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커피가 차가운 커피보다 정말 더 몸에 좋을까?

김연휘의 근거로 알려주는 의학 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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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뜨거운 커피와 차가운 커피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하시나요? 향긋한 풍미를 위해 따뜻하게 드시는 분들도 있고, 한겨울에도 아이스커피를 고집하는 이른바 '얼죽아'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커피는 무엇을 마시느냐만큼 '어떤 온도로 마시느냐'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의학적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어떤 온도의 커피가 우리 몸에 더 나은 선택인지, 그리고 우리가 미처 몰랐던 커피 온도의 비밀을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의 퀴즈: 뜨거운 커피가 차가운 커피보다 건강에 좋다?
정답은 X 입니다.

핵심 근거1. 
이란 골레스탄 지역 성인 5만여명을 약 10년간 추적한 2020년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섭씨 60도 이상의 차를 하루 700mL 이상 마신 그룹은 60도 미만으로 마신 그룹에 비해 식도암 발병 위험이 약 90% 일관되게 증가했습니다. 영국 바이오뱅크의 성인 45만 명을 분석한 2025년 연구에서도 온도가 높고 많이 마실수록 식도암 위험이 커지는 뚜렷한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뜨거운 음료를 하루 4~6잔만 마셔도 위험이 약 두 배였고, 매우 뜨거운 음료를 하루 8잔 이상 마시는 극단적인 경우엔 최대 5.6배까지 치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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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Int J Cancer. 2020 Jan 1;146(1):18-25.
이처럼 건강 관점에서 근거가 가장 많이 확보된 부분은 바로 식도암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섭씨 65도를 초과하는 매우 뜨거운 음료를 인체 발암 가능 물질(Group 2A)로 공식 분류했습니다. 이는 커피나 차에 든 특정 성분 때문이 아니라, 고온의 액체가 주는 열 자체가 식도암 위험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입니다. 위장과 달리 식도는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두꺼운 보호막이 없습니다. 따라서 65도 이상의 뜨거운 액체가 넘어갈 때 식도가 손상되기 쉽고, 시간이 누적되며 식도암 위험이 증폭되는 것입니다.

핵심 근거 2. 
겨울철 찬 공기를 쐬다가 곧바로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 급격한 온도 차이로 치아에 열충격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온도 변화가 오래 반복되면 치아 표면에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균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커피의 산성 성분 때문에 치아 겉면(에나멜)이 화학적으로 부식되고, 그 갈라진 미세 균열 틈새로 거대한 커피 색소 분자(탄닌 등)가 깊숙이 침투하게 됩니다. 그 결과 치아 착색과 시림 증상이 촉진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뜨거운 커피와 차가운 커피가 인체에 미치는 차이는 더 있으나, 연구를 통해 검증된 주된 차이는 오늘 다루어 본 내용과 같습니다. 오늘 살펴본 내용 중 근거가 가장 많고 인체에도 치명적인 것은 식도암의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된 내용인데요.

그렇다면 식도와 치아에 무리를 주지 않는 안전한 온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방금 나온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70도 이상에 달하기도 합니다. 60~65도 수준의 음료만 되어도 입술에 대었을 때 본능적으로 흠칫 놀라게 되고, 마시기 위해 호호 불어서 식혀야만 하는 꽤 뜨거운 온도입니다.

여기서 제안해 드리는 팁은 ‘입술로 온도 가늠하기’입니다. 우리 입안 점막은 혀나 볼 등 안쪽으로 갈수록 뜨거움에 상대적으로 둔감해져서, 무심코 입안에 털어 넣으면 화상을 입을 온도라도 삼켜버리기 쉽습니다. 반면 입술은 온도에 매우 민감합니다. 따라서 음료를 바로 마시기 전, 입술을 살짝 대보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입술을 댔을 때 '앗 뜨거워' 하고 반사적으로 호호 불어야 한다면 그 커피는 식도에 나쁜 온도일 확률이 큽니다. 입술을 댔을 때 뜨겁지 않고 편안하게 따뜻하다고 느껴질 때 드시는 것이 식도 건강을 지키는 좋은 방법입니다.

추가 정보. 
앞서 살펴보았듯이 커피를 마실 때의 온도는 뜨겁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반면 커피를 내릴 때의 온도는 어떤 것이 더 나은지 명확하지 않으며, 기호에 따라 드셔도 괜찮습니다.

뜨겁게 내리면 위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산도가 높을수록 위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나, 미국 토머스제퍼슨대 연구진의 2018년 분석에 따르면, 뜨거운 커피와 차가운 커피의 산성도(pH)는 4.85~5.13 수준으로 사실상 같은 것으로 보고됩니다. 하지만 뜨거운 커피를 마셨을 때 산 때문에 속이 더 쓰릴 수 있는데요. 겉보기 산도는 같아도 그 안에 위를 자극하는 산성 물질이 총 얼마나 많이 녹아 있는지(총 적정산도)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뜨거운 물로 커피를 추출하면 원두 속 다양한 유기산들이 훨씬 더 방대하게 빠져나옵니다. 이렇게 산성 물질이 많이 녹아 있는 뜨거운 커피가 위로 들어가면, 위 점막을 자극해 가스트린이라는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이 호르몬이 위산 분비를 늘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늘어난 위산은 하부식도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들어 속쓰림이나 위식도역류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 뜨겁게 내리는 방식이 유리한 면도 있습니다. 미국 토머스 제퍼슨대 연구진의 2018년 분석에서는 항산화 물질인 멜라노이딘이 뜨겁게 내린 커피에서 더 많이 우러났고, 국내 연구진이 2020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발암 가능 물질인 퓨란이 뜨겁게 내린 커피에서 더 적게 검출됐습니다.

오늘의 결론
1. 60~65도 이상의 뜨거운 온도는 식도 점막에 열 손상을 입혀 식도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2. 뜨거운 커피가 치아에 가하는 열충격은 미세 균열을 만들고, 그 틈으로 색소가 스며들어 치아 착색과 시림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3. 뜨겁게 우린 커피는 차갑게 우린 커피보다 산성 물질(총 산부하량)이 더 많아 위산 분비를 자극하고 속쓰림을 악화시킬 수 있다. 다만 항산화 물질(멜라노이딘)은 더 많고 발암 가능 물질(퓨란)은 더 적은 장점도 있어, 커피를 내리는 온도는 기호에 따라 골라도 된다.
4. 카페에서 방금 나온 뜨거운 커피를 즉시 마시는 습관을 버리고, 마시기 전 입술을 살짝 대보아 뜨겁지 않고 편안할 때 마시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