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로 숨 쉬는 것 같아요” 전자담배 피운 10대 덮친 비극

[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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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에 중독돼 천식이 악화된 청년의 사연이 전해졌다./사진=미러
달콤한 향과 거부감이 적은 맛 때문에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자담배 역시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전자담배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기도가 좁아지면서 호흡 곤란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8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미러(Mirror)에 따르면 서리주에 거주하는 프레디 잰먼(18)은 12세 때 친구의 권유로 전자담배를 처음 접했다. 세 살 때 천식을 진단받아 먼지나 동물 털에 노출될 때마다 입원 치료를 받아왔던 잰먼은 전자담배를 사용하기 시작한 뒤 만성적인 흉부 감염과 항생제 치료를 반복해서 받았지만 전자담배 사용을 멈추지 못했다.

잰먼은 "역한 냄새가 없고 달콤한 맛이 나 거부감이 없었다"며 "신분증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상점을 찾아다니며 전자담배를 계속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후 하루 평균 약 1200모금을 흡입할 정도로 사용량이 늘었다. 그의 하루 니코틴 섭취량은 약 80mg에 달했으며, 이는 그가 사용한 전자담배 제품 기준으로 일반 담배 약 2갑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결국 지난 3월 증상이 급격히 악화됐다. 가슴이 쥐어짜이듯 답답해지는 증상을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생각해 위산 역류 치료제를 복용하며 버텼으나 증상은 점점 심해졌고, 이어 좁은 빨대로 숨을 쉬는 듯한 극심한 호흡 곤란이 나타났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된 뒤에는 혈중 산소포화도가 위험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잰먼은 나흘간 산소마스크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병실에서 몰래 전자담배를 사용할 정도로 의존성이 심했다. 이후 금연 전문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니코틴 패치와 껌 등을 사용하며 금연 치료를 시작했고, 결국 전자담배를 끊었다. 현재도 금연을 유지하고 있으며 호흡기 증상도 눈에 띄게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도 좁아지며 ‘급성 천식 발작’ 유발

잰먼의 급성 호흡 곤란은 전자담배 사용으로 촉발된 천식 발작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천식은 외부 자극에 기도가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기관지가 좁아지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집먼지진드기와 꽃가루 등이 대표적인 유발 요인이며,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에어로졸도 기도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가열할 때 발생하는 에어로졸에는 프로필렌글리콜과 식물성 글리세린을 비롯한 다양한 화학물질과 미세 입자가 섞여 있다. 이 물질이 기도에 들어오면 급성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기관지 수축을 유발해 호흡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천식 환자는 기도가 예민한 만큼 이러한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연구팀이 2022~2024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참여한 전국 중·고등학생 15만9383명을 분석한 결과, 흡연 형태에 따라 천식 위험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비흡연자와 비교했을 때 일반 담배만 사용하는 청소년의 천식 위험은 1.34배 높았고, 액상형 전자담배만 사용하는 경우 4.34배, 궐련형 전자담배만 사용하는 경우 9.16배까지 올라갔다.

◇미성숙한 10대 뇌, 니코틴 의존성에 취약

청소년기 전자담배 사용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뇌가 아직 발달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뇌는 보상과 쾌락에 관여하는 영역이 비교적 빠르게 발달하는 반면, 충동 조절과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20대 중반까지도 발달이 이어진다.

이 시기에 니코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뇌의 보상 체계가 변화하면서 극소량의 흡입만으로도 의존성이 형성되기 쉽다. 니코틴은 집중력과 학습, 충동 조절 등 청소년의 뇌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소년기에 니코틴 사용을 시작하면 이후에도 니코틴 의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금연이 더욱 어려워지고, 약물이나 알코올 등 다른 중독성 물질에 쉽게 빠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