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한 의사 중징계하면, 환자는 더 안전해질까

[메디컬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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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고의로 발생한 사고와 고의 없는 착오로 발생한 사고를 구분하고, 의도치 않게 발생한 의료 사고에 대응할 체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5년 전 코로나19 예방접종이 한창이던 시기, 한 의원에서 주사기와 관련한 사고가 발생했다. 의사가 앞 환자에게 예방접종을 시행한 주사기를 새 주사기로 착각해 다음 환자의 피부를 찌른 것이다. 의사는 곧바로 사고를 인지했고, 그 즉시 환자에게 사실을 알려 감염 가능성에 대비한 검사와 필요한 사후 조치를 시행했다. 환자 안전사고 자율 보고도 마쳤다. 다행히 환자에게 실제 감염 등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용한 주사기를 다시 사용한 행위는 중대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 해당 의사에게는 당초 6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다만 사고 후 즉시 사실을 알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한 점 등이 고려돼 3개월로 감경됐다. 의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승소했으나 항소심에서는 패소해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 사건을 두고 의료계가 고민해야 할 문제가 있다. ▲실수를 무겁게 처벌하면 같은 실수를 막을 수 있는가 ▲그것이 궁극적으로 환자를 더안전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다.

환자 안전 분야에서는 인간의 오류를 발생 원인에 따라 구분한다. 그중 ‘순간적 실수(slip)’는 올바른 방법을 모르거나 안전 수칙을 무시해서 발생하는 잘못과는 다르다.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순간적인 주의 또는 인지의 오류로 의도와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다. 이러한 오류는 교육과 처벌만으로 완전히 예방하기 어렵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환자 안전 문제를 개인의 잘못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의료 현장의 많은 오류는 개인 한 사람의 문제라기보다 시스템과 업무 과정의 취약성이 의료인의 실수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의료인의 책임을 묻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WHO가 강조하는 ‘공정 문화(Just Culture)’ 역시 무조건적인 면책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의적인 위반이나 환자 안전을 무시한 무모한 행동에는 책임을 묻되, 비고의적인 인적 오류는 그 원인을 분석해 시스템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주사기 재사용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의료인에게 높은 수준의 주의 의무가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며, 고의적인 재사용이나 반복적인 안전 수칙 위반에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순간적인 비고의적 오류에 대해서까지 중징계를 중심으로 접근하면 또 다른 환자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바로 ‘자진 신고의 위축’이다. 의료 사고나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이를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 의료인 자신이다. 주사기 사고를 발견한 의료인이 즉시 사실을 알리면 환자는 감염 여부에 대한 검사와 추적 관찰을 받을 수 있다. 예방접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필요한 접종을 다시 받을 수도 있다.

반대로 자신의 실수를 자진 신고해도 중징계를 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의료 현장에 확산된다면 어떻게 될까. 의료인이 사고를 발견하고도 신고를 주저하거나 심지어 숨기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환자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도 모른 채 필요한 검사와 치료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이것은 의료계만의 주장이 아니다. WHO는 환자 안전을 위해 사고 보고와 학습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2024년 세계 환자 안전 보고서에서도 비난 중심의 문화는 두려움과 불신을 만들고 사고 보고와 투명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보건의료 연구·품질청(AHRQ) 역시 환자 안전 문화를 평가하면서 오류에 대한 비징벌적 대응, 열린 의사소통, 사고 보고와 조직의 학습을 중요한 요소로 다루고 있다.

즉, 환자를 안전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처벌하지 않는 문화’가 아니라 ‘책임’과 ‘학습의 균형’이다. 고의적인 위반과 무모한 행동에는 책임을 묻되 순간적인 인적 오류가 발생했을 때는 무엇이 그 오류를 가능하게 했는지 찾아야 한다. 사용한 주사기가 즉시 폐기되도록 업무 과정을 설계하고, 사용 전후 주사기가 혼재할 가능성을 차단하며, 사고와 ‘아차사고(사고가 발생할 뻔했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 등 직접적인 손실로 이어지지 않은 위험한 순간)’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보고하도록 만드는 것이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는 보다 근본적인 방법이다.

특히 사고를 즉시 자진 신고하고 환자에게 사실을 알린 뒤 필요한 검사와 사후 조치를 충실히 시행한 경우와, 사고를 은폐해 환자가 위험에 대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한 경우를 행정 제재 과정에서 충분히 구별하고 있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최종적인 법률 판단은 법원의 몫이다. 그 판단과 별개로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남는다. 환자 안전의 목적은 실수한 사람을 찾아 처벌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사고가 다음 환자에게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의료인의 책임을 엄정하게 묻는 것과 의료인이 자신의 실수를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고의와 무모한 행위에는 엄격한 책임을 묻되 비고의적인 인적 오류의 특성을 고려하고, 무엇보다 사고를 발견한 의료인이 즉시 자진 신고해 환자를 보호하도록 유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환자에게 가장 위험한 의료사고는 어쩌면 발생한 사고보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사고일 수 있다.

(*이 칼럼은 강태경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