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는 폐암, 어떻게 찾고 치료할까… 전문의들이 답했다

건강똑똑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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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부산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윤성 교수가 진행성 폐암의 약물치료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신지호 기자
국내에서 폐암은 남녀 모두 암 사망 원인 1위다. 그러나 진단과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존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국내 폐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993~1995년 12.5%에서 2019~2023년 42.5%로 상승했다. 특히 암이 폐에만 머문 '국한 병기'에 발견된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은 81.5%에 달했다. 조기 진단이 확대되고 수술과 방사선치료,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환자별 맞춤 치료가 발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헬스조선은 지난달 23일 양산부산대병원 모암홀에서 건강콘서트 '건강똑똑'을 열고 '폐암 진단부터 치료까지, 4인 전문의와 함께하는 치료 여정'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양산부산대병원 호흡기내과 윤성훈 교수는 폐암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심장혈관흉부외과 손봉수 교수는 수술 치료 과정을 설명했다. 방사선종양학과 주지현 교수와 호흡기내과 김윤성 교수는 각각 방사선치료와 진행성 폐암의 약물치료를 다뤘다. 강연 뒤에는 전문의들과 구보경 영양사가 참여한 토크쇼와 청중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증상 없어도 고위험군은 저선량 CT 받아야

폐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폐 조직 자체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거의 없어 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기침이나 객혈, 흉통,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발견 시기에 따른 생존율 차이도 크다. 2019~2023년 국내 폐암 환자의 40.7%는 진단 당시 암이 다른 장기로 퍼진 원격 전이 상태였다. 이들의 5년 상대생존율은 13.9%로, 국한 병기에 발견된 환자보다 크게 낮았다. 윤성훈 교수는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3기나 4기인 경우도 적지 않다"며 "증상을 기다리기보다 위험 요인에 따라 검진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폐암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흡연이다. 비흡연자도 간접흡연과 대기오염, 직업성 유해물질,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 등에 노출되면 폐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재 국가폐암검진 대상은 만 54~74세 가운데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고위험군이다. 대상자는 2년마다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을 수 있다. 30갑년은 하루 한 갑씩 30년, 또는 하루 두 갑씩 15년간 담배를 피운 정도를 뜻한다.

◇수술·방사선치료, 병기와 환자 상태 따라 결정

폐암 치료는 암의 종류와 병기, 유전자 변이, 폐 기능, 환자의 나이와 전신 상태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호흡기내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여러 진료과가 함께 치료 방향을 논의하는 다학제 진료가 중요하다.

암을 일찍 발견했고 환자가 수술을 견딜 수 있다면 수술을 우선 고려한다. 암이 있는 폐 조직과 주변 림프절을 제거해 완치를 목표로 하는 치료다. 주로 1~2기 환자에게 시행하지만, 일부 3기 환자도 암의 위치와 림프절 침범 범위, 치료 반응 등에 따라 수술할 수 있다. 손봉수 교수는 "수술 여부는 병기만으로 결정하지 않는다"며 "암의 위치와 크기, 환자의 폐·심장 기능과 전신 상태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 방법은 가슴을 열어 병변에 접근하는 개흉수술과 작은 구멍을 통해 카메라와 기구를 넣는 흉강경수술, 로봇 팔을 이용하는 로봇수술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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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부산대병원 호흡기내과 윤성훈 교수가 폐암 조기 진단의 중요성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사진=신지호 기자
방사선치료는 고에너지 방사선을 종양에 집중해 암세포를 없애는 국소치료다. 수술이 어려운 초기 폐암에서는 수술을 대신할 수 있고, 3기 폐암에서는 항암화학요법과 함께 완치를 목표로 시행하기도 한다. 수술 전후 보조치료나 뇌·뼈 전이 치료, 통증과 출혈 완화에도 활용된다. 주지현 교수는 "방사선치료의 부작용은 치료 부위와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종양에는 충분한 방사선을 전달하면서 주변 정상 조직의 노출은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수술했어도 끝이 아니다… 재발 위험 낮추는 보조치료

수술로 눈에 보이는 암을 모두 제거했더라도 몸속에 미세한 암세포가 남아 재발이나 전이로 이어질 수 있다.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환자의 병기와 암세포의 특성에 따라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이나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을 사용하는 보조치료를 시행한다.

표적치료제는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 이상을 골라 공격하는 약이다. 따라서 검사에서 해당 약이 겨냥하는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유전자 변이 중 하나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다. EGFR 변이는 아시아인과 여성, 비흡연자, 선암 환자에게 상대적으로 흔하며, 아시아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30~40%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EGFR 변이 폐암에 사용하는 3세대 표적치료제 중 하나가 오시머티닙(제품명 타그리소)이다. 하루 한 번 복용하는 경구약으로, 진행성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뿐 아니라 일부 환자의 수술 후 재발 위험을 낮추는 보조치료에도 사용된다. 무작위 임상시험에서는 수술로 암을 완전히 제거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재발과 사망 위험을 낮추고 전체 생존기간을 개선한 결과가 보고됐다. 다만 모든 폐암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약은 아니다. EGFR 변이의 종류와 병기, 이전 치료, 환자의 전신 상태와 부작용 위험 등을 종합해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윤성 교수는 "폐암 치료는 같은 4기이고 같은 EGFR 변이가 있더라도 환자마다 달라질 수 있다"며 "암이 퍼진 범위와 환자의 체력, 나이, 기저질환, 부작용을 견딜 수 있는 정도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 중에는 '완벽한 식단'보다 잘 먹는 것이 우선

폐암을 없애거나 재발을 확실히 막아주는 특별한 음식은 없다. 특히 항암치료 중에는 음식을 지나치게 제한해 체중과 근육이 줄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치료를 견딜 체력과 영양 상태를 유지하려면 우선 충분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구보경 영양사는 "적극적인 암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이상적인 건강식만 고집하기보다 환자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며 "컨디션이 회복된 뒤 채소와 과일, 잡곡 등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를 실천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다만 백혈구 수치가 크게 떨어졌거나 열이 나는 환자는 감염에 취약할 수 있다. 이때는 회와 육회 등 익히지 않은 음식을 피하고, 구체적인 식사 지침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치료 후에는 금연과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인 신체활동,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하다.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정기검사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심한 두통이나 뼈 통증, 객혈,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등 새로운 증상이 지속된다면 다음 예약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주치의에게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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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부산대병원 의료진과 구보경 영양사가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신지호 기자

◇강연 후 청중이 물었다… 전문의들 답은?

강연 후에는 폐암의 진단과 치료, 생활관리에 관한 청중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주요 질문과 답변을 정리했다.

-EGFR 변이 폐암 4기를 진단받았다. 표적치료제 단독요법과 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 중 어떤 치료를 선택해야 하나?
김윤성 교수는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많고 부작용 부담이 큰 환자는 표적치료제 단독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며 "반대로 비교적 젊고 전신 상태가 좋거나 종양 범위가 넓다면 병용요법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연령과 전신 상태, 기저질환, 종양 범위 등을 종합해 치료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폐암은 어떻게 뇌로 전이되며, 어떤 환자가 더 주의해야 하나?
윤성훈 교수는 "폐암이 진행되면 암세포가 혈관을 따라 이동해 뇌나 뼈, 간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 있다"며 "특히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뇌 전이가 비교적 흔해 영상검사를 더 자주 시행하며 추적 관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항암치료는 다른 장기의 전이 병변에도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뇌에는 약물이 충분히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방사선치료 같은 국소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며 "뇌 전이가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MRI 등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폐 CT에서 작은 결절이 발견됐지만 오랫동안 크기가 변하지 않았다. 계속 관찰해도 되나?
손봉수 교수는 "작은 폐 결절은 CT만으로 암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조직검사도 쉽지 않다"며 "무리하게 수술했다가 암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불필요하게 폐 기능이 떨어질 수 있어 위치와 크기에 따라 추적 관찰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절이 커지거나 밀도가 증가하고 암을 의심할 만한 특징이 보이면 조직검사나 수술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폐암 환자는 숯불구이를 먹어도 되나?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 있나?
구보경 영양사는 "육류나 생선을 불에 직접 굽거나 태우면 발암물질이 생길 수 있어 숯불구이 같은 직화 조리와 탄 부분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며 "소시지와 햄 등 가공육도 과도하게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식품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과일과 채소, 잡곡류 등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