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 지연’ 진단·치료·지역사회 연계 제각각… 의료 체계 안에서 ‘일원화’ 필요

이미지
대한소아청소년행동발달증진학회​가 발달 지연 아동과 그 보호자에 대한 통합적 지원망을 의료 체계 안에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현재 발달 지연·장애 아동의 치료 상당 부분은 의료 체계 밖 사설 발달센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치료사 자격과 안전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없어, 치료 품질 저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의료기관 부설이 아닌 사설 발달센터에서 시행되는 치료의 경우 실손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발달 지연·장애 아동 가족의 치료비 부담도 크다.

이에 대한소아청소년행동발달증진학회는 발달 재활 급여화 시범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발달 치료를 의료 체계 안으로 들이고, 진단·치료부터 지원 체계 품질 관리까지가 의사의 책임 아래 작동하게 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발달이 늦는 원인을 확정하기 어려울 경우 부여되는 임시 코드인 ‘R 코드’를 통한 조기 개입 역시 급여화 범위 안에 포함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발달이 늦음을 발견한 초기에는 ‘F코드’를 통한 확정 진단을 받지 못하는 아동이 대부분이다. 아동 연령이 어릴수록 향후 발달 양상이 어떠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발달이 늦는 원인이 아동이 성장하며 서서히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아동들이 코드 없이 혹은 임시 코드인 ‘R 코드’를 통해 발달 경과를 관찰하며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조기 치료를 이어 나간다.

그간 F코드로 진단된 후에 받은 치료는 실손보험금 지급 면책 대상이라는 문제도 있었지만, 2026년 5월 출시된 5세대 실손의료보험에서는 이것이 개선됐다. 발달장애 관련 의료비를 신규 보장 항목으로 편입하면서다. 그러나 현재 발달 지연·장애 아동이 받는 언어치료·놀이치료·감각통합치료 등 대부분의 치료는 비급여인데, 보장 대상은 급여 의료비에 한정된다.

아동 발달 관련 정부 정책의 큰 흐름은 국가 돌봄으로 향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실손의료보험은 발달 치료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전제한 상태로 설계됐다는 것이 학회 해석이다. 실제 급여화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한때 언어치료가 관리 급여 적용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향후 급여화 논의가 계속해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발달 지연·장애 치료비가 급여화된다면 확정 진단인 F코드를 바탕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F코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진단하는 질병 코드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주로 R 코드를 이용해 조기 개입을 시행해 왔다. 이에 발달장애 치료비가 F코드를 기반으로 급여화될 경우 그간 발달 지연을 보이는 아동들을 지역 일·이차 의료기관에서 가장 먼저 만나오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치료에서 배제될 우려가 있다. 이에 학회는 발달 지연 관련 임시 코드인 R 코드를 이용한 조기 개입 역시 보장 체계 안에서 인정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소아청소년과는 영유아건강검진을 통해 발달 이상을 1차 발견하지만, 진단 이후의 발달 치료·다직종 평가는 전문 의료기관 또는 민간 치료실로 분산된다. 발달 치료(언어·감각통합·인지·응용 행동 분석 등)와 동반 신체질환(수면·영양·만성 호흡기·아토피 등) 진료가 별도 기관에서 이루어져, 가족이 여러 기관을 순회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이에 학회는 선별 검사, 진단, 치료, 부모 교육, 지역 사회 연계가 통합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범 사업 참여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 수가 체계를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학회가 그리는 발달 지연·장애 통합 치료 의료기관은 ▲소아청소년과 일반 진료 ▲발달 평가·재활 치료·발달 치료 ▲가족 중심의 건강 통합 중재 등의 축을 바탕으로 한다.

더 상세하게는 ▲환아 가족 전체를 진료 단위로 삼고, 양육 코칭·형제자매 지지·부모 훈련을 표준 진료에 포함 ▲발달 치료와 동시에 예방접종·성장 모니터링·영양상담·동반 만성질환(수면·아토피·반복 호흡기질환·변비 등) 진료를 한 곳에서 제공 ▲0~18세 전 기간을 동일 의료팀이 추적해 영유아기-학령전기-학령기-청소년기 전이를 끊김 없이 관리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발달 재활 바우처·보건소·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와 정기적 케이스 매니지먼트 회의 운영 등을 시행케 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한소아청소년행동발달증진학회 박양동 이사장은 “발달 선별 검사 건수가 2020년 대비 2025년에 3.8배 증가했고, 언어·발달 지연 환자의 95%가 9세 이하라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는 조기 발견·개입 수요가 폭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영유아건강검진으로 발달 이상을 일차 발견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중심으로, ‘발견-진단-치료-지역사회 연계’를 일원화해 발달이 늦는 아동과 그 가족에게 통합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