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는 폐암, 저선량 CT·유전자 검사로 조기 발견

[폐암 新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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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훈 교수는 "폐암은 초기에는 환자가 자각할 만한 뚜렷한 증상이 없다"며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사진=신지호 기자
폐암은 폐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한다. 암 가운데서도 사망률이 높은 편이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성적은 크게 좋아진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폐암 1기 환자 5년 생존율은 80%에 달한다. 반면 2기는 50%, 3기는 30%, 4기는 10% 미만으로 병기가 높아질수록 생존율은 낮아진다.

문제는 폐암이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스스로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폐 자체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거의 없어 암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증상을 인지하지 못한다. 4기까지 진행됐는데도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호흡기내과 김승훈 교수는 "폐암은 초기에는 환자가 자각할 만한 뚜렷한 증상이 없다"며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선량 흉부 CT로 조기 진단… 완치 가능성 높여

과거 폐암 환자들은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을 찾아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19년 국가 폐암검진사업이 시작되면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 현재 54~74세 가운데 30갑년 이상 흡연한 사람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2년에 한 번 저선량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저선량 흉부 CT는 일반 CT보다 방사선 노출량을 약 20% 수준으로 낮춘 검사다. 일반 흉부 엑스선은 폐와 뼈, 주변 조직이 겹쳐 보여 작은 결절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저선량 흉부 CT는 5mm 안팎의 작은 폐 결절까지 확인할 수 있어 증상이 없는 초기 폐암을 찾는 데 유리하다. 김승훈 교수는 "저선량 흉부 CT 검진이 시작되면서 1~2기 폐암 진단 환자가 크게 늘었고, 그만큼 수술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조직검사 넘어 유전자로 폐암 정밀 진단

CT 영상에서 폐암이 의심되는 병변이 발견되면 조직검사를 한다. 기관지와 가까운 병변은 기관지내시경으로, 기관지에서 멀리 떨어진 병변은 피부를 통해 바늘을 넣어 조직을 얻는다. 최근에는 초소형 기관지내시경이나 기관지내시경 초음파를 활용해 폐 깊숙한 곳에 있는 병변에서도 조직을 확보할 수 있다.

확보한 조직으로 폐암 종류를 확인한 뒤에는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다. EGFR, ALK, ROS1 등 주요 바이오마커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여러 유전자 변이를 한꺼번에 살피는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를 시행한다. 조직을 충분히 얻기 어려운 경우에는 액체생검을 보완적으로 활용하며, PET-CT와 뇌 MRI(자기공명영상) 등으로 다른 장기로 암이 퍼졌는지도 확인한다. 이렇게 검사 결과를 종합해 병기를 정하고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EGFR 변이(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변이)는 폐암 치료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EGFR은 암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로, 변이가 생기면 해당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여성과 비흡연자에서 상대적으로 흔하며 폐선암에서는 30~40%까지 보고된다.

김승훈 교수는 "예전에는 조직 형태를 확인하는 것이 진단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유전자 특성까지 확인해 환자에게 맞는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며 "같은 폐암이라도 환자마다 적합한 치료가 다른 만큼 정확한 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국가검진 대상 아니어도 위험요인 확인 필요

폐는 하루 종일 외부 공기와 맞닿아 있는 기관이다. 흡연뿐 아니라 가족력, 직업적·환경적 위험요인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한 번 손상되면 원래 상태로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위험요인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최근에는 비결핵항산균 감염이나, 폐가 딱딱해지는 특발성 폐섬유화증 진단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폐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기관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김 교수는 국가 폐암검진 대상이 아니더라도 위험요인이 있다면 폐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10년 이상 흡연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검진 대상 여부와 관계없이 개인 건강검진을 통해 흉부 CT 검사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을 권했다.

이미 폐암을 진단받았더라도 치료를 잘 이어갈 수 있도록 몸 상태를 관리하고, 필요한 검사를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하다. 김승훈 교수는 "아무리 초기 폐암이라 하더라도 전신 상태가 좋지 않으면 치료를 이어가기 어렵다"며 "암 진단 충격에서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 컨디션을 잘 관리하고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진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유전자 검사 결과와 치료 계획을 함께 이해하고 결정해 나가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