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에 흔한 서맥성 부정맥, '무전극선 심박동기'로 합병증 줄인다

서맥성 부정맥 치료법

비정상적으로 심박수 저하… 피로감·어지럼증 등 유발
단순 노화로 생각해 방치하면 심부전·뇌졸중 위험 커져
증상 악화·2차 사고 예방 위해 심장내과 조기 치료 필요
합병증 위험 줄인 '무전극선 심박동기'로 치료 폭 넓어져

나이 들면 다들 심장 질환에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노화와 밀접하게 관련된 대표적인 심장 질환 중 하나인 '서맥성 부정맥'에 대한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 서맥성 부정맥으로 인해 어지럼증, 실신, 피로감, 운동 능력 저하가 나타나도, 이를 노화 탓으로 치부하고 의료기관을 찾지 않는 환자가 많다. 치료 방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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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훈 교수가 무전극선 심박동기를 이용한 서맥성 부정맥 치료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노화로 착각해 진단 늦어져

서맥성 부정맥은 심장의 전기 신호가 만들어지거나 전달되는 과정에 이상이 생겨 심박수가 비정상적으로 떨어지는 질환이다. 심장이 우리 몸에 필요한 만큼 충분한 혈액을 내보내지 못하면서 어지럼증, 실신, 피로감, 운동 시 호흡곤란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고령 환자의 실신은 낙상, 골절, 두부 외상, 장기 입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대훈 교수는 "서맥성 부정맥을 방치하면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져 심부전으로 이어지거나, 심방세동과 같은 다른 부정맥이 동반되면서 뇌졸중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며 "증상 악화와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령 환자는 서맥성 부정맥으로 인한 증상을 단순 노화 현상으로 여겨 병원을 늦게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박수가 떨어지는 양상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병원을 방문했을 때 시행한 심전도 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내버려두면 평소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예고 없이 갑자기 심박수가 떨어지며 쓰러질 수도 있다.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심장내과 전문의와 적극 상담해야 한다.

'무전극선 심박동기'로 박동 보조

서맥성 부정맥으로 인해 어지럼증, 실신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환자는 심박동기 삽입술을 고려한다. 심박동기는 심장의 전기 신호를 감지하다가 심박수가 지나치게 떨어질 때 전기 자극을 보내 정상적인 심박을 유지하도록 돕는 치료 기기다. 그동안 가슴 부위 피부 아래에 기기를 삽입하고 혈관을 통해 전극선을 심장 안으로 연결하는 경정맥 심박동기를 주로 사용했다면, 최근에는 전극선 없이 심장 안에 직접 삽입하는 '무전극선 심박동기'도 활용하고 있다.

기존 심박동기는 전극선 손상, 전극선 감염, 혈관 협착·폐색, 기기를 넣어둔 흉부 공간의 감염·통증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전극선 심박동기는 전극선과 흉부 포켓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적 합병증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흉부 절개가 필요하지 않아 눈에 보이는 흉터 또한 남지 않는다.

앞서 김대훈 교수는 혈액 투석용 인조 혈관과 좌측 쇄골하정맥 협착으로 인해 경정맥 접근이 어려웠던 83세 여성 환자에게 하지 정맥을 통해 무전극선 심박동기를 삽입한 적 있다. 환자는 안정적으로 회복해 시술 후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건강한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장점이 모든 서맥성 부정맥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무전극선 심박동기 시술에서도 출혈, 혈종, 심장 천공, 기기 위치 이상 등 일부 합병증 가능성은 존재한다"며 "때문에 숙련된 의료진이 시술하고, 시술 후에도 정기적인 추적 관리를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심방·심실 움직임 반영… 정상 박동 구현

몸 안에 기계를 넣고 사는 것에 무의식적인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무전극선 심박동기 기술은 '진짜 심장'의 리듬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기존 무전극선 심박동기가 주로 심실 박동을 보조하는 역할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심방과 심실의 움직임을 보다 정교하게 반영해 정상 심장 리듬에 가까운 박동을 구현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기기의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장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배터리 효율과 전기적 성능 역시 개선되는 추세다. 시술 안전성을 높이고 환자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도 있다. 시술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직 손상이나 천공 위험을 줄이고, 기기를 보다 안정적으로 고정·전달할 수 있도록 전달 시스템과 삽입 기술도 향상되는 중이다.

김대훈 교수는 "무전극선 심박동기와 같은 새로운 치료 방법이 도입되면서 환자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며 "서맥성 부정맥은 적절히 진단하고 치료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니, 평소와 다른 컨디션 저하나 활동량 감소가 반복된다면 의료진과 상담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高위험군 보험급여 개편… 본인 부담률 5% 수준]

기존에는 무전극선 심박동기가 필요한 환자라도 비용 부담 때문에 실제 치료 선택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작년 12월부터 ▲정맥 접근이 어렵거나 혈액 투석을 받는 환자 ▲기존 심장 삽입형 전자기기 사용 후 감염 병력이 있는 환자 등 일부 고위험군에 대해 필수 급여가 적용되면서 환자 본인 부담률이 5% 수준으로 낮아졌다. 해당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 또한 이 같은 보험 기준 설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김대훈 교수는 "고령화와 함께 서맥성 부정맥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보험 급여 개편이 환자 특성에 맞춘 심박동기 치료 전략을 가능하게 하고, 국내 치료 환경을 보다 환자 중심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