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아니었다… 몸에서 ‘가장 빨리 늙는 장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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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마다 노화 시점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폐는 20~40대에 노화가 가속화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같은 사람의 몸에서도 특정 장기만 빠르게 늙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리아과학아카데미 분자의학 연구센터 안드레 렌데이로 박사팀은 여러 조직의 유전자 발현과 조직 표본을 함께 제공하는 대규모 연구인 '유전자형-조직 발현 프로젝트'에 참가한 20~70세 983명의 29개 장기, 40개 조직에서 얻은 조직병리학 이미지 2만5712장을 딥러닝으로 분석했다. 이어 각 조직의 현미경적 구조에서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특징을 찾아내 각 조직의 생물학적 연령을 추정하는 모델인 '조직 시계'를 만들었다. 이후 같은 사람의 조직 이미지와 유전자 발현 정보를 연결해 장기별 노화 정도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 조직 시계가 예측한 생물학적 연령은 실제 나이와 평균 4.88년 차이를 보였다. 실제 나이보다 조직의 노화가 빠를수록 텔로미어가 더 짧고 조직의 병리적 변화가 많았으며, 동반 질환도 많은 경향을 보였다.

장기마다 노화가 빨라지는 시점도 달랐다. 폐·난소·갑상샘·신장·췌장·부신은 20~40대에 노화가 가속됐고, 대장과 대동맥은 20대와 45~55세에 노화 속도가 빨라졌다. 뇌·근육·피부는 30~40대와 60~70대에 두 차례 노화가 가속되는 양상을 보였다. 자궁은 약 45세부터 변화가 두드러졌으며, 가장 빠른 노화 시점은 45~55세 폐경이 시작되는 시기와 겹쳤다.

같은 사람이라도 장기별 노화 정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몸 전체의 여러 조직이 실제 나이보다 늙게 나타나는 사람도 있었지만, 심장·폐·위 등 특정 장기에서만 두드러진 노화가 나타나는 경우도 확인됐다.

노화와 질환의 연관성도 나타났다. 신부전은 여러 조직의 가속화된 노화와 관련됐고, 당뇨병은 췌장, 만성 호흡기질환은 폐의 생물학적 연령 증가와 연관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조직을 채취하지 않고 장기별 노화 정도를 알아낼 수 있도록 혈액의 유전자 발현 정보로 조직의 생물학적 연령 차이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독립적인 혈액 표본 1205개를 분석한 결과, 뇌졸중은 뇌, 크론병은 위장관, 알츠하이머병은 뇌 등 질환과 관련된 장기에서 노화 신호가 두드러졌다. 다만 혈액으로 장기의 실제 나이를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다. 혈액 속 유전자 발현 정보를 이용해 특정 조직의 노화 정도를 간접적으로 예측한 것이다.

연구 저자 렌데이로 박사는 “이 연구는 노화를 단순히 시간이 흐르면서 몸이 일정하게 변하는 과정이 아닌, 조직의 구조와 분자 변화가 서로 얽혀 장기마다 다른 속도로 진행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