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접종 후 ‘생리불순’… 예측불가 이상반응, 왜?

입력 2021.09.15 17:18

백신이 면역계 영향 미쳐 생리 이상 유발 추정
인과 관계 명확한 결론 안 나
하혈 등 이상반응 있으면 의료진 찾아야

자궁 그래픽
백신이 생리에 영향을 미쳤는지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론 영향을 미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두 달간 생리를 4번 했다”
“엄청난 복통과 함께 하혈이 나왔다”

코로나19 백신이 생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경험담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생리불순, 부정 출혈, 폐경 후 하혈, 심한 생리통 등 다양한 사례가 분분하다. 이제야 미국,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연구에 착수해 임상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이론적으로 따져봤을 땐, 실제로 백신이 생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1차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생겼다면, 2차 백신은 맞아야 하는 걸까?

◇코로나19 백신 맞고 생리 이상 생겼다는 사례 속출해
코로나19 백신이 생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추정은 미국의 두 여성 과학자로부터 시작됐다. 일리노이대 어바나 샴페인 캠퍼스 생물인류학과 캐서린 클랜시 교수는 지난 2월 모더나 백신 1차를 맞고 나서 생리주기가 변했다. 자신만 겪은 경험인지 알고 싶어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렸고, 즉각 수백 명이 반응했다. 두 달 뒤 클랜시 교수는 워싱턴대 의대 캐서린 린다 박사와 본격적으로 사례 수집에 착수했고, 최근까지 약 15만명 이상의 경험담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학자의 사례 수집이 화제가 되자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지난 3일 백신과 생리 사이 상관관계 연구 지원에 나섰다. 보스턴대, 하버드 의대, 존스홉킨스대, 미시간 주립대, 오리건 보건과학대 등 5개 대학 연구팀이 NIH로부터 1년간 총 167만 달러(약 2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백신과 생리 변화 사이 메커니즘을 밝히기로 했다. 영국에서도 지난달 18일 기준 3만 2455건의 백신을 맞고 나서 생리 이상이 나타났다고 보고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경험담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성 부정출혈(하혈)을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보건당국은 일단 기타란에 신고해달라는 입장이다. 지난 2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조은희 안전접종관리반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추진단에서는 월경이상과 관련된 국외 문헌 등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또한 국내에서 발생하는 월경 이상 반응에 대한 감시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만약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예기치 않은 질 출혈이 있거나 장기간 지속된다면 반드시 의료진을 방문해 진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매체 ‘더 타임스’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에 의한 생리 관련 부작용이 가장 많았다. 지난 5월 17일까지 생리 관련 부작용을 겪은 약 4000명의 영국 여성을 조사한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자는 2734명, 화이자는 1158명 그리고 모더나는 66명였다.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주웅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유발한다고 알려진 부작용인 혈전 문제는 혈액 내 작용이라 마치 생리 이상처럼 보이는 문제가 유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생리, 큰 면역 반응이라 백신에 영향받았을 수 있어
아직 백신이 실제로 생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밝혀진 연구는 없다. 백신과 생리 사이 상관관계조차 입증이 확실히 되진 않았다. 이론적으로 따져봤을 땐, 영향을 주는 게 가능할까?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박현태 교수는 “이론적으로 두 가지를 추정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생리 자체가 매우 큰 면역 반응이기 때문에 면역계에 영향을 주는 백신이 부정 출혈 등을 유발했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두 번째로는 생리 자체가 다이어트, 스트레스 등에 의해 주기가 빈번히 바뀔 수 있는데 백신을 맞는 게 스트레스로 다가와 영향을 줬을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궁에는 면역 세포가 밀집돼 있다. 생리는 조직 분해 효소를 내보내는 면역 세포의 작용으로 자궁 조직이 붕괴하면서 진행된다. 따라서 백신으로 면역계가 영향을 받으면 생리 이상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왜 이전에 백신을 맞을 땐 생리와 관련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은 걸까? 박현태 교수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동시에 맞은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실제로 있었어도 보고되지 않고 넘어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신에 의한 스트레스로 생리주기가 변했을 수도 있다. 백신을 접종하면 항원에 대한 항체가 만들어지는데, 이런 면역 반응 자체가 우리 몸에는 스트레스다. 생리는 난소, 자궁내막, 뇌하수체 등 다양한 기관이 작용해 진행되는데, 이 기관 중 하나라도 스트레스로 균형이 깨지면 생리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웅 교수는 “아직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백신을 맞아 항원항체 반응이 일어나 면역계가 활성화되면 신체의 방어체계를 제어하는 신호 물질인 당단백질 사이토카인이 생성된다”며 “그중 일부는 자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이승호 교수는 “백신으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부정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며 “부정 출혈이 나오면 일부에선 강한 생리통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가 많거나, 임신이나 출산한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 이런 부작용이 더 흔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례를 처음 모으기 시작한 클랜시 박사는 “생리주기를 더 많이 경험한 여성은 자궁혈관 구조가 훨씬 더 확립되어 있어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차 이후 생리 이상 생겼어도, 2차 맞아야
대다수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실제로 백신이 생리주기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작고, 줬더라도 난소 기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본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이동윤 교수는 “아직 백신이 생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인과관계조차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자궁에 큰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이승호 교수도 “백신 때문에 생리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은 안전성 자료 검토에서 생리 이상에 대해 논의했지만, 인과성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백신이 여성 생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조사한 결과 인과관계가 있을 수는 있지만,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같은 이유로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1차 백신을 맞아 부작용이 생겼더라도 2차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했다. 이승호 교수는 “이해득실을 따졌을 때 백신을 맞아야 한다”며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더 심각한 부작용과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웅 교수도 “2차 백신을 맞는다고 더 위험한 건 아니다”며 “피가 매우 과다하게 나는 게 아닌 경미한 이상반응이라면 2차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태 교수는 “지금까진 생리 이상이 일시적인 증상이고, 의학적으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 증상 심하다면 전문의 바로 찾아야
백신을 맞고 출혈이 과다하게 많이 나오거나, 폐경 이후에 하혈이 나왔거나, 무월경이 3~6개월 정도 지속됐다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이외에도 평소에는 겪지 않았던 증세가 보인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주웅 교수는 “아직 밝혀진 게 없으므로 뚜렷한 치료법은 없다”면서도 “증상이 심하다면 자궁이나 생식기 질환을 살피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게 좋으며 백신 말고 복용한 약이 있는지 최근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는지 반추해보고 없다면 출혈을 줄이는 등 증상에 맞는 대증요법이라도 전문의를 찾아 받는 걸 권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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