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새 환자 수 50% 이상 증가… 대부분 고령층 폐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증'… 손상 후 회복 어려워 마른기침·호흡곤란 세 달 이상 지속되면 원인 점검해야 방치 時 활동량 감소… 심장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남은 폐 기능 유지해야… 한방요법, 증상 개선에 도움"
신체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현상을 의학에서는 '섬유화'라고 표현한다. 폐섬유화증은 폐에서 이 같은 문제가 확인되는 질환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폐섬유화증 환자 수는 2020년 1만6817명에서 2025년 2만5581명으로 5년 사이 약 52%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70대 환자가 1만128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80세 이상(6883명), 60대(6733명)가 뒤를 이었다.
영동한의원 김남선 대표원장은 "폐섬유화증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서 폐 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뒤에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며 "마른기침이나 호흡곤란이 오래 이어진다면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말고 폐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선 원장은 “폐섬유화증은 초기 증상을 놓치지 않고 폐 상태 변화를 확인하며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폐 조직 굳는 질환… 고령일수록 위험
폐 안에는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을 담당하는 폐포가 있다. 폐섬유화증은 폐포 주변 조직인 '간질'에 반복적인 손상과 염증이 발생하면서 폐 조직이 딱딱하게 변하는 질환이다. 폐 조직이 굳으면 폐가 충분히 팽창·수축하기 어려워지고, 산소를 혈액으로 전달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계단을 오르거나 걸을 때 숨이 차며, 마른기침이 지속될 수 있다.
폐섬유화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류마티스 질환, 특정 약물 복용, 잦은 방사선 치료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흡연과 석면·분진 등 유해 물질 노출도 위험 요인이다. 다만, 상당수는 원인을 명확히 알기 어려운 특발성 폐섬유화증으로 진단된다.
김남선 원장은 "연령이 50세 이상이면서, 마른기침이 계속되거나 운동할 때 숨이 차는 증상이 3개월 이상 이어진다면 폐섬유화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폐포 주변 조직인 간질에 반복적으로 손상·염증이 발생하면 폐 조직이 섬유화 될 수 있다. /그래픽=김경아
'부정거사' 원칙으로 치료 방향 설정
한 번 딱딱하게 굳은 폐 조직은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 때문에 치료 역시 손상된 폐를 완전히 회복시키기보다, 섬유화 진행을 늦추고 남아 있는 폐 기능을 유지하면서 호흡기 증상으로 인한 불편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둔다.
한의학에서는 '부정거사(扶正祛邪)' 원칙을 바탕으로 폐섬유화증 치료 방향을 설정한다. 부정거사란 '바른 것은 부양하고 나쁜 기운은 몰아낸다'는 의미로, 몸의 기능 회복을 돕고 질환과 관련된 요인을 줄이는 치료 원칙이다. 폐섬유화증 치료 시에도 이 같은 원칙에 기반해 폐 기능 저하를 막고 호흡기 증상을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표 한방약인 '김씨녹용영동탕'은 녹용과 녹각교 등을 활용해 폐·기관지 기능 개선과 전신 면역력 회복을 돕는다. 폐 기능이 계속 저하되면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가 지속돼 심장에도 많은 부담이 가해지는데, 이런 환자들에게는 우황청심원에 사향·침향·녹용 등을 더한 'K-심폐단'을 병용하기도 한다.
실제 김남선 원장은 기관지확장증·폐섬유화증 진단을 받은 74세 남성 환자를 대상으로 김씨녹용영동탕과 K-심폐단을 함께 처방하는 한방칵테일요법을 시행하고, 기관지와 폐의 기능을 개선시키는 침, 뜸, 레이저 치료 등을 병행했다. 그 결과, 처음 내원 당시 각각 86%·45%에 불과했던 산소 포화도와 폐 기능을 98%·70% 수준까지 회복했다.
김 원장은 "해당 환자의 경우 체중이 다시 늘고 전신 무기력이 회복되면서 삶의 질 또한 향상됐다"며 "폐섬유화증은 완치가 어려운 진행성 난치 질환이지만, 이처럼 빠른 시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진다면 불편함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길경·반하·오미자'의 효능]
한의학에서는 폐섬유화증 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만성 기침 증상을 '해수(咳嗽)'라고 일컫는다. 숨이 가쁘고 짧아지는 것은 '단기(短氣)'라고 하며, 호흡곤란 증상은 '천증(喘症)'이라고 부른다.
이들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재로는 길경(桔梗)과 반하(半夏), 오미자가 있다. 이 약재들은 동의보감에서도 해당 증상을 치료하는 대표 약재로 기재돼 있다.
길경은 기관지를 튼튼하게 하고 염증성 고름이 배출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폐에 쌓인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하는 거담작용을 하는 약재로, 기침·가래를 억제한다. 오미자는 신체 영양 물질인 진액을 생성해, 딱딱해진 폐를 부드럽게 풀고 섬유화의 진행을 막는다. 김남선 원장은 "폐 간질이 딱딱해지는 것은 염증 세포들이 폐에 쌓이고 염증 산물들이 섬유화되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약재들을 사용해 염증 반응을 억제하면 폐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