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ADHD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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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아동은 무작정 공부량을 늘리기보다 시험 때 어떤 실수를 하고 공부 도중 언제 집중력이 약해지는지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편집자 주]
헬스조선이 일명 ‘힐링닥터’로 활동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공정규 박사의 ADHD 칼럼을 연재한다. ADHD 당사자와 부모가 진료실에서 자주 토로하는 고충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시각으로 톺아본다. 사공정규 박사는 30여 년 동안 ADHD를 비롯한 소아·청소년의 정서·행동 문제를 진료하고 연구해 왔다. 동국대 의과대학 교수와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방문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포항채움의원·사공정규 ADHD 클리닉 원장, 교육부 위(Wee)닥터 자문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집에서 물어보면 다 아는데 시험에서는 자꾸 틀립니다.”
ADHD 아동의 부모가 흔히 토로하는 말이다. 부모가 보기에 아이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설명을 들으면 이해하고 어려운 문제도 곧잘 풀어낸다. 그런데 시험에서는 쉬운 문제를 틀리고, 공부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 부모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알면서 왜 틀리니?” “조금만 집중하면 되잖아.” 같이 잔소리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를 질책하기 전에 부모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아는 것’과 ‘아는 것을 끝까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별개라는 것이다.

시험 문제 하나를 푸는 데에도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 문제를 끝까지 읽고 중요한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풀이하는 동안 생각의 흐름을 이어가고, 답을 적은 뒤에는 빠뜨린 것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이 과정이 이어져야 머릿속 지식이 성적으로 나타난다.

ADHD가 있는 아이는 알고 있는 것을 문제 풀이에 일관되게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문제를 다 읽기도 전에 떠오른 답을 성급하게 표시하거나, ‘옳지 않은 것’을 고르라는 문제에서 ‘않은’이라는 단어를 지나치는 게 한 예다. 단위를 빠뜨리거나 계산은 맞게 하고서도 답을 다른 칸에 적기도 한다. 몰라서 제대로 못 푼 것이 아니므로 정작 시험이 끝난 뒤 같은 문제를 다시 보여주면 금방 정답을 찾는 아이도 있다.

그렇다면 부모에게는 또 의문이 생긴다. ‘할 수 있는데 왜 매번 그렇게 하지 못할까?’ 이 지점에서 아이는 ‘공부를 대충 한다’거나 ‘꼼꼼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는 “나는 공부를 못하나 봐.” “열심히 해도 소용없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ADHD 아동 공부의 핵심은 지식의 양을 늘리기보다, 알고 있는 것을 제대로 해내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을 수 있다.

성적표에는 정답과 오답이 남는다. 하지만 오답이 생긴 이유까지 적혀 있지는 않다. 반면 시험지는 좋은 단서를 준다. 문제를 제대로 읽지 않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오답이 늘어나는지, 답을 옮겨 적으며 실수하는지, 검토 없이 제출하는지를 볼 수 있다. 오답을 다시 보는 목적은 꾸짖는 것이 아니라 실수의 패턴을 찾는 데 있다.

시험에서는 자신에게 자주 나타나는 실수 몇 가지를 미리 정해 마지막에 확인할 수 있다. ‘부정문을 제대로 읽었는가.’ ‘단위를 확인했는가.’ ‘답을 맞는 칸에 적었는가.’ 등과 같이 짧고 구체적인 행동 수칙이 복잡한 지시보다 더 도움이 된다.

공부 시간도 마찬가지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다고 그 시간 내내 같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집중의 흐름이 끊기면 시간은 길어지고 진도는 더뎌진다. 그래서 ADHD 아동은 공부 시간을 늘리기보다 언제 집중이 약해지고 어떤 실수가 반복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할 때는 긴 시간을 한꺼번에 공부하기보다 집중할 수 있는 단위로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의 핵심 조건을 표시하고, 몇 문항씩 푼 뒤 짧게 확인하는 습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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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 포항채움의원·사공정규 ADHD 클리닉 원장
ADHD 아이를 도우려면 결과만 재촉하기보다 수행의 방식을 함께 살펴야 한다. 정확하게 읽고, 일정한 속도로 문제를 풀며, 자신의 실수를 확인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ADHD가 있는 아이의 학업을 단순히 공부를 잘하느냐 못하느냐로만 보면 핵심을 놓칠 수 있다. 공부는 아는 것을 필요한 순간에 정확하게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이 칼럼은 사공정규 포항채움의원·사공정규 ADHD 클리닉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