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 더위 탓만 하다간… ‘뇌경색 신호’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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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여름철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74세 남성 A씨는 지난 6월 오른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났다가 호전됐다. 당시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권유받았지만 증상이 좋아지자 검사를 거절했다. 이후 8월 초 다시 오른쪽 팔다리가 저리고 마비되는 데다 손에 힘이 빠지고 말까지 어눌해져 병원을 찾았고, 검사에서 뇌경색이 확인됐다. 현재 A씨는 약물치료를 받으고 재활을 병행하고 있다.

명지성모병원 신경과 박평강 과장은 “여름철에는 어지러운 증상을 더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지럼증이 매우 심하거나 균형장애, 발음장애, 복시, 한쪽 팔다리의 마비·저림, 시야장애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뇌경색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히면서 뇌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막힌 혈관의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는데, 소뇌나 뇌간 등 균형과 움직임을 담당하는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어지럼증으로 시작할 수 있다. 여름철에도 뇌경색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탈수와 혈압 변화 때문이다.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리면 체내 수분이 부족해져 혈액이 농축될 수 있다. 피부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압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경동맥 등 혈관이 좁아진 사람은 이런 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 고령자나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 혈관질환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여름철 어지럼증은 단순히 더위 때문이라고 넘기지 말고 동반 증상을 살펴야 한다.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에 보행·균형장애, 복시·발음장애 등이 동반된다면 후순환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소뇌나 뇌간으로 가는 혈관이 막혀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이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졌더라도 일과성 허혈발작일 수 있어 안심해서는 안 된다. 박평강 과장은 “증상이 호전됐다는 이유만으로 뇌경색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특히 이전에 없던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면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뇌경색이 의심되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얼굴 한쪽이 처지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면 119에 신고해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증상이 시작된 시간을 확인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급성기에는 환자의 상태와 혈관 폐색 정도에 따라 정맥 내 혈전용해제나 혈관 내 혈전제거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박평강 과장은 “뇌경색은 증상이 생긴 뒤 치료하는 것만큼 재발을 막는 관리도 중요하다”며 “한 번이라도 뇌혈관질환을 겪었거나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은 계절과 관계없이 평소 혈관 건강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