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나긴 독일 월드컵이 끝났습니다. 6월10일 독일과 코스타리카의 개막전부터 오늘 새벽 이탈리아-프랑스의 결승전까지 무려 64경기가 치러졌습니다. 제가 속한 스포츠부가 5월15일 한국대표팀의 엔트리 발표 때부터 월드컵 체제로 가동됐으니, 저는 거의 두달을 월드컵에 파묻혀 지낸셈입니다. 밤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매일 3~4페이지 분량의 지면을 독일 취재팀과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료들과 만드느라 힘들었습니다.

오늘 새벽 뒷산에서 크로스컨트리를 하면서 축구와 마라톤의 차이는 뭔지, 혹시 공통점이 없는지 생각해봤습니다. 어떤 교수님은 발레와 축구가 비슷하다고 주장하시고, 한 유명 지휘자께서는 축구가 오케스트라 연주라고 하셨지요. 그럴듯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축구와 마라톤의 차이점을 한번 알아볼까요.

=축구는 가로 45~90m, 세로 90~120m의 잔디구장(표준은 가로 68m, 세로 105m) 안에서만 움직이면서 상대편 골문 안으로 공을 넣는 게 목표고, 마라톤은 42.195km를 달려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게 목표입니다. 출발점과 결승점이 다를 경우 선수는 시작부터 끝까지 새로운 길을 달려야 하고, 반환점을 돌아올 경우에도 21.0975km의 거리는 새로운 길입니다.

=축구는 승부차기까지 해봐야 2시간10분 안팎, 마라톤은 보통 수준이면 4시간 정도 걸립니다.

=축구는 11명이 힘을 합쳐 상대편을 이겨야 하는 경기고, 마라톤은 혼자 달리면서 자기 자신을 이겨야 하는 경기입니다. 다른 사람과 기록 싸움을 하고, 동료들의 격려도 받기는 하지만 혼자 버텨야 합니다.

=축구는 경기를 하다 전후반 사이에 라커에 눕거나 앉아서 휴식할 수 있지만, 마라톤은 휴식이 없습니다. 정 힘들면 걷기도 하지만 주저 앉아 쉬다간 완주가 힘들어집니다.

그 밖에도 차이점이 더 많겠지만, 더 이상 찾을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어느 종목이 더 힘들까요? 저는 마라톤이 더 힘들 것 같네요. 월드컵에 출전할 실력을 갖추려면 4시간에 마라톤에 완주하는 것보다 훨씬 길고 고통스런 연습기간이 필요하겠지만요.

제가 처음 도전하는 춘천마라톤(10월29일)까지 3개월19일이 남았습니다. 1월부터 따지면 총 연습시간의 3분의2를 보낸 셈입니다. 마음이 급해지네요.

오늘 원래 훈련계획은 웨이트트레이닝 40분, 조깅 30분입니다. 워낙 밥 먹듯이 훈련계획을 어기는 바람에 권은주씨에게서 경고를 자주 받았는데 또 어기고 말았습니다. 1시간 코스로 뒷산에 올라 크로스컨트리와 등산의 효과를 동시에 봤습니다. 땀이 비오듯 흘렀지만, 기분이 상쾌합니다. 계단도 있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산길을 한 바퀴 도는 코스가 있는데 첫 바퀴에는 10분10초, 두번째 바퀴에는 9분20초가 걸렸습니다. 시간 단축하는 놀이를 한 셈인데 덜 지루하더군요. 내일부터는 훈련계획표를 잘 지키겠습니다. 아래에 7월 훈련계획표를 한꺼번에 싣습니다.

 7월 훈련계획표

운동 전 스트레칭 10분, 운동 후 마무리 운동 1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