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돈도 목돈이 되지만, 몇 백 원 아끼려다 피부·눈·호흡기 문제로 병원비가 더 나갈 수도 있다. 겉보기에 절약처럼 보이나, 잘못된 방식으로 사용하는 생활용품은 세균이 자라기 쉬운 장소가 된다.
◇샴푸통에 물 부어 쓰기
샴푸나 바디 워시가 용기 바닥에 조금 남으면 물을 부어 흔들어 쓰는 경우가 있다. 당장은 알뜰해 보여도, 물이 섞이는 순간 통 안 환경은 달라진다. 펌프 안쪽이나 통 벽에 남은 물기에 세균이 붙어 자랄 수 있다. 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올로지오픈(MicrobiologyOpen)’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독일 호텔 객실의 액체비누 용기 104개를 조사했을 때, 리필형 펌프 용기의 70.2%가 세균에 오염돼 있었고 평균 세균 수는 mL당 2.2×10⁵ CFU(세균이 자라 만든 덩어리 수)였다. 국내 화장품 안전기준에서 기타 화장품의 총 호기성 생균 수(산소가 있는 환경에서 자라는 전체 세균 수)를 1000개/g(mL) 이하로 두는 것과 비교하면 이보다 약 220배가량 많은 셈이다. 그러므로 샴푸, 바디 워시, 핸드 워시는 물을 부은 상태에서 오래 사용하지 말고, 리필 전에는 통을 씻은 뒤 완전히 말리는 게 좋다.
◇수세미 오래 쓰기
수세미는 음식 찌꺼기, 물기, 실내 온도 세 가지의 영향을 한꺼번에 받는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내부에는 세균이 남기 쉬운 조건이다.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독일 기센대 등 공동 연구에 따르면 가정에서 쓰던 주방 수세미 14개를 분석했을 때 362개 세균군이 확인됐고, 일부에서는 1㎤당 최대 5.4×10¹⁰개 수준의 세균 밀도가 관찰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세균이 수세미 내부 빈 공간과 표면에 퍼져 있었고, 바이오필름(세균막)처럼 뭉친 부분도 관찰됐다. 수세미는 냄새가 나거나 미끈거리면 바로 바꾸고, 사용 후에는 음식 찌꺼기를 빼낸 뒤 물기를 짜서 통풍되는 곳에 두는 게 바람직하다.
◇가습기 물 남겼다가 다시 쓰기
가습기 물통에 남은 물을 버리기 아까워 그대로 두었다가 다시 쓰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특히 초음파식 가습기는 물을 잘게 쪼개 공기 중으로 뿜어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물통 속에 세균이 많으면 작은 물방울과 함께 실내에 퍼질 수 있다. 학술지 ‘실내 공기(Indoor Air)’에 게재된 중국팀 연구에 따르면, 초음파 가습기를 이주일 동안 작동시켰을 때 실내 세균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다니는 세균 입자) 농도가 빠르게 늘었다. 상대습도 70% 조건에서는 일주일 안에 1000 CFU/㎥를 넘었다. 이 연구에서 검출된 실내 세균 에어로졸에서는 슈도모나스균속(녹농균이 속한 세균 무리)이 가장 많이 관찰됐다. 녹농균은 피부 상처, 눈, 귀, 호흡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가습기 물은 매일 버리고, 물통도 비운 뒤 말려야 한다. 물때가 끼거나 미끈거리는 느낌이 나면 곧장 세척해 말려야 한다.
◇렌즈통 수돗물에 세척하기
렌즈통을 수돗물로 세척하면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콘택트렌즈와 렌즈통을 물에 닿지 않게 하라고 안내한다. 정수 과정을 거쳤어도 수돗물에 남아 있는 미생물들이 자칫 각막에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술지 ‘안과학(Ophthalmolog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매일 쓰고 버리는 일회용 렌즈 사용자와 비교했을 때, 재사용 소프트렌즈 사용자의 아칸트아메바 각막염 위험도는 약 3.84배 높았다. 렌즈통은 수돗물로 씻지 말고, 매번 새 보존액으로 문질러 헹군 뒤 말려야 한다. 또한 오래 쓰지 말고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게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