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위험 낮은 심방세동 환자도 항응고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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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심방세동 환자 가운데 뇌졸중 위험이 높지 않아 항응고제 치료를 적극적으로 권고받지 않던 환자도 항응고제를 복용하면 뇌졸중과 혈전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정보영·유희태·김대훈 교수 연구팀은 뇌졸중 위험이 중간 정도인 심방세동 환자 1803명을 대상으로 항응고제 치료 효과를 분석한 결과, 항응고제 투여군의 주요 임상 사건 발생 위험이 비투여군보다 69% 낮았다고 2일 밝혔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으로, 심장 안에서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면서 혈전이 생길 수 있다. 혈전이 혈관을 타고 이동해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어 항응고제를 이용해 혈전 생성을 억제한다.

문제는 모든 심방세동 환자에게 항응고제 치료가 명확하게 권고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뇌졸중 위험을 평가하는 CHA₂DS₂-VA 점수에 따라 치료 방침이 달라진다. 뇌졸중이나 전신색전증 병력이 있거나 고령 등 위험이 높은 환자는 항응고제 치료가 강하게 권고되지만, 고혈압·당뇨병·심부전·혈관질환·고령 등 위험요인이 하나 정도인 환자는 그동안 항응고제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는 수준으로 제시돼 왔다.

중간위험군에서는 항응고제를 사용하는 것이 실제로 뇌졸중을 얼마나 예방하는지, 출혈 위험은 얼마나 높이는지에 대한 무작위 임상시험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국내 18개 의료기관에서 뇌졸중 위험이 중간 정도인 심방세동 환자 1803명을 모집해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눴다. 902명은 항응고제를 복용했고, 901명은 항응고제를 투여받지 않았다. 24개월 동안 뇌졸중과 전신색전증, 주요 출혈, 심혈관계 사망 등의 발생 여부를 추적했다.

그 결과, 주요 임상 사건은 항응고제 투여군에서 4명, 비투여군에서 13명 발생했다. 24개월 누적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 항응고제 투여군의 발생 위험이 비투여군보다 69% 낮았다.

특히 뇌경색 등 허혈성 뇌졸중이나 전신색전증 발생은 항응고제 투여군에서 1명, 비투여군에서 10명으로 나타났다. 항응고제 투여군에서 해당 사건이 발생할 위험은 비투여군보다 90% 낮았다.

항응고제 치료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히는 주요 출혈 발생률은 두 군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심혈관계 사망은 두 군 모두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항응고제 치료 여부를 두고 임상적 판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던 중간위험 심방세동 환자에서도 항응고제가 뇌졸중과 혈전색전증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를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보영 교수는 “뇌졸중 위험요인이 하나뿐인 심방세동 환자에서도 항응고제 치료가 뇌졸중을 비롯한 주요 임상 사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간위험 환자의 항응고제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