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치료의 변화… 생존 넘어 일상 회복으로”

[폐암 新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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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심병용 교수와 호흡기내과 김승훈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인 폐암은 여전히 가장 치명적인 질환으로 꼽힌다. 하지만 조기 진단과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존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증상이 나타난 뒤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치료 역시 유전자 변이를 분석해 환자별 맞춤 치료 전략을 세우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심병용 교수는 "폐암 치료는 과거에는 생존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목표였다면 최근에는 장기 생존은 물론 치료를 이어가면서 삶의 질과 일상을 유지하는 것까지 함께 고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인에게 흔한 EGFR 변이… 비흡연자·여성도 증가
폐암 치료에서 가장 크게 발전한 부분은 진단 방식이다. 과거에는 폐암을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나누고, 비소세포폐암도 편평상피세포암과 선암 등 조직 형태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EGFR, ALK, ROS1, MET 등 주요 유전자 변이까지 함께 확인한 뒤 그 결과에 맞춰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이 표준 진료가 됐다.

특히 국내 폐암 환자에서 흔한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변이는 치료 전략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EGFR 변이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에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며, 국내에서는 폐선암 환자 약 30~40%에서 확인된다. 왜 EGFR 변이가 많이 나타나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계에서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호흡기내과 김승훈 교수는 "폐암은 하나의 원인만으로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다"라며 "유전적 요인과 직업적·환경적 노출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표적치료제 진화… 4기에서 전 주기 치료까지 가능
EGFR 변이가 확인되면 표적치료를 시행한다. 대표적인 약제는 3세대 표적치료제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다. 타그리소는 현재 진행성 폐암뿐 아니라 절제할 수 없는 3기 폐암, 수술 후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한 치료에도 사용된다. 이전 세대 치료제보다 생존기간을 늘리고 뇌 전이를 줄이는 효과도 확인됐다. 최근 임상연구에서는 항암화학요법을 함께 받은 환자 생존기간 중앙값이 47.5개월로 나타나 장기 생존 효과를 확인했다.

심병용 교수는 "1세대 표적치료제가 등장했을 때도 혁신적인 치료제로 평가받았지만, 이후 3세대 표적치료제인 타그리소가 등장하면서 치료 성과가 한 단계 더 발전했다"며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환자들이 치료를 잘 견디고, 일상생활과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김승훈 교수는 "과거에는 표적치료제가 주로 4기 진행성 폐암에서 사용됐지만 이제는 절제 불가능한 3기와 수술 후 보조요법까지 사용 범위가 확대됐다"며 "진행성 폐암 치료에 머물렀던 표적치료가 수술 후 재발을 예방하는 조기 치료까지 확대됐다는 점은 큰 변화"라고 했다.

◇병기마다 다른 치료 전략… 완치에서 일상 유지까지
폐암 치료는 병기뿐 아니라 폐 기능과 연령, 전신 상태, 동반질환 등을 함께 고려해 치료 전략을 결정한다. 같은 병기라도 환자 건강 상태와 재발 위험에 따라 치료법은 달라진다. 다만 병기에 따라 치료 목표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1~3기에서는 완치와 재발 예방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반면 원격 전이가 발생한 4기에서는 암을 없애는 것보다 환자가 치료를 이어가며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치료 목표가 된다. 최근에는 이러한 치료 방향을 '퀄리티 서바이벌'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단순히 오래 사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를 받으면서도 일상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지키는 치료를 의미한다.

심 교수는 "폐암은 국소 병변만 제거했다고 치료가 끝나는 질환이 아니다"라며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더라도 1~2기는 약 30%, 3기는 50% 가까운 재발 위험이 있는 만큼 재발 가능성까지 고려한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기에서는 완치보다 암과 함께 살아간다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며 "환자 전신 상태와 전이 양상, 위험인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합한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기 진단이 생존 좌우… 치료 성과 높이는 첫걸음
전문가들은 폐암 치료 성과가 높아진 배경에는 조기 진단 확대가 있다고 강조했다. 폐암을 일찍 발견할수록 완치 가능성이 높아지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맞는 치료 전략도 더 빨리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9년부터 국가암검진에 폐암 검진을 포함하고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30갑년 이상 흡연력을 가진 54~74세 고위험군은 2년마다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기침이나 객혈, 흉통 등 증상이 나타난 뒤 폐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진단 당시 이미 4기인 환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저선량 흉부 CT를 통해 증상이 없는 1~2기 폐암을 발견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김 교수는 "폐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완치 가능성이 높아지고, 치료 성적도 크게 향상된다"며 "위험군이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받으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폐암으로 진단받았더라도 환자 건강 상태와 병기, 유전자 변이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꾸준히 받는다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