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내원하는 환자의 연령층이 다양해졌다. 특히나 허리에 관련된 질병 연령대는 확실히 어려졌다. 허리디스크가 중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건 옛말이 되어버렸다. 학업으로 인해 혹은 업무로 인해 책상 앞에서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척추 질환은 젊은 세대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꼭 책상 앞이 아니더라도 장시간 운전을 하거나, 출퇴근 길이 멀어 대중교통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면 ‘아이고 허리야’라는 말을 자신도 모르게 뱉을 수 있다.
이렇게 장시간 앉아만 있는 것은 물론 오래 서 있는 것도 척추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오랜 시간 한 자세를 유지하기도 어려운데, 그것이 소위 건강에 좋다는 바른 자세라면 더욱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몸의 기둥인 척추는 33개의 척추뼈로 구성되어 있다. 그 척추뼈 사이에는 23개의 추간판이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작용 역할을 해주고 있다. 완만한 S자 곡선을 그리는 척추는 목과 등에서 허리, 엉덩이, 꼬리뼈 부분에 이르기까지 주요 골격의 중심을 담당하고 있다.
척추는 골격을 구성하는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뇌에서부터 내려오는 중추신경 다발인 척수를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 이 척수는 온갖 신호, 예컨대 촉각이나 온도 감각, 통증, 고유감각 등 감각신호를 뇌와 사지의 말단까지 이어주는 매우 중요한 통로이다. 손상이 발생하는 날엔 마비나 신경 이상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는 중요한 기관이다. 척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경이 그 주변을 따라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척추 건강은 언제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요즘 잘못된 자세로 꾸준히 척추를 위협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허리디스크’다.
허리디스크로 알려진 이 질환의 명칭은 ‘추간판(=디스크) 탈출증’이다. 위에서 말한 완충작용을 맡고 있는 추간판은 가장자리의 질긴 섬유륜이 내부의 젤리 같은 수핵을 보호하고 있는 구조다. 이 추간판이 퇴행이 진행되거나 외부의 압력을 받으면 섬유륜이 손상되면서 수핵이 빠져나와 인근의 신경을 누르게 되면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한다. 척추의 퇴행성 변화는 다른 근골격계와 달리 10대 후반이나 20대부터는 나타나기 때문에 질환의 발병 연령대가 폭넓은 특징이 있다.
신경이 눌리면서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이기 때문에 증상은 다양하다. 요통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 사지로 뻗어나가는 방사통이 발생하여 일상을 괴롭힌다.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이어지는 신경통 증세가 나타난다거나 다리 저림, 무겁고 뻣뻣함 등이 느껴지기도 한다. 초기엔 그저 허리가 뻣뻣해 근육통 정도로 여겼다가 방사통 증상이 점차 심해져 허리디스크를 의심하고 내원하시는 분들도 많다. 허리디스크의 경우 신경이 눌리면서 증상이 악화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이러다 말겠지 하다간 대소변이나 성기능 장애 혹은 하지 마비 같은 심각한 증세를 동반하기도 한다.
허리디스크의 증세 발생 원인은 신경이 수핵에 눌리기 때문이므로 이 부분을 없애고 추간판과 척추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보통 허리디스크나 허리통증 하면 수술을 먼저 떠올리지만 디스크 환자의 80~90% 정도는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소염진통제나 근육이완제 같은 약물치료와 더불어 스테로이드를 이용한 신경차단술 혹은 프롤로 주사로 이용한 주변 근육 강화를 이용한 주사치료, 다양한 자극을 전달해줄 수 있는 물리치료, 체외충격파 등 여러 보존적 치료를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회복을 도와주는 치료를 통해 대부분의 증상은 해결이 가능한데, 허리디스크 환자의 많은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재발’이다.
허리디스크의 재발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지금 나타난 질환에 주목하여 전에 앓았던 척추 질환 때문에 무너진 척추 균형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한번 틀어진 균형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아서 같은 질환이 또 발생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이를 위해 척추 주변 근육이나 힘줄 등에 재생을 유도해주는 다양한 주사제를 주입하여 각 근육간의 당김과 과도한 수축 등을 해결해주어야 한다. 척추 주변 근육이나 인대 같은 연부조직의 개선과 강화를 통해 불균형을 해소해주어야 보다 건강한 척추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치료를 단편적으로 한 두번 한다고 우리의 척추는 금방 좋아지지 않는다. 도수치료나 재활을 통해 꾸준히 척추 주변을 강화시켜주고, 생활 습관 교정을 통해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수시로 목과 어깨, 허리를 스트레칭 해주어 척추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척추는 우리 몸의 기둥이다. 평소 안좋은 생활습관이나 외상 등으로 발생하기 쉬운 허리디스크도 역시 꾸준한 치료와 자세 교정이 중요하다. 어떻게 악화될지 모르기 때문에 초기부터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척추의 불균형은 몸의 밸런스를 무너뜨리기 때문에 다른 관절에까지 2차적인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증상이 괜찮아졌다고 방심하지 말고 꾸준히 근간을 다졌으면 한다. 척추 통증으로부터 해방되는데 이 글이 도움이 되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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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통증을 시원하게 날려줄 통증의학 전문가, 박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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