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타나? 요즘 부쩍 우울한 의학적 이유

계절적 변화와 우울 증상이 반복적으로 연관돼 나타난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계절적 변화와 우울 증상이 반복적으로 연관돼 나타난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선선한 바람이 불고 해가 짧아지는 가을이 오면 왠지 모르게 무기력하고 우울한 기분이 든다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가을 탄다’고 표현하는데 왜 계절이 바뀌면 이런 변화가 생길까?

우리 몸은 계절 변화에 즉각적으로 적응하기보다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계절이 바뀌면 기온, 습도, 일조량 등이 달라지는데 이러한 환경 변화에 몸과 마음이 적절하게 적응하지 못하면 피로감, 무기력, 우울감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계절적 변화와 우울 증상이 반복적으로 연관돼 나타나는 경우를 계절성 우울장애(계절성 정동장애)라고 한다. 말 그대로 계절에 따른 환경 변화와 우리 몸의 적응 과정이 우울 증상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

계절 변화가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수면과 각성의 리듬도 관여한다. 정상적인 수면에서는 비렘수면의 여러 단계와 렘수면이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는데 이 수면 과정은 신체의 회복뿐 아니라 기억을 정리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과 겨울에는 생체리듬이 달라져 수면 시간이 불규칙해지거나 수면 질이 떨어지면서 우울, 피로감이 심해질 수 있다. 이렇듯 수면 리듬이 흐트러지면 피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을 뿐 아니라 스트레스와 감정을 조절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계절이 바뀔 때 찾아오는 우울감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수면·각성 시간을 유지하는 등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게 좋다. 일주일에 2회 이상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하고 낮 시간에는 햇볕을 적절히 쬐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과도한 음주나 흡연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

가족, 친구들과 건강한 관계를 쌓고 가능한 범위에서 직장 등 일상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울감이 심해질수록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혼자 있으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일수록 건강한 오프라인 관계를 지속하는 게 도움이 된다. 온라인 소통도 일정 부분 의미가 있지만 가급적 직접 만나 교류하는 사회적 관계를 쌓을 것을 권고한다.

다만, 생활습관 개선으로 해결되지 않는 증상은 이야기가 다르다. 우울, 무기력, 수면 변화가 지속돼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 그리고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가 중요하다. 우울증을 단순 기분 문제로 생각하거나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조언에 의존해 치료를 미루면 증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 우울증은 심한 경우 자살 위험과도 관련될 수 있는 만큼,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해진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울증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며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잘 살피며 필요시 지체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

(*이 칼럼은 이승환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