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테크 생생 후기]
<편집자주>
무엇이든 ‘장비 빨’이 중요한 요즘. 질병 진단과 치료 그리고 관리에도 ‘장비’는 필수입니다. 이러한 추세 속에 디지털의료기기·전자약을 비롯한 다양한 의료기기가 속속들이 개발되는 중입니다. 기기명을 검색하면 개발자가 전하는 개발 일기부터 기대 효능, 투자받은 금액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일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가 쏟아집니다. 딱 하나, ‘실사용기’만 빼고요. 이에 [헬스테크 생생 후기]는 의료진과 환자에게 직접 들은 ‘체감 효과’를 전해드립니다. 기기의 원리, 관련 제도, 질병 치료에 대한 조언은 덤입니다.
무엇이든 ‘장비 빨’이 중요한 요즘. 질병 진단과 치료 그리고 관리에도 ‘장비’는 필수입니다. 이러한 추세 속에 디지털의료기기·전자약을 비롯한 다양한 의료기기가 속속들이 개발되는 중입니다. 기기명을 검색하면 개발자가 전하는 개발 일기부터 기대 효능, 투자받은 금액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일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가 쏟아집니다. 딱 하나, ‘실사용기’만 빼고요. 이에 [헬스테크 생생 후기]는 의료진과 환자에게 직접 들은 ‘체감 효과’를 전해드립니다. 기기의 원리, 관련 제도, 질병 치료에 대한 조언은 덤입니다.
한국인은 무엇이든 빠른 것을 좋아한다. 불면증도 수면제나 멜라토닌 등 수면 보조제를 먹어서 빨리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 밤에 잘 수 있었는가’를 기준으로 치료 효과를 판단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잠은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다. 잠에 대해 정확히 알고, 올바른 수면 습관을 들이는 것이야말로 단순 불면증 치료를 넘어 잠을 즐기는 첫걸음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불면증 치료에 접근하는 ‘인지행동치료(CBT-I)’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구현한 기기가 있다. 바로 웰트에서 개발한 모바일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SleepQ)’다.
◇불면증 근본 치료인 ‘인지행동치료’, 인지도 낮아
불면증 치료는 크게 약물요법과 비약물요법으로 나뉜다. 약물치료는 수면을 빨리 유도하는 효과가 있지만, 약을 오래 복용하면 내성과 의존성이 생길 위험이 있다. 반면, 비약물요법 중 하나인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는 수면에 대한 잘못된 믿음과 행동 습관을 교정하는 치료다. 대한수면학회·미국수면학회(AASM)·유럽수면학회(ESRS) 등 주요 학회에서 만성 불면증의 1차 치료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분당차병원 신경과 신정원 교수는 “CBT-I는 수면제의 남용과 의존을 줄이고, 약 없이 자연스럽게 잠드는 능력을 회복하도록 돕는 근본적인 치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들이 CBT-I를 적극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CBT-I를 위해 환자의 불면증 양상을 평가하려면 증상이 언제·어떻게 시작됐는지,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수면 패턴은 어떤지 등을 자세히 확인해야 한다. 최소 20~30분이 필요하지만, 국내 외래 진료 환경에서는 이만큼의 상담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환자가 관련 내용을 미리 정리해 와도 의료진이 다시 확인하고 문진해야 하므로 시간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치료를 전문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의료진도 충분하지 않다. 특히 신경과는 응급 질환 진료 등으로 인력이 부족해, CBT-I에 시간을 배정하기 힘들다.
환자들에게 ‘불면증 심리치료’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기도 하다. 신정원 교수는 “CBT-I를 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환자는 많지 않고, 보통 약을 끊고 싶다거나 불면의 원인을 검사로 확인하고 싶어서 내원한다”며 “약 없이 상담받는 것만으로는 치료받았다는 느낌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CBT-I는 꾸준히 실천할 때 개선이 서서히 체감되는 치료다. 약처럼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환자라면 CBT-I의 효과가 기대 이하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대면 CBT-I를 시행할 경우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므로 환자에게 시간 부담이 생기는 측면도 있다.
◇6주간의 치료… 3주 차부터 효과 서서히 나타나
의료진과 환자의 고충을 줄이기 위해 출시된 것이 바로 불면증 치료용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다. 의료기관에서 대면으로 제공되던 CBT-I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일반 웰니스 어플리케이션과는 달리, 의료기관에서 의사에게 불면증으로 진료받은 후 처방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환자가 잠들고 깨어나는 시간을 스스로 어플리케이션에 기록하면, 환자의 수면 데이터와 수면 패턴을 분석해 슬립큐가 바람직한 입면 시간을 추천해준다.
환자는 그 시간을 지켜서 자는 일을 실천하면 된다. 대면 치료에서는 환자가 주 1회 주치의를 만나 배운 내용을, 나머지 기간에 혼자 실천하고 종이에다 수면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이를 꾸준히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슬립큐를 이용하면 환자가 매일 어플리케이션에 입력한 수면 기록이 시각화돼 환자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다. 의료진이 웹에서 환자의 참여 현황을 확인함으로써 치료를 독려할 수도 있다. 슬립큐에서 환자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3회의 전화 상담을 제공하기도 한다.
잘못된 수면 관련 지식을 교정하기 위한 콘텐츠도 제공된다. CBT-I의 인지치료에 해당한다. 신정원 교수에 따르면, 전날 잠을 못 잤으니 평소보다 일찍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해야 한다는 생각이 수면에 대한 대표적 오해다. 잠이 오지 않는데도 오래 누워 있으면 불안과 걱정 그리고 각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낮잠을 자거나 낮 활동을 줄이는 행동도 야간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피곤한 것’과 ‘졸린 것’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피곤하다고 침대에 들어가 미리 누워 있는 사람이 많지만, 하품이 나고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등 실제 졸림이 느껴질 때 침대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정원 교수는 “정확한 정보를 반복해서 접하는 것만으로도 인지적 왜곡이 줄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슬립큐 사용 첫 1~2주는 수면 평가와 행동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의료진과 슬립큐 지시에 따르는 것이 힘들고,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치료를 시작한 지 약 3주 후에 외래 진료를 통해 의료진이 어플리케이션 사용 현황과 올바른 사용법을 따르고 있는지를 점검하면 치료 이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방문이 어려운 환자는 의료진이 웹에서 기록을 확인하거나 슬립큐의 상담 지원을 활용해 6주간 치료를 이어가도록 도울 수 있다. 신정원 교수는 “경험상 환자들은 대체로 3주 차부터 변화를 체감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6주를 충실히 수행하면 수면 습관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재처방을 원하는 사례는 드물고,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면 같은 프로그램을 반복하기보다 다른 치료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잠은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다. 잠에 대해 정확히 알고, 올바른 수면 습관을 들이는 것이야말로 단순 불면증 치료를 넘어 잠을 즐기는 첫걸음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불면증 치료에 접근하는 ‘인지행동치료(CBT-I)’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구현한 기기가 있다. 바로 웰트에서 개발한 모바일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SleepQ)’다.
◇불면증 근본 치료인 ‘인지행동치료’, 인지도 낮아
불면증 치료는 크게 약물요법과 비약물요법으로 나뉜다. 약물치료는 수면을 빨리 유도하는 효과가 있지만, 약을 오래 복용하면 내성과 의존성이 생길 위험이 있다. 반면, 비약물요법 중 하나인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는 수면에 대한 잘못된 믿음과 행동 습관을 교정하는 치료다. 대한수면학회·미국수면학회(AASM)·유럽수면학회(ESRS) 등 주요 학회에서 만성 불면증의 1차 치료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분당차병원 신경과 신정원 교수는 “CBT-I는 수면제의 남용과 의존을 줄이고, 약 없이 자연스럽게 잠드는 능력을 회복하도록 돕는 근본적인 치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들이 CBT-I를 적극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CBT-I를 위해 환자의 불면증 양상을 평가하려면 증상이 언제·어떻게 시작됐는지,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수면 패턴은 어떤지 등을 자세히 확인해야 한다. 최소 20~30분이 필요하지만, 국내 외래 진료 환경에서는 이만큼의 상담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환자가 관련 내용을 미리 정리해 와도 의료진이 다시 확인하고 문진해야 하므로 시간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치료를 전문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의료진도 충분하지 않다. 특히 신경과는 응급 질환 진료 등으로 인력이 부족해, CBT-I에 시간을 배정하기 힘들다.
환자들에게 ‘불면증 심리치료’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기도 하다. 신정원 교수는 “CBT-I를 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환자는 많지 않고, 보통 약을 끊고 싶다거나 불면의 원인을 검사로 확인하고 싶어서 내원한다”며 “약 없이 상담받는 것만으로는 치료받았다는 느낌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CBT-I는 꾸준히 실천할 때 개선이 서서히 체감되는 치료다. 약처럼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환자라면 CBT-I의 효과가 기대 이하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대면 CBT-I를 시행할 경우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므로 환자에게 시간 부담이 생기는 측면도 있다.
◇6주간의 치료… 3주 차부터 효과 서서히 나타나
의료진과 환자의 고충을 줄이기 위해 출시된 것이 바로 불면증 치료용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다. 의료기관에서 대면으로 제공되던 CBT-I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일반 웰니스 어플리케이션과는 달리, 의료기관에서 의사에게 불면증으로 진료받은 후 처방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환자가 잠들고 깨어나는 시간을 스스로 어플리케이션에 기록하면, 환자의 수면 데이터와 수면 패턴을 분석해 슬립큐가 바람직한 입면 시간을 추천해준다.
환자는 그 시간을 지켜서 자는 일을 실천하면 된다. 대면 치료에서는 환자가 주 1회 주치의를 만나 배운 내용을, 나머지 기간에 혼자 실천하고 종이에다 수면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이를 꾸준히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슬립큐를 이용하면 환자가 매일 어플리케이션에 입력한 수면 기록이 시각화돼 환자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다. 의료진이 웹에서 환자의 참여 현황을 확인함으로써 치료를 독려할 수도 있다. 슬립큐에서 환자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3회의 전화 상담을 제공하기도 한다.
잘못된 수면 관련 지식을 교정하기 위한 콘텐츠도 제공된다. CBT-I의 인지치료에 해당한다. 신정원 교수에 따르면, 전날 잠을 못 잤으니 평소보다 일찍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해야 한다는 생각이 수면에 대한 대표적 오해다. 잠이 오지 않는데도 오래 누워 있으면 불안과 걱정 그리고 각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낮잠을 자거나 낮 활동을 줄이는 행동도 야간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피곤한 것’과 ‘졸린 것’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피곤하다고 침대에 들어가 미리 누워 있는 사람이 많지만, 하품이 나고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등 실제 졸림이 느껴질 때 침대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정원 교수는 “정확한 정보를 반복해서 접하는 것만으로도 인지적 왜곡이 줄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슬립큐 사용 첫 1~2주는 수면 평가와 행동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의료진과 슬립큐 지시에 따르는 것이 힘들고,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치료를 시작한 지 약 3주 후에 외래 진료를 통해 의료진이 어플리케이션 사용 현황과 올바른 사용법을 따르고 있는지를 점검하면 치료 이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방문이 어려운 환자는 의료진이 웹에서 기록을 확인하거나 슬립큐의 상담 지원을 활용해 6주간 치료를 이어가도록 도울 수 있다. 신정원 교수는 “경험상 환자들은 대체로 3주 차부터 변화를 체감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6주를 충실히 수행하면 수면 습관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재처방을 원하는 사례는 드물고,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면 같은 프로그램을 반복하기보다 다른 치료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불면증 개선되고 불안 줄어… ‘못 자는 밤’에 너그러워지길
신정원 교수 역시 처음에는 슬립큐에 반신반의했다. “심리치료를 어플리케이션으로 혼자 학습해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있었다”며 “수면시간 제한 같은 행동 치료는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봤지만, 불면에 대한 불안이나 인지적 왜곡까지 스스로 교정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나 처방해 본 결과 유의미한 효과를 본 환자들이 있있다.
슬립큐를 이용한 수면일지 작성과 취침·기상 시간 코칭을 매우 충실하게 따른 65세 남성 환자가 대표적이다. 그는 신경안정제와 멜라토닌을 복용해도 잠드는 데 약 2시간이 걸렸지만,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수행하면서 증상이 뚜렷하게 개선됐다. 또 다른 30대 남성 환자는 오후에 출근해 새벽에 잠드는 불규칙한 생활로 슬립큐가 제공하는 수면 시간 추천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통해 CBT-I의 중요성을 이해한 뒤 외래 상담을 꾸준히 받고 관련 서적도 찾아보며 복용하는 약을 세 가지에서 한 가지로 줄였다. 신 교수는 “직접적인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더라도 불면증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고 했다.
또한, 불면증 환자들은 가끔 불면증 그 자체보다는 ‘오늘도 잠을 못 자면 어떡하지’하는 공포에 더 시달린다. 6주간의 치료 후 불면증 지수의 변화는 크지 않았으나 중증 수준이던 불안이 거의 사라진 67세 환자도 있다. 그는 불면에 대한 인지적 왜곡도 크게 개선돼, 이후 잠을 못 자는 날이 있어도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게 됐다.
물론, 디지털 CBT-I가 모든 환자에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신 교수는 “프로그램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거나 환자 특성상 디지털 방식이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이 경우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는지 확인한 뒤 의료진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대면 CBT-I를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도 먼저 디지털 CBT-I를 활용하고, 효과가 충분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의료진이 개인별 특성에 맞춰 대면 치료를 제공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권하고 있다.
불면증으로 힘들어하는 모두에게, 신 교수는 잠에 너그러워지기를 권했다. SNS와 각종 서적에 수면 관련 정보가 넘쳐나면서,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큰 문제가 생긴다’는 불안도 커졌다. 그러나 수면은 뇌가 자동으로 조절하는 것이라, ‘자는 일’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못 잔 자신을 자책할수록 불안과 각성이 커져 오히려 잠이 달아날 수 있다. 신 교수는 “‘오늘 밤에도 못 자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기보다 오늘 무엇을 하며 즐겁게 보낼지 생각해 보셨으면 한다”며 “잘 자는 날도 있고 못 자는 날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수면 시간 자체보다 낮의 삶의 질에 더 관심을 두는 것이 숙면에 도움된다”고 했다.
신정원 교수 역시 처음에는 슬립큐에 반신반의했다. “심리치료를 어플리케이션으로 혼자 학습해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있었다”며 “수면시간 제한 같은 행동 치료는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봤지만, 불면에 대한 불안이나 인지적 왜곡까지 스스로 교정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나 처방해 본 결과 유의미한 효과를 본 환자들이 있있다.
슬립큐를 이용한 수면일지 작성과 취침·기상 시간 코칭을 매우 충실하게 따른 65세 남성 환자가 대표적이다. 그는 신경안정제와 멜라토닌을 복용해도 잠드는 데 약 2시간이 걸렸지만,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수행하면서 증상이 뚜렷하게 개선됐다. 또 다른 30대 남성 환자는 오후에 출근해 새벽에 잠드는 불규칙한 생활로 슬립큐가 제공하는 수면 시간 추천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통해 CBT-I의 중요성을 이해한 뒤 외래 상담을 꾸준히 받고 관련 서적도 찾아보며 복용하는 약을 세 가지에서 한 가지로 줄였다. 신 교수는 “직접적인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더라도 불면증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고 했다.
또한, 불면증 환자들은 가끔 불면증 그 자체보다는 ‘오늘도 잠을 못 자면 어떡하지’하는 공포에 더 시달린다. 6주간의 치료 후 불면증 지수의 변화는 크지 않았으나 중증 수준이던 불안이 거의 사라진 67세 환자도 있다. 그는 불면에 대한 인지적 왜곡도 크게 개선돼, 이후 잠을 못 자는 날이 있어도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게 됐다.
물론, 디지털 CBT-I가 모든 환자에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신 교수는 “프로그램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거나 환자 특성상 디지털 방식이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이 경우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는지 확인한 뒤 의료진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대면 CBT-I를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도 먼저 디지털 CBT-I를 활용하고, 효과가 충분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의료진이 개인별 특성에 맞춰 대면 치료를 제공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권하고 있다.
불면증으로 힘들어하는 모두에게, 신 교수는 잠에 너그러워지기를 권했다. SNS와 각종 서적에 수면 관련 정보가 넘쳐나면서,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큰 문제가 생긴다’는 불안도 커졌다. 그러나 수면은 뇌가 자동으로 조절하는 것이라, ‘자는 일’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못 잔 자신을 자책할수록 불안과 각성이 커져 오히려 잠이 달아날 수 있다. 신 교수는 “‘오늘 밤에도 못 자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기보다 오늘 무엇을 하며 즐겁게 보낼지 생각해 보셨으면 한다”며 “잘 자는 날도 있고 못 자는 날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수면 시간 자체보다 낮의 삶의 질에 더 관심을 두는 것이 숙면에 도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