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잘못 먹었다가 간이식 받은 70대 여성… 무슨 사연?

[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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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한 70대 여성이 급성 간부전으로 응급 간이식을 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일부 고농축 허브 성분은 드물게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사진 = 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건강을 위해 복용한 여러 건강보조식품 때문에 급성 간부전이 발생해 응급 간이식까지 받은 7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노팅엄에 사는 틸다 패트먼(72)은 지난 2022년 코로나19 감염 후 이어진 기침, 불면증, 피로를 완화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구매한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해당 제품에는 녹차, 검은깨, 강황, 인삼, 멜라토닌, 아슈와간다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복용 약 3주 만에 심한 피로와 통증, 변비가 나타났다.

이후 딸과 영상 통화를 하던 중 딸이 틸다의 눈이 노랗게 변한 것을 발견했고, 틸다는 손바닥까지 노랗게 변한 것을 확인한 뒤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틸다는 급성 간부전 상태였다. 이후 48시간 동안 간 기능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환각 증상까지 나타났고, 전문 치료센터로 이송돼 닷새 만에 응급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도 위중한 상태가 이어져 약 10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틸다를 치료한 영국 노팅엄대학교병원 NHS 트러스트 구루프라사드 아이탈 교수는 “간세포 대부분이 죽어 있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알코올 섭취 등 다른 원인을 배제한 결과 건강보조식품이 급성 간부전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했다.

◇고농축 허브 추출물, 드물게 급성 간 손상

건강보조식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간에 안전한 것은 아니다. 특히 녹차 추출물, 강황, 아슈와간다 등 일부 허브 성분은 드물게 급성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일반 식품으로 섭취할 때와 달리 보충제에는 특정 성분이 고농도로 들어 있어 간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탈 교수는 보충제로 인한 독성 반응이 발생하면 간세포가 대량으로 파괴돼 일주일~3개월 사이 급성 간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간이 더 이상 혈액에서 독소를 제거하지 못하면 뇌, 신장, 혈액순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심한 경우 혼란이나 환각이 나타나고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탈 교수가 주도한 다국적 연구에서도 약물 유발성 간 손상 확진 사례의 7%가 허브 또는 건강보조식품과 관련됐다. 녹차 추출물에 들어 있는 카테킨의 일종인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GCG)는 고용량 섭취 시 간세포에 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 일부 강황 보충제에는 커큐민의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피페린이 함께 들어 있어, 일반적인 식품으로 강황을 섭취할 때보다 체내 노출량이 늘어날 수 있다.

◇특정 유전자 있으면 간 손상 위험 커

보충제로 인한 간 손상에는 유전적 특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HLA-B*35:01’ 유전자 변이는 강황이나 녹차 추출물 등에 의한 간 손상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됐다. 특정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은 보충제 성분에 면역체계가 비정상적으로 반응해 간세포를 공격할 수 있다.

2023년 ‘미국의학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Medicine)’ 연구에서는 강황 보충제 복용 후 간 손상이 발생한 환자 10명 중 7명에게서 HLA-B*35:01 변이가 확인됐다. 다만 해당 변이가 있다고 반드시 간 손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피로·메스꺼움 증상 모호… 황달 등 나타나면 진료받아야

보충제로 인한 간 손상은 초기에 피로, 메스꺼움, 가려움 등 모호한 증상만 나타날 수 있다. 진행되면 눈이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진한 소변, 옅은 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건강보조식품 복용 후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복용 중인 제품을 의료진에게 알리고 진료받아야 한다. 여러 종류의 보충제를 한꺼번에 복용하거나 고농축 허브 추출물을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