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다리만 커지는 ‘KT증후군’ 환자들… 장애 인정 안 돼 지원 無”

[환우회 탐방]
한국 PROS 환자단체 서이슬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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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슬 대표가 선천성 희소 복합혈관질환​ 환자들의 치료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헬스조선DB
‘클리펠-트레노네이증후군(이하 KT증후군)’은 선천성 복합혈관질환으로, 팔다리 곳곳에 화염상 모반, 정맥 이상, 과다 성장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혈관을 생성하고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 ‘PIK3CA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발생하며 인구 10만명 당 한 명꼴로 나타나는 희귀질환이다. 완치가 어렵고 합병증 위험이 높지만 중증 희귀질환이 아니고 현행 장애진단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약제 접근성, 제도적 지원 등이 미비한 실정이다. 한국PROS(PIK3CA-Related Overgrowth Spectrum, PIK3CA 연관 과성장 스펙트럼)환자단체 서이슬 대표(41)를 만나 환자들의 치료 환경에 대해 들어봤다. 현재 서 대표의 자녀 또한 KT증후군을 앓고 있다.

-현재 자녀는 어떤 상태인가?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다리가 왼쪽 다리에 비해 두 배 이상 크고 길이도 계속 길어지고 있다. 비정상적인 성장으로 척추측만증이 발생했고 다리 출혈이나 급성 감염인 봉와직염도 반복되고 있다. 양발 크기와 부피 차이가 커 맞춤 신발을 제작해 신어야 하며, 척추측만증이 진행되고 있어 척추 보조기도 착용 중이다.”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맞춤 신발 한 켤레 제작에 약 50만원이 드는데, 아이가 성장기라 6개월마다 새로 제작하고 있다. 장애 진단을 받으면 제작 비용의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지만 현행 장애 진단 기준에 우리 아이 같은 발 변형은 포함되지 않는다. 현 기준에 의하면 장애 판정이 필요한 다리가 건강한 다리보다 5cm 이상 짧아야 하는데, 우리 아이는 반대로 장애 판정이 필요한 다리가 건강한 다리보다 3.5cm 이상 길다는 이유에서다. 척추 보조기 역시 성장에 따라 보조기를 지속적으로 조정하거나 새로 제작해야 해 의료보조기기 비용 부담이 뒤따른다.”

-환우회는 어떻게 시작했나?
“2012년 12월에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KT 증후군을 진단받았다. 당시 미국 거주 중이라 ‘KT 서포트 그룹’이라는 환자·보호자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희소 혈관질환 전문의들이 모이는 컨퍼런스에 참여하면서 질환 정보를 찾았다. 한국에도 이런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2014년 온라인 카페를 개설했고, 2019년 귀국한 뒤 오프라인 모임을 시작했다. 2020년 11월 비영리 임의단체로 등록하면서 지금의 환우회 형태를 갖췄다. 현재 약 200명이 속해 있고 정기총회, 가족 캠프, 의료진 초청 세미나 등을 진행 중이다.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국제 단체와 교류를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국제혈관기형학회 아시아 대표도 시작했다.”

-단체 이름에 질환명을 넣지 않은 이유가 있나?
“한국PROS환자단체는 KT증후군을 포함한 10여개의 선천성 희소 복합혈관질환 환자와 보호자를 아우르는 단체다. KT증후군 환자들에서 나타나는 PIK3CA 유전자 변이가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선천성 복합혈관질환 환자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단체명을 정했다.”

-환우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일상적인 불편함을 지속적으로 겪는다. 한쪽 팔다리가 비대해지면서 몸의 균형이 무너지고 골반과 허리 등이 틀어져 보행이 어렵다. 외형이 다르다는 이유로 시선을 받는 것도 큰 어려움이다. 하지정맥류 시술, 약제, 척추 보조기, 특수 신발, 모반 레이저 등 일상생활을 위해 필요한 치료가 대부분 비급여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이나 출혈, 봉와직염도 반복된다. 봉와직염이 발생하면 다리가 심하게 붓고 열과 통증이 생겨 열흘 정도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학업이나 취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치료제도 있지만 사용이 어려운 것으로 아는데?
“현재 특정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해외에서 임상시험 중이고, 이미 다른 질환(유방암)에 사용되고 있는 약물이 우리 질환을 대상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진행되고 있다. 초기 연구 결과가 좋아 미국에서 가속승인을 받아 사용되는 약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정식 허가와 급여화가 이뤄지지 않아 의사의 판단에 따라 치료 목적 사용 제도를 통해 약을 공급받고 있다. 국내에서 30명 정도가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다만, 제약사의 무상 공급에 의존하고 있어 언제까지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환자들의 불안이 크다. 공급이 중단되면 해외에서 약을 직접 들여와야 해 연간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 수도 있다.”

-향후 환우회의 목표가 있다면?
“환자들이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필요한 약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국제 임상시험만 바라보지 않고 국내에서도 치료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국내 임상시험 활성화와 약제 정식 도입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하도록 의사, 전문가, 정부에 필요한 지원을 적극 요청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제혈관기형학회 내 환자단체 위원회에서 아시아 대표를 맡고 공청회에 참석하는 등 국내외 활동으로 환우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 스스로도 위축되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가족 캠프 등 단결력을 높일 수 있는 활동들도 진행 예정이다.”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환자와 가족이 치료제와 정보를 찾고 제도와 지원을 요구하는 것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달라져야 한다. 국가가 질환별 치료 현황과 환자들의 어려움을 제대로 파악하고, 치료제 접근성뿐 아니라 교육·취업 등 생애 전반에 걸친 지원 체계를 마련해주길 바란다. 환자와 가족들이 투병과 생계를 이어가는 데 집중하면서도 현재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함께 길을 찾아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