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변이는 주홍글씨 아냐… 적극적인 검사·상담 필요”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유전 상담 명의’ 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서수현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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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서수현 교수​가 유전 상담의 방식과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유전 질환과 유전 변이는 아직도 ‘주홍글씨’처럼 여겨진다. 가족 중 유전 질환 환자가 있으면 그 주변 구성원도 유전자 검사를 받아봐야 함에도 ‘모르고 살고 싶다’며 검사받지 않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질환 발생 가능성을 알고 미리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유전 상담과 검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대한진단유전학회 유전상담분과위원장인 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서수현 교수에게 유전 상담의 의의와 방식을 물어봤다.

- 유전 상담은 무엇인가?
“유전 질환이 의심되거나 이미 진단된 환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진료다. 가족력과 환자의 병력 그리고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유전 질환 원인을 찾아보고, 원인을 찾으면 질환 발생 위험이나 관리·치료·예방법 그리고 자녀 계획 등을 가족별로 상담한다.

가족 안에 있는 유전 변이가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찾는 것이 유전 상담의 시작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유전 변이’란 생식세포 변이를 의미한다. 유전자 변이에는 크게 생식세포 변이와 체세포 변이가 있다. 부모로부터 유전된 변이거나, 나 자신의 세포가 분열하는 초기에 생긴 변이라서 전신의 모든 세포에서 해당 변이가 관찰되는 것을 ‘생식세포 변이’라 한다. 이 경우 정자와 난자 등 생식세포에도 변이가 존재하므로 자손에게 변이가 유전된다. 반면, 체세포 변이는 특정 조직에만 후천적으로 발생한 변이라 자식에게 유전되지 않는다.”

- 유전 변이는 어떻게 찾으며, 찾은 이후에는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
“유전 질환이 발생한 환자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여러 가지 유전자 검사 중, 환자의 증상을 고려했을 때 의심되는 유전 변이에 적합한 검사를 선별해 시행한다. 검사는 환자가 증상을 관리하려고 방문한 임상과에서 의뢰하기도 하고, 환자가 직접 유전상담클리닉에 방문해 받기도 한다. 국내 건강보험 체계상 가족력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 단순히 나의 유전 변이를 알고 싶다는 이유로 유전자 검사를 받기는 어렵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해당 변이의 유전 양상이 어떠한지, 가족 구성원 중 어떤 사람들이 추가로 검사받는 게 좋을지 설명하고, 환자와 마찬가지로 변이를 유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다른 가족들이 순차적으로 검사받게 한다. 내가 환자라면 나의 조카보다는 형제가 먼저 검사받아야 하고, 형제에게서 변이 양성이 나온다면 그 형제의 자녀가 또 검사를 받아봐야 하는 식이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대서 ‘연쇄적 유전자 검사(cascade testing)’라고 한다.

검사 결과 유전 변이가 발견됐는데, 이것이 질환을 일으키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를 불확실성 변이형(VUS)이라고 한다. VUS가 발견되면 해당 유전 변이의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가족들을 검사하는 경우가 있다. 똑같은 증상을 보이는 가족 구성원이 여럿 있고, 이들이 모두 동일한 변이를 갖고 있다면 해당 유전 변이가 의미를 지닐 가능성이 크다. 가족들이 검사에 많이 참여할수록 VUS 변이를 분류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질환이 없는데 알고 보면 유전 변이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나?
“상염색체 열성 질환의 경우 부모에게서 나타나지 않은 질환이 자식에게서 발생하기도 한다. 사람의 유전자는 두 개가 한 쌍을 이루고 있으며, 부모에게서 각기 한 쪽씩을 받는다. 이중 한쪽의 유전자에만 이상이 있어도 발생하는 질환을 ‘상염색체 우성 질환’, 한쪽만 이상이 있을 때는 괜찮으나 양쪽 모두에 이상이 있으면 발생하는 질환을 ‘상염색체 열성 질환’이라고 한다. 자녀가 상염색체 열성 질환이라면 부모 모두가 해당 질환과 관련된 유전 변이를 갖고 있으나 정작 그들에게서는 질환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 부모의 일가친척을 검사해 보면 질환은 없으나 해당 유전 변이를 갖고 있는 보인자가 추가로 확인되기도 한다. 상염색체 열성 질환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전성 난청이나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이다.

‘상염색체 우성 질환’인데도 염색체 이상이 늦게 확인되는 사례도 있다. 유전성 암이나 유전성 심근병증 등이 대표적이다. 이 질환들은 어릴 때는 괜찮다가 성인이 된 이후에 증상이 나타나고는 한다. 부모에게서 질환이 먼저 발생해 자녀도 검사해 봤다가, 유전자 변이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유전 변이가 먼저 확인되는 사례도 있다.”

- 유전자 검사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나?
“▲염색체 검사 ▲마이크로어레이 검사(CMA) ▲차세대염기서열분석 검사(NGS) 등이 있다. 각기 검사 해상도와 층위가 다르다. 염색체 검사는 세포 속 염색체의 수(23쌍, 46개가 정상)와 모양을 확인해 이상 여부를 진단한다. 염색체 검사가 큰 구조적 이상을 본다면, CMA 검사는 염색체를 구성하는 DNA에서 일부 구간이 없거나, 더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검사다. NGS 검사는 구간 단위로 확인하는 것보다 더 상세하게 들어가, DNA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염기들의 배열이 올바른지 본다. 하나의 검사만으로 유전 이상을 모두 확인할 수는 없다. 세 검사를 다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겠지만, 시간적·금전적 한계가 있으니, 환자와 그 가족의 유전 변이를 탐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짐작되는 검사부터 우선 시행한다.

- 유전 상담을 받을 예정이라면 어떤 정보를 정리해 오는 것이 좋을까?
“(외)조부모, 부모, 형제자매, 부모의 형제자매와 그 자녀까지, 3대에 걸친 가족 구성원들의 병력을 정리해 오는 것이 좋다. 먼 사이일수록 ‘그 사람이 어디가 아팠던 것 같다’는 막연한 정보만 있지 정확한 진단명까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유전 변이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되면 환자에게 더 정확하게 알아오라고 요청해, 진단서나 검사 결과를 받을 때도 있다.

가족 구성원 중 이미 돌아가신 분이 있어서 ‘심장 질환으로 돌아가셨는데 정확한 진단명은 모른다’ 같은 경우도 많다. 이런 정보라도 주치의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진단명은 몰라도 유전 변이에 대한 단서를 잡는 데 도움될 수 있다. 예컨대, 유전성 심근병증으로 내원한 가족에서 할아버지가 심장질환 여부는 명확하지 않으나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유전 질환과의 연관성을 생각해 볼 수 있고 유전이 친가와 외가 중 어느 쪽에서 온 것인지도 가늠할 수 있다.”

- 집안에 어떤 유형의 암 환자가 있으면 유전성 암을 의심하고, 아직 암이 생기지 않은 가족 구성원들도 유전자 검사를 받기를 권장하나?
“대부분의 암은 체세포 변이로 발생하는데, 유전성 암에 관련된 유전 변이를 보유한 사람은 암이 잘 생기는 형질 자체를 생식세포 유전으로 물려받는다. 몸 전신에 암이 잘 생길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 보니 한 사람이 여러 종류의 암을 겪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암이 보통의 환자들과 다른 양상을 보일 때에도 의심해 볼 수 있다. 유방암이 보통은 한쪽 가슴에 발생하는데 양쪽 모두에 발생하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일 때가 한 예다. 이 외에도 20대 등 젊은 나이에 암이 발생했거나, 모계나 부계 중 한쪽에서 특정한 유형의 암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모습을 보일 때 유전성 암일 가능성이 있다.

앞서 설명했듯 유전성 암 관련 유전 변이를 갖고 있더라도 그것이 실제 질환으로 발생하는 것은 성인 이후다. 건강할 때 미리 변이를 발견해, 암이 발생하는 즉시 대처에 나설 수 있도록 추적 관찰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 임신 중 유전자 검사도 시행하던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
“첫째에게서 유전 질환이나 변이가 확인됐다면 해당 변이를 부모도 가졌는지 확인하고, 질환 발생을 피해서 둘째를 임신할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아직 자식을 낳지는 않았으나 부모 중에 유전 질환 환자나 관련 유전 변이 보인자가 있을 때도다.

두 경우 모두 ‘착상 전 유전자 검사(PGT)’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자와 난자를 체외수정 해 얻은 배아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 변이가 확인되지 않은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는 것이다. 임신 후에는 양수를 채취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고, 질환 관련 유전 변이가 확인되는지 알 수 있다. 심각도에 따라 임신 중절을 선택하기도 한다. 다만, 태아와 배아에서 검사가 가능한 유전자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족 내에서 화두가 된 유전 변이가 법이 정한 범위 안에 속할 때 PGT로든 양수 검사로든 확인해 볼 수 있다.”

- 유전성 질환과 관련된 유전 변이에서 양성이 나왔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아직 증상이 없다면 향후 자신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을 예방하거나, 혹시라도 발생할 경우 조기에 알아차리고 대처하기 위한 관리를 시작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유전성 암과 관련된 유전 변이가 발견된 사람들은 실제 암이 생기기 전이라도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추적 검사를 한다. 유방 절제 등 예방 목적으로 미리 수술하기도 한다. 유전성 암 관련 유전 변이가 있지 않더라도 어차피 암은 누구나 생길 수 있다. 남들보다 건강관리를 일찍 시작하는 것으로 생각하시라고 말씀드린다.

검사상 음성이 나왔다고 반드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일 나에게 이상 증상이 있는데 유전 변이가 포착되지 않았다면, 현재의 과학 기술로 확인할 수 없는 영역에 변이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 VUS만 확인되었는데 몇 년 지나고 나니 해당 VUS가 질환 원인이었음이 밝혀지기도 한다. 특정 건강 이상에 대한 가족력이 굉장히 강한데도 검사상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을 때도 있다. 현존하는 검사법의 한계로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가족 내에 유전성 질환 환자가 있으며 관련 유전 변이가 이미 포착되었고, 나에게 해당 변이가 관찰되지 않은 경우는 비교적 긍정적인 상황이 맞다. 그러나 암의 경우 유전성 암보다 체세포 변이로 인한 발생이 더 흔하므로 건강관리는 계속해야 한다.”

- 유전 상담을 활성화할 방안이 뭐라고 생각하나?
“유전 상담이 지금은 독립적 의료 행위로 인정받지 못해 수가 책정이 되어 있지 않다. 유전 상담은 환자의 가족력을 자세히 물어보고, 검사 결과를 상세히 설명해야 해 일반 진료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지금은 유전 상담에 대한 수가가 별도로 책정돼있지 않아 장시간 유전 상담을 시행하고도 일반 진료에 대한 수가를 적용받는다. 그나마 시도해 볼 수 있는 대안이 ‘상급종합병원 심층 진찰 수가 시범 사업’이다. 중증·희귀난치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10~15분 이상의 충분한 진료 상담을 제공할 경우 일반 진료보다 높은 심층진료 수가를 적용하는 것인데, 유전 상담에 적용해 보려는 노력이 있으나 달별 적용 횟수가 제한돼 있다. 유전 상담의 전문성을 유지하고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상담을 독려하려면 유전 상담만의 수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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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서수현 교수​./사진=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서수현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학사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한진단유전학회 유전상담분과위원장을 지내고 있으며, 분당서울대병원 임상정밀의료센터에서 진료하고 있다.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는 20대 여성 환자가 그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해당 환자는 브라카1이라는 유방암과 난소암 관련 유전 변이가 확인돼 예방 차원에서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 첫째 아이에게서 염색체 이상이 확인돼 둘째를 낳기 전 유전 상담을 받은 부부도 있었다. 부모에게 유전자 검사를 시행했더니 한쪽에서 유전 이상이 확인되어서 교수는 PGT를 권유했다. 진단검사의학과 의사로서는 드물게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자리에서, 환자들에게 유전 질환과 변이에 대한 복잡한 전문 정보를 최대한 쉽고 상세하게 설명하려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