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생기면 기억력 뿐 아니라 식습관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부모님과 함께 식사할 때, 뚜렷하고 지속적인 변화가 관찰된다면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 보자.
◇갑자기 단 음식 찾는 경우
전두엽과 측두엽에 문제가 생겨 전두측두엽 치매가 발생하면 단 음식, 탄수화물, 기름진 음식을 찾는다. 존스홉킨스대 겸임교수이자 신경과 전문의인 마지드 포투히 박사는 “전두엽은 충동과 음식 선택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곳이 손상되면 섭취 조절 능력이 급격히 약해질 수 있다”고 했다. 뇌의 보상 회로가 손상되면서 단 음식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식습관 변화가 기억력 저하보다 먼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신경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MRI·PET 영상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식욕이 떨어진 경우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는 후각 기능 저하를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증상으로 본다. 냄새 식별 능력 저하, 해마 손상 및 위축, 전두엽 피질 두께 감소, 일화 기억력 저하 등 다양한 원인이 후각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의 변화로 후각을 상실하면 음식이 싱겁거나 맛없게 느껴져 식욕을 잃기 쉽다. 우울증이나 식사 환경 자체가 식욕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 포투히 박사는 “치매 환자는 우울증을 겪을 위험이 높아 식사 등 신체 활동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식기를 사용하면서 동시에 대화를 이어가는 환경이 스트레스를 유발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식사 자체를 잊은 경우
치매 환자는 식사하는 것을 잊거나, 이미 식사를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미국 신경과 전문의 아담 메드닉 박사도 “치매는 배고픔과 포만감을 음식의 모습과 시간 같은 외부 자극에 연결짓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 식욕을 조절하는 뇌 영역이 손상되면 배고픔을 인지하거나 표현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적게 먹거나 과식하게 된다. 식사를 하지 않거나 식사량에 변화가 생긴 경우 신경과 상담을 받아 보는 게 좋다.
◇같은 메뉴를 반복해 먹는 경우
평소 직접 요리를 해 먹던 사람이 식사 계획, 장보기, 요리 준비를 하지 못하고 매일 같은 음식을 반복해서 먹는 것도 위험 신호다. 요리를 할 때는 계획을 세워 순서대로 조리해야 하는데, 치매가 이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전두엽이나 시상하부 등에 문제가 생기면 특정 종류의 음식만 먹으려 하는 강박적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로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대 신경학자 앤드류 커테즈 박사는 하루에 우유 3~4L와 바나나 여러 송이를 먹었던 여성을 전두측두엽 치매 사례로 소개한 바 있다.
◇가급적 같이 식사하고, 식사 시간에만 식탁 차려야
미국 노인 전문 영양사 앨리슨 네오브는 치매 환자와 식사할 때는 접시에 음식을 너무 많이 담지 말고, 소량씩 여러 번 나눠 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식욕이 없을 때 많은 양의 음식을 차리면 부담스러울 수 있어서다. 그는 “치매 환자는 식사처럼 익숙한 일조차 어려워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이 식사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며 가급적 함께 식사하는 게 좋다고 했다. 식사 시간이 아니면 되도록 식탁 위에 음식을 놓지 말고, 밥을 먹을 때는 텔레비전 같은 방해 요소를 제거한다. 단 음식을 아예 못 먹게 하는 대신 요거트나 과일 같은 건강한 식품으로 대체하고, 과일, 채소, 견과류 섭취량을 늘리면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