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싸다는데’… 대형약국서 약 쟁여두기,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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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약국 내 진열대에 각종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들이 놓여 있다./사진=신소영 기자
‘대형약국’이 점점 대중화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제품을 한자리에서 비교하고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약은 식품과 달리 복용법과 보관법을 지켜야 하는 의약품이다. 싸다는 이유로 필요 이상 구매해 쟁여두는 약국 소비 행태 변화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제품을 저렴하게… 요청하면 약사 상담도

한때 일부 번화가를 중심으로 하나 둘 등장했던 대형약국이 최근 동네 곳곳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포털에 따르면 올해 3~5월 신규 개설된 약국 306곳 가운데 70평 이상 약국은 30곳이었다. 신규 약국 10곳 중 1곳꼴로 대형 규모인 셈이다.

대형약국의 특징은 넓은 공간에 다양한 제품을 갖춰놓는다는 점이다. 일반의약품과 상비약뿐 아니라 영양제, 건강기능식품, 피부 관련 연고와 화장품, 반려동물용 의약품·영양제 등도 판매한다. 지점마다 차이가 있지만 1~3명의 약사가 상주해 상담을 제공하기도 한다.

실제 남양주의 한 대형약국을 찾아 상담을 받아보니 약사는 증상과 복용 여부 등을 묻고 의약품 종류와 제형에 따른 차이를 설명했다. 증상에 따라 건강기능식품이나 건강음료 등을 함께 권하기도 했다. 의약품뿐 아니라 다양한 건강 관련 제품을 한 공간에서 상담받고 구매할 수 있다는 대형약국의 특징을 보여준다. 다만 해당 약국은 조제약은 취급하지 않았다.

가격도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일부 진통제와 알레르기약 등은 일반 약국보다 30~40% 저렴한 수준이었다. 약사들은 "대량으로 제품을 들여와 마진을 적게 붙여 판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필요한 제품을 한꺼번에 구매하려는 소비자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대형약국을 찾는 모습이다.

◇“가격 차이 무시 못 해”… 동네약국은 타격

대형약국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특히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일반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은 가격 차이가 클수록 대형약국을 찾을 유인이 커진다. 대형약국을 찾은 30대 여성 A씨는 “자주 구매하는 아이들 영양제는 5000원 정도 가격 차이가 나 무시할 수 없다”며 “동네에 생기니 멀리 가지 않아도 돼서 좋다”고 말했다. 50대 남성 B씨는 “집에 떨어진 상비약을 확인해 여러 개 구매한다”며 “종류가 워낙 많아 준비 없이 가면 필요 없는 물건까지 사게 될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반면 지역 약국가에서는 대형약국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장 큰 부담은 가격 경쟁이다. 한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대형약국은 제품을 대량 사입해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지만 10~15평 규모의 동네 약국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실제 피해를 보는 약국이 많다”고 말했다. 지역 내 대형약국 과밀화 현상도 나타나며 동네 약국에 대한 가격 신뢰도가 줄고 방문 고객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부터 대형약국이 빠르게 확산하자 대한약사회 등 약사 단체는 대형약국이 의약품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훼손하고 약물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며 반발해왔다.

◇“잘 쓰면 약, 잘못 쓰면 독”… 필요한 약만 구입을

소비자 역시 대형약국에서의 과소비와 오남용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대형약국에서는 마트처럼 카트에 각종 약을 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지만, ‘많이 사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대한약사회 김예지 전문약사 교육위원(약사)은 “의약품은 필요한 경우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게 적절히 사용해야 약이 된다”며 “인터넷 광고나 주변 사람의 경험만 보고 같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여러 제품을 먹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구매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건강기능식품도 특정 성분을 농축한 제품인 만큼 복용 중인 약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김 약사는 “자신이 가진 질환이나 현재 먹고 있는 약과 맞는지 약사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약국에서는 이런 부분을 확인해 환자에게 맞지 않거나 함께 먹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제품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약을 먹지 않는 것도 기본이다. 의약품의 사용기한은 정해진 보관 조건에서 약효와 품질이 적절하게 유지되는 기간을 기준으로 설정된다. 대량 구매 후 오래 보관하다 사용기한이 지났다면 복용하지 말고 폐기해야 한다. 김 약사는 “필요한 약을 약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싸다는 이유로 필요 이상의 약과 건강기능식품을 사서 쌓아두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의약품 과다 구매·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는 ‘창고형’ ‘공장형’ 등의 표현을 약국 명칭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약사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대형약국은 소비자에게 가격과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용량 구매가 곧 절약’이라는 생각으로 필요하지 않은 의약품까지 구입하면 오히려 낭비가 될 수 있다. 약을 살 때는 가격뿐 아니라 현재 복용 중인 약이나 질환과의 관계, 필요한 양, 사용기한과 보관법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