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진단 받았다면, 신장 검사도 받아라”

유럽심장학회·유럽신장학회 가이드라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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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초음파검사를 받는 모습./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는 심장뿐 아니라 신장 건강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새로운 국제 진료지침이 나왔다. 만성콩팥병(CKD)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동시에 심혈관질환도 신장 기능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두 질환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심혈관질환 진단 때 신장 기능도 확인

유럽심장학회(ESC)는 유럽신장학회(ERA)와 공동으로 마련한 심혈관질환·만성콩팥병 관리 지침을 최근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ESC 콩그레스 2026’에서 발표했다. 심혈관질환과 만성콩팥병을 함께 다룬 ESC 최초의 가이드라인이다.

이번 지침은 만성콩팥병 관리 전략으로 ‘STAMP on CKD’를 제시했다. ▲선별검사(Screen) ▲위험도 분류(Triage) ▲만성콩팥병 위험 관리(Address CKD Risk) ▲심혈관질환 치료 조정(Modify CVD Management) ▲의료서비스 계획(Plan Health Services)의 5단계다.

첫 단계인 선별검사는 심혈관질환으로 진단받은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만성콩팥병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혈액검사에서 크레아티닌을 측정해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을 확인하고, 소변검사를 통해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을 측정하도록 권고했다.

이를 통해 신장 기능 저하와 소변으로 단백질이 빠져나오는 상태를 조기에 확인하고, 신부전 및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환자를 선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만성콩팥병 검사를 권고하는 이유는 두 질환이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체내 노폐물과 염증 물질이 쌓이고 혈관 기능 이상이나 혈관 석회화 등이 나타나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심혈관질환이나 고혈압으로 혈관이 손상되면 신장으로 가는 혈류에도 영향을 줘 신장 기능이 악화될 수 있다. 즉 심장과 신장이 각각 나빠지는 데 그치지 않고 한쪽의 이상이 다른 장기의 손상을 부르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서는 신부전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위험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검증된 위험도 평가 도구를 활용해 신부전과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파악하고, 고위험군에는 조기에 위험을 낮추는 치료를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레닌-안지오텐신계(RAS) 억제제와 SGLT2 억제제를 스타틴 기반 치료와 함께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만성콩팥병 진행과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일부 약물이 체내에 축적될 수 있는 만큼 심혈관질환 치료제를 선택하거나 용량을 조절할 때도 신장 기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장내과·신장내과 협진도 중요

만성콩팥병과 심혈관질환을 함께 가진 환자가 적지 않은 만큼 진료과 간 협력도 강조했다. 고위험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고 필요할 경우 심장내과와 신장내과 진료를 적절한 시기에 연계할 수 있는 의료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자와 가족이 치료 과정에 참여하는 것도 권고했다. 환자가 자신의 상태와 치료 방법을 이해하고 의료진과 치료 방향을 함께 결정하도록 해 환자 중심 진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환자가 의료진과 공동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별도의 환자용 가이드라인도 마련됐다.

한편, 국내에서도 만성콩팥병과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을 고려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대한신장학회는 당뇨병콩팥병·고혈압콩팥병 등에 대한 별도 진료지침을 마련하고 있으며, 당뇨병콩팥병 환자에서 SGLT2 억제제의 활용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이번 ESC 지침은 특정 신장질환에 국한하지 않고 심혈관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라면 신장 기능과 소변 알부민을 함께 확인하는 것을 첫 단계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내 진료 현장에도 참고할 만한 내용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