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5명 숨지고 80명 이상 집단 감염”… ‘에어컨병’의 진실은?

[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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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이른바 ‘에어컨병’으로 불리는 레지오넬라 뉴모필라균(Legionella pneumophila) 감염증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초기에는 발열과 오한, 두통, 근육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폐렴형으로 진행하면 호흡곤란과 의식 저하를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이른바 ‘에어컨병’으로 불리는 레지오넬라 뉴모필라균(Legionella pneumophila) 감염증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초기에는 발열과 오한, 두통, 근육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폐렴형으로 진행하면 호흡곤란과 의식 저하를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도 레지오넬라증이 집단 발생해 지난 21일(현지시간) 기준 5명이 숨지고 82명이 확진됐다. 뉴욕시 보건당국이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 일대 160개 건물의 냉각탑 183개를 검사한 결과, 33개 건물의 냉각탑 34개에서 살아있는 레지오넬라균이 검출됐으며 해당 냉각탑은 모두 청소·소독을 마친 상태다. 이 외에도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구겐하임 미술관 등 많은 인파가 몰리는 관광 명소도 긴급 방역에 나섰다.

◇감염 양상은 두 가지… 폐렴형은 치명적

레지오넬라균 감염증은 양상에 따라 폐렴형인 레지오넬라증과 독감형인 폰티악열로 나뉜다. 폰티악열은 폐렴 없이 발열과 오한,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이 나타나는 비교적 가벼운 형태로 대개 수일 안에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폰티악열은 유행 시 발병률이 90% 이상으로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에게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반면 레지오넬라증은 폐렴을 동반한다. 보통 노출 후 2~10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과 기침, 근육통, 두통 등이 나타나고 이후 호흡곤란과 흉통으로 악화할 수 있다. 설사나 복통, 메스꺼움 같은 위장관 증상과 혼돈·의식 저하가 동반되기도 한다. 또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레지오넬라증 입원환자의 치사율은 40~8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특히 50세 이상이거나 흡연자, 만성폐질환·당뇨병·신장질환·간질환을 앓는 사람, 면역저하자는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크다.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고 기침과 호흡곤란이 심해지거나 의식이 흐려진다면 즉시 진료받아야 한다.

◇에어컨 바람보단 냉각탑 속 물이 문제

레지오넬라균은 하천이나 호수 등 자연환경에도 소량 존재하지만 25~45°C 정도의 따뜻한 물이 고여 있고 물때와 침전물, 생물막이 형성된 인공 수계에서 빠르게 증식한다. 냉각탑과 온수 배관, 샤워기, 수도꼭지, 가습기 등이 대표적인 위험 시설이다. 오염된 물이 미세한 물방울 형태로 공기 중에 퍼지고, 이를 사람이 들이마시면 감염될 수 있다. 드물게는 오염된 물을 마시는 과정에서 물이 기도로 넘어가 감염되기도 하지만 사람 간 전파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뉴욕 사례에서 문제가 된 냉각탑은 대형 건물의 중앙 냉방이나 산업 공정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는 설비다. 물과 팬을 이용해 열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미세한 물방울이 외부로 퍼질 수 있는데, 냉각탑 내부에서 레지오넬라균이 증식한 상태라면 인근 사람이 오염된 물방울에 노출될 수 있다.

다만 ‘에어컨병’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모든 냉방장치가 감염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가정용과 차량용 에어컨, 창문형 에어컨은 물을 이용해 공기를 냉각하지 않기 때문에 레지오넬라균이 증식할 위험이 낮다. 하지만, 물을 사용하는 증발식 냉방기를 사용하는 경우는 레지오넬라균이 증식하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 또한 냉각 코일 등 에어컨 부품 내 물이 고일 수 있어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국내 환자도 증가세… 여름철 시설 관리 중요

국내에서도 레지오넬라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 감염병통계에 따르면 올해 1~ 6월까지 레지오넬라증 신고 환자는 357명으로 260명이었던 지난해 대비 97명, 약 37% 증가했다. 또한 매해 수백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제3급 법정감염병으로 관리되고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대형 건물과 숙박시설, 목욕탕 등 다중이용시설의 철저한 위생 관리가 필요하다. 냉각탑과 냉·온수 급수시설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냉각탑과 저수조 등에 물이 장기간 정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때와 침전물이 쌓이지 않게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장기간 가동하지 않은 시설을 재사용할 때는 충분히 소독해야 한다. 특히 의료기관, 요양시설과 같은 고위험 구역에 공급되는 물은 필터 등을 활용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의료용 분무기와 산소마스크 등 호흡기 치료 기구에는 반드시 멸균수를 활용해야 하며 건물 급수시설과 공동주택 온수시설 역시 냉수 20°C 이하, 온수 50°C 이상을 유지하는 등 수온 관리가 중요하다.

개인은 의심 증상을 조기에 알아차려야 한다. 여름철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한 후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이 나타났다면 단순 감기로 넘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