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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불규칙적인가요?”
“예. 호텔에서 일해서 야근이 많아요.”
“흡연을 많이 하시나요?”
“글쎄요. 하루 7~8개비 정도밖에 안 피우는데요.”
“커피 같은 카페인 음료도 많이 드세요?”
“그렇죠, 뭐. 워낙 피곤하니까.”
이유는 분명했다. 그녀의 피부가 피곤해 보이는 이유는 그녀의 생활 자체가 피곤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는 자신의 피부가 안 좋은 이유는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서 관리를 전혀 못해요. 마사지도 지난 해 11월에 받은 후로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요즘 여자들 다들 일 년에 한두 번씩 스케일링을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3년 전에 한 번 해보고 여태껏 못하고 있어요.”
그녀는 자신의 피부가 안 좋은 이유는 돈을 들여 관리를 안 했기 때문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그날 그녀는 날을 잡고 스케일링을 하러 온 것이었다! 나는 스케일링은 여드름이 많이 났거나 모공이 넓거나 피지분비가 많고 각질이 쌓여 칙칙한 피부에 도움이 되는 시술이므로 그녀에게는 굳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스케일링은 기본으로 다 해야 하는 거라고 알고 있었어요.”
나는 그녀에게 피부탄력을 회복시켜주는 써마지 리프트를 권했다. 하지만 이것은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를 위한 것일 뿐, 그것보다도 생활 습관을 고치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케일링을 안 해서 피부가 상한 게 아니에요. 환자 분 피부는 수면부족이에요. 그리고 담배와 커피 때문에 질식 상태에 있어요. 먼저 그것부터 바로 잡아야 해요.”
여자들은 때때로 진실을 외면하고 싶어 한다. 내가 담배를 끊어보는 건 어떻겠냐고 말하자 그녀는 반박했다.
“담배 피우면서도 좋은 피부를 갖고 있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저도 스물넷부터 담배를 피웠는데 피부가 나빠지기 시작한 건 최근이에요. 담배하곤 상관없어요.”
이런 경우는 부지기수로 많다. 잡지모델을 하는 24살의 한 여성은 주로 무작정 굶는 것으로 몸매 관리를 대신한다. 촬영날짜가 잡히면 그때부터 죽음의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촬영이 끝나면 그때부터 허겁지겁 먹는다. 폭식과 단식을 반복하면서 그녀의 피부는 물기를 잃었다. 뽀얗고 화사해야 할 20대의 피부가 벌써 생기를 잃었다. 나는 무리한 다이어트를 중단하고 제대로 된 식사와 비타민 등의 영양공급을 시급히 하라고 거듭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꾸 더 좋은 화장품과 마사지에 매달리려고 한다.
무엇이 내 피부를 괴롭히고 있을까? 외적인 것에서 원인을 찾기 이전에 먼저 자신의 생활부터 되돌아보자. 진짜 이유는 당신 안에 있다. 부모로부터 좋은 피부를 물려받지 못했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은 피부를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는가? 마사지나 스케일링을 정기적으로 받지 못한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은 과연 피부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는가? 꼼꼼히 살펴보면 당신은 알게 모르게 피부에 수없이 많은 몹쓸 짓을 저지르고 있다.
/ 정혜신 퓨어피부과 원장 gooddoc55@hanmail.net
입력 : 2006.01.05 14:26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