치료 후 1년 뒤 연골 두께가 더 두꺼워지고, 연골 성질이 좋아졌다는 내용도 있다. 부작용도 거의 없다. 아주 경미한 부작용은 있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아직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관절염 치료법이 날로 발전하는 것은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가슴 설레는 일이다. 비록 골수줄기세포 주사 치료가 관절염 말기에는 큰 효과가 없어 인공관절 수술이 유일한 답이지만 이 또한 언젠가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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