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인터뷰] 김희철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美 뉴스위크 선정 '암 분야 아·태 최고 병원' 3년 연속 1위
연간 2.7만명 치료… 5년 생존율 75%, 세계 최고 수준
"높은 치료 성적, 자체 아웃컴북 발간 등 노력 인정받아"
"환자 건강·행복 세심하게 돌보는 '친구 같은 병원' 될 것"
10여년이 지난 지금, 삼성서울병원은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한 해 약 2만7000여명의 암 환자가 이곳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이들 환자의 5년 관찰 생존율은 75.4%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50·60대는 물론, 상대적으로 사망 위험이 높다고 평가되는 70대 암 환자들 또한 5년 생존율이 60%를 넘어섰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최고 병원' 암 분야에서도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김희철 암병원장은 개원 당시 비전으로 내세운 '환자 중심 포괄적 치료'를 원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환자 한 명 한 명을 위해 각 분야 의료진이 힘을 합치고, 암치유센터와 암교육센터를 운영하는 등 암과 연관된 모든 것을 포괄적으로 다룬 점이 좋은 성적과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많은 암병원들이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 중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환자 중심의 포괄적 치료'라는 일념 하에 전체 의료진이 최상의 진료를 제공하고자 노력한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계속해서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보다 한 단계, 혹은 그 이상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들을 해왔나?
"병원은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게 우선이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의 암 치료 성적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유수 병원들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암 치료 분야에서 항상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국내에서 처음 단일 건물로 암병원을 개원했고, 이후 암 환자 교육 전문기관인 암교육센터, 환자 맞춤 치료를 연구·구현하는 암정밀치료센터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CAR T-세포치료, 양성자치료 등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작했으며, 암 치료 지표를 종합·분석한 아웃컴북(의료질 지표 보고서)도 2019년부터 자체적으로 제작해오고 있다. 병원 고유의 암 환자 치료 규범을 만들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지금은 여러 병원들이 우리 병원을 참고 사례로 삼고 있다."
-치료 지표를 외부에 공개하는 이유는?
"모든 치료 지표가 좋을 수만 없다. 때문에 이를 스스로 분석하고 공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웃컴북을 만드는 이유는 치료 지표를 투명하게 공표하고 이를 평가받는 것에서 발전이 시작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잘하는 점과 부족한 점을 가감 없이 공개하니, 자연스럽게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려 노력할 수밖에 없다. 7년 전 처음 아웃컴북을 만들 당시 영문판을 함께 제작한 것도 같은 이유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여러 의료기관과 비교해보고자 했다. 여기에는 치료 성적과 치료 환경 등에 대한 자신감도 반영됐다. 실제 그간 꾸준히 치료 성적이 상승하는 것을 아웃컴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고령 환자 특화 진료 모델'을 선보였다고?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섰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을 찾는 암 환자들 역시 65세 이상 고령 환자가 약 40%다. 70세 이상으로 범위를 좁혀도 20% 정도 된다. 병원이 고령 환자에 특화된 치료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CCCS(Comprehensive Cancer Care for Senior)'는 암 수술을 위해 입원한 70세 이상 환자에게 노인 종양학을 기반으로 치료 위험도를 평가하고, 환자가 전체 치료 과정을 건강하게 마칠 수 있도록 돕는다. 올해 말부터는 대상을 70세 이상 모든 암 환자로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 주요 센터들이 모두 참여한 위원회도 발족했다. 장기적으로는 치료 후 전원(轉院)이나 재택 치료를 지원해, 고령 암 환자들이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까지 책임지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고령 암 환자가 다수인 것은 맞지만, 최근 10~30대 암 환자들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병원 차원에서도 젊은 암 환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20·30대 환자의 심리사회적 회복을 돕기 위해 온라인 기반 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온라인을 통해 또래 암 경험자들과 교류하고 서로 지지함으로써 정서적 회복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향후 암 치료 분야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가?
"가장 큰 화두는 맞춤 치료다. 암뿐 아니라 대다수 질환이 마찬가지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또한 암정밀치료센터를 중심으로 암 환자 맞춤 치료를 선도하고자 한다. 기존 맞춤 치료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고도화된 맞춤 치료', 즉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최적화된 치료를 지향한다. 또한 지금은 AI(인공지능), 디지털, 비대면 진료와 같은 첨단 기술을 의료 현장에 적용하는 시대다. AI는 더욱 빠르고 상세하게 의료 정보를 찾아주고, 단 하나의 암세포까지 정확하게 감지한다. 예전에는 의료진이 항상 환자 곁에 있어야 했지만, 이제는 24시간 비대면 모니터링이 가능해져 센서와 알고리즘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소통할 수 있다. 이 같은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환자별 맞춤형 생애주기 관리를 실현하는 것이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의 지향점이다."
-암병원장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개원 후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계속해서 제시하겠다. 이 같은 노력이 10~20년 후 성과로 돌아왔을 때 그 시작점이 된 암병원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병을 잘 고치는 병원을 넘어 친구 같은 병원이 되고자 하는 바람도 있다. 환자의 건강과 행복을 세심하게 돌보는 암병원을 만들도록 하겠다."
☞김희철 암병원장은?
1989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전공의, 영국 왕립암연구재단 연구전임의, 서울아산병원 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 중이다. 성균관의대 학생담당 부학장,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장, 기획총괄 등을 역임한 뒤 올해부터 암병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