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첫째 주 훈련일지

♢1일(일)
☞훈련계획=42km 달리기
☞결과=10km 대회 참가
최종기록은 366분23초로 개인 최고. 1km당 기록 3"17 / 3"39 / 3"34 / 3"32 / 3"44 / 3"34 / 3"53 / 3"51 / 3"40 / 3"35

☞훈련메모=클럽의 일정은 42km 마지막 장거리 훈련이다. 하지만 고향에 내려와 장거리 훈련 대신 진안마라톤대회에 참가하였다. 6시 기상하여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잠을 깨우고, 8시쯤 집을 나섰다. 대회가 열리는 진안 용담호를 안내하는 안내판도 없고,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다. 대회장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헤매느라 9시30분이 넘어도 대회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50분에 출발한다는데. 출발 8분을 남겨두고 겨우 도착했다.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간단히 스트레칭을 마치고 출발선 앞에 선다. 조금씩 긴장도 밀려오고 참가선수들을 보니 대충 고수들은 없어 보인다. 드뎌! 출발. 몸을 풀지 않아서 그런지 페이스를 모르겠다. 1km를 통과하니 3분 17초. 헉! 한참을 오버했다.

선두그룹(나를 포함 3명)을 유지하며 달린다. 초반부터 언덕이 시작된다. 강고수님이 이곳은 코스가 험난하다고 했다. 오르고 내리고 다시 오르고 내리고, 5km 반환점까지 선두그룹을 형성하며 달렸지만 이후 7km 언덕에서 두 분이 치고 나간다. 따라갈 수 있었지만 강고수님께서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어 현 페이스를 유지하기로 했다. 8km 지점에서 5km참가선수들과 뒤엉켜 사람들을 피해 달려야 했다. 여러 사람들과 부딪히고, 나와 부딪힌 아주머니는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며 버럭 화까지 낸다.(아주머니 죄송합니다!!!)

드뎌 골인. 기록은 36분 23초. 10km 최고기록을 수립했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운영본부에 항의 하느라 정신이 없다.

♢2일(월)
☞훈련계획=휴식
☞결과=10km 조깅과 복근운동(80회 5세트)
☞훈련메모=낮 시간 6년 만에 친구를 만나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를 나누며 술도 한잔하고, 오랜만에 만났어도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권은주 감독의  조언대로 가급적 술은 피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이야기의 주제도 나의 마라톤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몇 잔 마시지도 않았는데 취기가 있어 한숨 푹~~잠을 청하고 저녁9시가 넘어서야 거리로 나왔다.

뛸 수 있도록 조깅도로가 있지만 거리는 표시되어 있지 않다. 대략 감으로 거리를 측정해보고 페이스를 확인하니 5분 30초.

광한루를 지나 시민공원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중앙무대에 음악에 맞추어 댄스를 배우고 있었다. 밤 공기가 제법 차갑다. 잠시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곳에 들렀다. 어릴 적 친구들과 놀던 곳인데 크게 변한 게 없다. 사라진 줄 알았던 반딧불을 보았다. 너무 신기했다.

시계를 보니 '주몽'할 시간이다. 얼른 집으로 향해 후다닥 샤워하고 재미난 몽이를 보았다.

♢3일(화)
☞훈련계획=조깅 60분, 질주 5회
☞훈련결과=조깅 10km, 질주 5회
☞훈련메모=저녁에는 친지분들을 찾아뵈어야 하기 때문에 햇볕이 내리쬐는 낮에 훈련을 하기로 했다. 집에서는 “너무 더우니 푹~ 쉬라”고 하지만 훈련을 빼 먹을 수 없다. 오늘 한낮의 기온이 무려 27~8도 초여름 날씨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도로. 조금씩 발걸음을 옮겨 보지만 너무 힘들다. 10km 대회의 여파인지 다리도 무겁고. 차량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라 다소 무섭기도 하다.

3시간 30분주로 생각했다. 뛰다보니 여러 악조건이 마음에 걸리고, 여러 선배님들의 조언이 생각난다. '어제 하지 못했던 훈련에 욕심내지 말 것!' 그래서 권은주 감독의 훈련 모드로 바꾸어 실시했다. 도로에서 약 10km 정도 조깅을 마치고 춘향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헌데! 이상하다. 운동장의 직선주로는 똑 같지만, 곡선주가 너무 길다. 질주 100m를 하고  곡선주에서 휴식주로 달리는데 평상시와 같이 달렸지만 시간은 8초 이상 차이가 난다. 눈으로 보아도 더 길어 보인다. 큰일이다. 목요일 이곳에서 400m 인터벌 15회를 해야 하는데.

♢4일(수)
☞훈련계획=크로스컨트리 80분
☞훈련결과=조깅 8km(54분), 크로스컨트리 4km(38분), 조깅 8km(50분)
☞훈련메모=추석연휴 5일 째. 가을이라고 하지만 한 낮의 기온은 초여름을 방불케 한다.
4시. 또 다시 뜨거운 한 낮에 훈련복으로 갈아 입고 주로에 나선다. 숙제는 크로스컨트리 80분이다. 시골집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크로스컨트리 할 곳이 없다. 시내 시민공원을 찾았다. 시골집에서 그곳까지는 8km. 조깅으로 도착하여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불곡산의 1/2수준. 산을 한 바퀴 돌고 나니 20분 정도. 너무 짧게 느껴져 한 바퀴 더 돌았다.

♢5일(목)
☞훈련계획=조깅 20분, 400m 15회
☞훈련결과=
조깅 - 3.4km(18분 49초)
400m인터벌 10회(휴식주100m)
73초(46초) / 73(47) / 74(45) / 73(44) / 73(46) / 74(45) / 74(84)
75(46) / 73(47) / 74
조깅 - 2km(11분 35초)

☞훈련메모=아주 오랜만에 한 자리에 친지분들이 모였다. 이렇게 모이니 대식구다. 방이 좁아 여름이 지났어도 마당에 돗자리까지 편다. 모두가 할 말이 많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축구이야기가 나오고 결국 남자들은 축구시합을 하기로 했다. 지금은 폐교가 되었지만 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나까지 동심이 살아 있는 초등학교에 모였다. 막내 할아버지부터 아들 석훈이까지 스무명은 된다.

타이틀은 막걸리 내기. 심판도 없고, 룰도 없다. 공을 뺏긴 삼촌은 옷을 잡아보기도 하고 어린 조카들은 공을 잡고 도망가기도 한다. 작은 공 하나 덕분에 크게 웃어볼 수 있었다. 축구시합이 끝나고, 어린 조카들과 아들은 할아버지를 따라 산으로 밤을 따러 가고 나와 삼촌들은 저녁 매운탕을 끓이기 위해 냇가로 향했다. 해질 무렵 다시 할아버지댁에 모였고 밤도 한 보따리, 물고기도 양동이로 한 가득이다. 그야말로 풍성하다.

오늘 하루 동심으로 돌아간 듯 너무 신났다. 진정해야 할 숙제를 잊은 채 말이다. 부랴부랴 분당마라톤이 쓰여 있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축구와 물고기 잡이로 몸이 다소 지쳐 있다. 400m 인터벌 15회가 과제이지만, 자신이 없어 10회만 하기로 했다. 대신 지난번 보다 2초정도 당겨보기로 하고. 7회부터 고비가 왔다. 여기서 잠시 200m 휴식을 갖고 호흡을 가다듬고 나머지 3회를 마쳤다.

사실 처음부터 훈련에 대한 의지가 약했다. 어떻게든 15회를 채웠어야 했는데.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마당에는 매운탕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고, 한쪽에는 모닥불에 밤과 고구마가 익어가고 있었다. 바로 요놈들이 오늘 훈련의 의지를 약하게 만든 놈들이다. 얼큰한 매운탕과 고소한 군밤과 군고구마. 이 맛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밤 하늘의 무수한 별들과 보름달에 가까운 환한 달. 푸짐한 먹거리에 오랜만에 모인 친지분들과 웃음꽃 피는 이야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6일(금)
☞훈련계획=휴식 
☞훈련결과=휴식

♢7일(토)
☞훈련계획=조깅 40~60분 가볍게
☞훈련결과=휴식

♢8일(일)
☞훈련계획=35km 도로주
☞훈련결과=
조깅 2km - 13분 12초
스트레칭
34km도로주 - 2시간22분58초
0~5km - 4"20 / 4"12 / 4"18 / 4"17 / 4"16 - 21분20
5~10km - 4"17 / 4"15 / 4"16 / 4"18 / 4"18 - 21분24(42"44)
10~15km - 4"16 / 4"11 / 4"18 / 4"12 / 4"15 - 21분12(1'03"56)
15~20km - 4"17 / 4"16 / 4"16 / 4"14 / 4"14 - 21분17(1'25"13)
20~25km - 4"08 / 4"10 / 4"05 / 4"07 / 4"06 - 20분36(1'45"49)
25~30km - 4"10 / 4"07 / 4"11 / 4"03 / 4"09 - 20분40(2'06"29)
30~34km - 4"09 / 4"08 / 4"08 / 4"04 - 16분29(2'22"58)
조깅 2km - 15분 02초
스트레칭

☞훈련메모=클럽에서는 하프기록회가 있는 날이다. 나의 훈련일정과 맞지 않아 자원봉사를 하고 10시30분에 훈련에 돌입했다. 지난 1일 42km 장거리 훈련 대신 10km 대회를 했기 때문에, 오늘은  춘천 대비 마지막 장거리 훈련을 하기로 했다. 오늘 목표는 35km를 달린후 힘이 있으면 5km를 더 달리는 것이다.  출발에 앞서 걱정이다. 급수가 없으니 갈증 해소를 어찌해야 하나. 죽전 E마트에서 출발하여 복정역 부근에서 턴을 하기로 하고 출발.

첫구간을 4분20초로 통과했다. 20초를 넘기지 않고 반환점까지 달린 후 이후 부터 조금씩 페이스를 올려보기로 했다. 햇빛이 비치지 않아 다행이다. 하지만 혼자 달리려 하니 다소 힘이 든다. 다리도 묵직하게 느껴지고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다.

만나까지 페이스는 4분 14초~18초로 유지하고 달린다. 만나 부근 자연 급수대에서 목을 축이고 다시 출발. 모란을 지나니 태양이 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햇빛은 더욱 강하게 느껴지고 갈증이 심화된다. 17km 지점 통과 후 페이스를 올려보려 했으나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시원한 물 한 모금이면 페이스를 올릴 수 있는데, 자꾸 물이 생각난다.

다시 만나교회에 와서 목을 축인다. 마음 같아서는 실껏 마시고 싶지만 살짝 목만 축이고 다시 출발한다. 합수 지점 통과후 고비가 왔다. 걷고 싶은 충동이 생기며 계속 물을 찾게 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보자... 억지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주택전시관 부근에서 마지막으로 목을 축이고 젖먹던 힘까지 내본다. 서울대병원에서 최대 고비가 왔다. 더 이상은 못간다. 아니 죽어도 못간다. 잠시 발걸음 멈추고 하늘을 보며 힘!을 달라고 했다.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자! 드뎌 골인 죽전 E마트점에 도착했다. 34km. 35km를 채우지 못했다. 훈련이 무척 힘들었다. 사실 뛰면서 자신감까지 상실한것 같다. 이것도 이렇게 힘든데 42km를 4분 페이스로 뛰어야 하다니...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