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낮은 식도암, 술·담배·뜨거운 음료가 원인" [헬스조선 명의]

입력 2023.01.25 07: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식도암 명의'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박성용 교수

식도암은 발생률로 따졌을 때 낮은 편이다. 그러나 5년 생존율도 전체 암 중 5번째로 낮다. 초기 증상이 아예 없어서 대부분 환자가 병이 이미 많이 진행되고 나서야 진단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도암 표준치료법인 수술은 합병증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다. 식도를 모두 절제하고 위나 대장을 식도 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재건하는 과정이라 수술 범위가 크고 난도도 높아서다. 이를 막으려면 내시경만으로 절제가 가능한 초기에 발견하는 수밖에 없다. 그보다 생활습관을 개선해 살아생전 식도암을 마주치지는 일 없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식도암의 진단과 치료, 예방법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분과 박성용 교수에게 물었다.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박성용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식도암 5년 생존률이 낮은 까닭은 무엇인가?
사실 식도암은 초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면 생존율이 나쁘지 않다. 점막에만 있는 암 같은 경우엔 내시경적 치료로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병변이 커졌을 때다. 암이 식도 밑에 있는 점막 하층으로 침범하면 림프절 전이가 광범위하게 일어날 수 있다. 더 커지면 기관지나 대동맥처럼 식도 주변,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기관들로 침범한다. 치료가 점점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5년 생존율이 높지 않다.

-식도암의 증상은 무엇인가?
식도는 근육으로 이루어진 기관이다. 암이 웬만큼 진행돼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초기 증상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병기가 진행되면 음식이 내려갈 때 걸리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또 암이 성대에 관여하는 후두 신경에 침범해 쉰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잘 못 먹어서 체중이 한 달 사이에 4~5kg씩 감소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수술도 고려하기 어려운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내시경 검사를 통해 빨리 발견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식도암을 유발하는 원인엔 무엇이 있나?
식도암엔 두 종류가 있다.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 같은 동아시아에서는 식도 상부에 암이 생기는 편평상피세포암이 주를 이룬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권에선 식도 하부에 생기는 식도 선암이 주를 이룬다. 두 가지는 원인이 다르다.

먼저 편평상피세포암은 흔히 말하는 발암물질이 원인이다. 식도 세포가 물리적, 화학적 손상을 주는 인자들에 계속 노출되면 망가지고 재생하는 과정에서 암세포가 발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인자가 술과 담배다. 뜨거운 음료나 음식도 관련이 있다. 역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술은 식도암 발생률을 3배 정도 높인다. 담배도 3배, 뜨거운 차는 2배 정도 라고 알려져 있다.

-얼마나 뜨거워야 위험한가?
뜨거운 차나 음식은 2급 발암물질이다. 인체 발암 기전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동물 실험에선 밝혀졌다는 뜻이다. 이때 기준은 65도다. 온도계를 가지고 다니면서 재 볼 수는 없겠지만 막 나온 뜨거운 아메리카노 정도는 피하는 게 좋다. 인구수로 보정했을 때 편평상피세포암은 우리나라보다 뜨거운 차를 많이 먹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약 10배 많이 발생한다.

-선암은 어떤가?
서구권에서 흔한 선암은 위식도 역류질환과 연관성이 깊다. 위산이 식도 쪽으로 역류하면 자극 받은 식도 점막 세포가 재생하는 과정에서 암 세포로 바뀌어 발병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상관관계가 명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편평상피세포암과 선암의 발생 비율이 9 대 1 정도다. 생활 습관 서구화로 더 비만해지고 위식도 역류 질환 유병률이 늘면서 선암 발생률도 증가할 것이라 여길 수 있지만 통계적으론 그렇지 않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일상에서 불편함을 유발하고 방치하면 드물게 선암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치료하는 게 좋다고, 교과서적으로 말할 수 있겠다.

박성용 교수는 “식도암 발병과 관련된 유전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사진=신지호 기자
-유전이나 가족력이 영향을 끼치지는 않나?
유전이라고 하면 부모, 자식, 형제 간 공유되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식도암 발병에 관여한다는 건데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부모님이 술과 담배를 좋아했을 때 그 자식도 은연중에 그렇게 된다는 가족력 정도는 연관이 있을 것이라 본다.

-식도암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대다수 환자들이 위내시경을 받다가 진단된다. 위암 검진을 위해 내시경이 들어가면 식도를 거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정상적이지 않은 조직이 발견되면 조직 검사를 진행한다. 이렇게 내시경적으로 식도암이 진단되면 병기나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들이 진행된다. CT와 PET(양성자단층촬영)을 찍고 내시경 끝에 초음파를 달아서 암세포가 식도를 얼마나 침범했는지 확인한다.

-병기에 따른 식도암 치료 옵션엔 무엇이 있나?
초기 식도암은 암세포가 점막에만 있거나 점막 하층까지 침범한 경우로 나뉜다. 점막에만 암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소화기내과에서 내시경적인 절제를 시도할 수 있다. 점막층만 긁어내는 식으로 암세포를 제거하면 수술도 필요하지 않고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암이 점막 하층까지 침범했다면 내시경으로 긁어내기도 어렵고 재발 위험도 크다. 이럴 땐 수술을 적용한다. 주변 림프절 포함 식도를 모두 절제하고 위를 끌어다가 올려서 식도를 대체하는 것이다. 림프절 전이까지 발견된 경우엔 바로 수술을 시도하기 보단 항암 방사선으로 암의 크기를 줄이고 수술하는 게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암이 기관지나 대동맥까지 침범한 말기에는 기술적으로 식도를 절제하기가 불가능하다. 전이가 여러 군데에 퍼져 있어서 수술은 도움이 안 되므로 항암 치료만 적용한다.

-식도암 수술은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인가?
그렇다. 모든 암 수술 통틀어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률이 가장 높다. 우리나라 통계를 보면 식도암 수술의 사망률이 4%가 넘어간다. 25명 중 한 명은 사망한다는 얘기다. 미국이나 일본 연구를 살펴보면 합병증 발생률도 50% 이상이다.

식도암 수술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는 박성용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왜 위험한가?
식도가 우리 몸의 중요한 장기들 한 가운데 위치해서다. 폐하고 심장 사이에 있으며 기관지나 대동맥과 이어져 있다. 이런 기관들 사이에서 식도를 모두 절제해내는 수술을 해야 되기 때문에 합병증 발생률이 높다.

수술 범위가 크기도 하다. 식도를 제거하고 나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장기를 사용해 식도를 재건한다. 그런데 위를 끌어올리건 대장을 끌어올리건 흉부나 복부, 필요하면 목도 수술해야 한다. 그 어떤 수술보다 수술 범위가 커지기 때문에 합병증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왜 식도를 전부 절제하나?
많은 환자들이 하는 질문이다. 두 가지가 이유가 있다. 먼저 기술적으로 식도를 몇 cm씩 자르고 당겨서 붙일 수가 없다. 애초에 붙지 않는 조직이다. 나머지 하나는 식도를 가능한 한 많이 절제해야 국소 재발이 줄어들어서다. 암세포가 점막 하층까지 침범하면 주변 림프절을 따라 전이하거나 재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수술할 땐 식도만 절제하는 게 아니라 식도 주변에 있는 림프절도 모두 제거한다.

-수술 합병증엔 어떤 것들이 있나?
식도 재건을 하면 남아있는 상부 식도가 위나 대장의 윗부분과 연결된다. 수술 방법이나 연결하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지만 1~10%의 환자들에게 문합부 누출이 발생한다고 보고된다.

쉰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식도 주변에 있는 림프절을 제거하면 되돌이 후두신경이 일시적으로 당겨지거나 손상된다. 이 신경이 제 기능을 못하면 쉰 목소리가 나온다든지 아니면 음식을 먹을 때 사레가 들리는 증상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폐렴이나 폐 손상이다. 광범위하게 식도나 림프절을 제거하면 폐렴이 많이 생기고 균이 자라지 않는다고 해도 폐에서 비특이적인 염증이 발생해 폐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크게 세 가지 합병증이 많이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식습관도 많이 바뀔 것 같은데?
그렇다. 원래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식도를 통해서 위로 넘어가 저장된다. 그런데 위가 식도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음식을 저장할 공간이 사라진다. 하루에 세 끼를 먹던 걸 6~7끼로 나눠서, 조금씩 먹어야 한다. 이렇게 해도 식도와 위 사이에 역류를 막아주는 구조물들이 없기 때문에 음식이 역류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과거 미국에서 낸 통계를 보면 식도암 수술 후 90% 이상의 환자들이 삶의 질 저하를 호소한다. 식도암 수술 후 삶의 질 향상은 많은 의료진들의 관심 분야다.

박성용 교수는 “식도암 수술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건 많은 의료진의 관심 분야”라고 말했다/사진=신지호 기자
-식도암 치료에 있어서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전 세계적으로 항암 방사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부 식도암 환자들이 항암 방사선 후 암세포가 다 죽어서 막상 수술해보면 암세포가 남아 있지 않은 경우들이 꽤 있었다. 여러 데이터를 보면 약 30% 정도라고 한다. 그 요인이 무엇인지,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에 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약물치료제는 어떤가?
표적치료제는 아직 없다. 표적치료라는 건 암과 명확하게 관련된 유전자를 목표로 하는데 식도암은 아직 연관된 유전자가 밝혀지지 않았다. 대신 일반 항암제보다 면역항암제가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좀 더 낮은 병기에서 적용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가 개발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특히 식도암을 조심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나?
술을 먹은 뒤 얼굴이 벌게지는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은 평생 과음해도 식도암에 걸리지 않는 반면, 어떤 사람은 음주력이 과하지 않은 데도 식도암에 걸린다. 대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개인의 알코올 분해 능력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체내로 들어온 알코올은 알데하이드라는 물질로 존재하다가 분해 후 배출되는데 체내에 오래 머물수록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다. 얼굴이 벌게지는 사람은 분해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식도암뿐만이 아니라 발암 기전 자체에 취약하므로 술을 마시면 얼굴이 벌게지는 사람은 술을 멀리하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미래 또는 현재의 식도암 환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식도암은 다른 어떤 암보다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상식적인 부분들이다. 술은 안 먹는 게 좋겠지만 먹어야 한다면 소량만 먹고 담배는 꼭 끊는다. 뜨거운 음료나 음식도 식혀서 먹는 게 좋다. 또 암에 걸린다고 해도 조기에 발견하면 식도를 보존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위내시경을 받는 게 좋다.

식도암으로 수술 받은 환자들께 드리고 싶은 얘기는, 요즘 우리가 ‘뉴노멀’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새로운 표준이란 뜻이지만 이전의 정상이었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뜻도 내포한다. 전과 달리 많이 먹을 수 없고 먹을 때면 역류로 불편한 건 치료가 원인이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 나는 불편할까’에 집착하기보다 노멀에서 영양상태를 어떻게 잘 관리하고 몸무게가 빠지지 않게끔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박성용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박성용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석사, 박사를 마쳤다. 아주대병원, 세브란스병원을 거쳐 현재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부교수다.

박성용 교수는 식도암 로봇수술의 선구자다. 세계 최초로 싱글포트로봇을 식도암 절제술에 적용했다. 삼성서울병원 식도암 팀에서 국내 최초로 식도암 수술 4000건을 달성하며 식도암 수술의 사망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낮추기도 했다. 현재 대한흉부외과학회, 대한기관식도과학회에서 정회원으로 활동하며 폐식도외과 분야 관련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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