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웬만큼 나빠져도 잘 아프지 않다. 이때 손에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손톱이 뿌옇게, 끝에만 분홍 띠
손톱 전체가 희뿌옇게 흐려지고, 끝부분에만 폭이 좁은 분홍빛 띠가 남으면 간이 안 좋다고 의심할 여지가 있다. 이런 변화를 ‘테리의 손톱’이라고 한다. 손톱바닥의 혈관 변화와 결합조직 변화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한두 손톱만 변하는 무좀이나 손톱 외상과 달리, 여러 손톱이 동시에 비슷한 모양으로 변한다는 점이 다르다. 학술지 ‘미국 소화기병학회지(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간질환 및 소화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1000명의 손톱을 살펴본 결과 간경변 환자의 25.6%에서 이러한 변화가 나타났다. 나이, 심부전, 당뇨병 등 다른 요인을 함께 따져 봐도 간경변은 이 변화와 뚜렷하게 연관돼 있었다.
◇손바닥 전체에 가려움
대부분은 가려움증을 피부 문제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발진이나 각질이 없는데도 가렵고 유독 밤에 심해진다면, 이는 간질환 때문에 가려운 것일 수 있다. 간이 만드는 소화액인 담즙의 흐름에 문제가 생기는 담즙정체가 발생하면, 여러 가려움 유발물질이 몸에 쌓여 가려울 수 있다. 이는 손바닥과 발바닥에서 먼저 시작해 팔다리로 번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BMC 소화기학(BMC Gastroenterology)’에 게재된 일본 히로시마대 연구에 따르면, 알레르기나 피부질환이 없는 만성 간질환 환자 2477명을 조사한 결과 가려움을 겪는 비율이 29.8%로 간질환이 없는 사람(16.2%)보다 높았다. 또 간이 만드는 단백질인 알부민 수치가 낮을수록 가려움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알부민 수치는 간 기능이 떨어질수록 낮아질 수 있다.
◇손바닥 가장자리 중심으로 붉은기
손바닥이 붉으면 혈액순환이 잘 되는 것으로 넘기기 쉽다. 하지만 엄지와 새끼손가락 아래 두툼한 부분을 중심으로 붉어지고, 양손에 대칭으로 나타난다면 간 건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손바닥 홍반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간 기능이 떨어지면서 호르몬 대사가 달라지고, 여기에 영향을 받아 손바닥의 작은 혈관이 확장되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시적으로 붉어졌다 가라앉는 게 아니라 특별한 이유 없이 오랫동안 붉은기가 지속된다면 눈여겨봐야 한다. 앞서 언급한 ‘미국 소화기병학회지(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따르면 ‘테리의 손톱’ 기반 간경변 진단 민감도(실제 환자를 얼마나 잘 찾아내는지)와 특이도(환자가 아닌 사람을 얼마나 잘 걸러내는지)는 각각 25.8%, 92.7%로 이는 손바닥 홍반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즉 손바닥 홍반 역시 간경변 환자에서 함께 살펴볼 만한 신체 소견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손바닥에 붉은기가 나타나는 건 임신이나 갑상선 질환, 류마티스관절염에서도 생길 수 있으니 진료를 통해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