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도 메타버스 시동… 원격의료 논란 재점화시키나?

입력 2021.07.22 17:00

분당서울대병원 등 수술 실습에 활용… 코로나시대 교육 효과
일산차병원 가상공간에 개원… 수술실 참관 등 환자 체험
“원격의료 연결… 제도 보완 없인 확장 어려워”

메타버스를 이용해 분당서울대병원 폐암 수술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
의료계에서도 메타버스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메타버스를 이용해 분당서울대병원 폐암 수술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사진=분당서울대병원 및아시아흉강경수술교육단​(ATEP)

수술 현장을 옮겨놓은 듯하다. 전문의의 수술하는 손가락 동작까지 눈앞에서 명확하게 보인다. 고개를 돌리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나 간호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수술을 직관하려면 수술실이라는 공간의 한계 때문에 한정된 숫자의 사람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때와 다르게 참관하고 싶은 사람 모두 수술을 자세하게 보고 배울 수 있다. 메타버스가 구현된 의료 현장이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메타버스가 도입되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모두 아울러 뛰어넘은 3차원 확장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가상현실이 마치 현실처럼 구현된다고 보면 된다. 의료계에서도 메타버스를 교육부터 임상시험까지 도입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상훈 교수는 “도입했을 때 위험, 부작용이 거의 없는 기술”이라며 “의료계에서는 우리나라가 앞서 도입하고 있는 미래 핵심 산업”이라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국내에서 가장 선두에서 메타버스를 도입하고 있다.

◇의료계 교육 시스템으로 활용되고 있어
메타버스 기술이 가장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의료계 분야는 교육이다. 지난 5월 29일에는 분당서울대병원이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수술실에서 폐암 수술을 진행했다. 우리나라 의료인뿐 아니라 영국과 싱가포르에서도 참관해 실시간으로 수술 현장을 각 연구실로 옮겨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 자세한 수술 과정을 보며 토론했다. 참가자가 필요한 장비는 머리에 쓰는 기구인 HMD(Head Mounted Display) 정도다. 최근에는 업그레이드된 플랫폼을 이용하면 노트북만으로도 360도 돌려가며 관찰할 수 있는 환경이 구현된다. 메타버스 기술을 구현해 수술을 진행한 분당서울대병원은 360도-8K-3D카메라가 구축돼있는 스마트 수술실을 이용했다. 전상훈 교수는 “환자 케이스를 많이 보고 경험해야 숙련도가 높아지는 의료계 특성상 시공간을 초월해 실제 겪는 것처럼 보여주는 메타버스는 의료계에 그 가치가 상당히 크다”며 “코로나19로 실습이 어려운 지금 메타버스는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스마트수술실
분당서울대병원 스마트수술실/사진=분당서울대병원

실제로 국내 의학교육 현장에도 적용됐다. 서울대 의대는 의대 커리큘럼에 메타버스를 적용한 임상 실습 교육을 도입했다. ‘해부신체구조의 3D영상 소프트웨어·3D프린팅 기술 활용 연구 및 실습’이라는 교과로,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해 수술이 필요하거나 재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실제 데이터를 토대로 해부학 구조물을 직접 가공해본다.

간호학생과 구급대원 대상 비대면 교육에서는 재난도상훈련을 ‘뷰라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환자에게 응급상황이 일어난 것 같은 현장을 무제한으로 실습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실제로 만족도도 높다. 간호학생과 구급대원 대상 비대면 교육에서 99.7%의 높은 학습 만족도를 보였다.

◇디지털 치료제로도 사용될 전망
교육뿐 아니라 실제 환자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치료제로도 사용될 전망이다. 전상훈 교수는 “메타버스를 이용한다면 향후 세계 여러 병원과 스마트 병원 연합체를 구성해 교육뿐만 아니라 환자의 진료, 맞춤형 건강 관리, 디지털 치료제 검증 등을 실현할 수 있는 ‘가상의 종합병원’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보다 효과적인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고, 개발하는 과정에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실제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약물은 아니지만, 의약품처럼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향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실제 현실처럼 구현된 가상현실을 이용한 콘텐츠로 우울증, 불면증, 약물 중독 등의 정신건강 치료에 사용될 수도 있고, 천식, 당뇨 등의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다. 실제로 가상현실을 이용해서는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여러 병원에서 디지털 치료제 활용을 시도하고 있다. 가상현실을 넘어 더 현실 같은 메타버스를 이용한다면 그 효과가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술받는 환자의 불안한 마음을 더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수술을 받는 환자들은 수술의 위험도를 떠나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메타버스를 이용해 수술실을 사전에 탐방하는 기회를 가진다면 훨씬 두려움이 줄 수 있다. 전상훈 교수는 “수술뿐 아니라 암 환자의 경우 항암치료 자체도 두려울 수 있는데, 최근에는 암 환자들이 편안하게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는 가상환경을 구현하는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이용해 환자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기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개원한 일산차병원 7층 파라다이스 가든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개원한 일산차병원 7층 파라다이스 가든(야외정원)/사진=일산차병원
메타버스를 이용해 환자, 일반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은 사실 이미 매우 가까이서 진행되고 있다. 엄청난 장비를 구비하지 않고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한 시도다. 지난달 17일 차의과대학 일산 차병원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해 가상공간에 일산차병원을 개원했다. 제페토는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대표 콘텐츠로, 참여하고자 하는 모든 개인이 나만의 아바타를 형성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 나이, 성별, 인종 등을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 일산차병원 관계자는 “현재는 7층 이벤트홀, 산과, 초음파실, 6층의 분만실, 지하 1층의 행정 사무실 등을 구현해 병원 방문이 어려운 직원 가족들과 환자 등을 대상으로 병원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수술실, 로봇 수술실, 병동 등도 구현해 환자에게 수술을 받기 전 미리 수술실 등을 확인할 기회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산부인과를 직접 대면으로 방문하기 어려워하는 여고생 등을 대상으로 편하게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상담할 수 있는 건강 콘서트를 메타버스 내에 구현할 기획을 준비 중이다”며 “실제 행정업무가 가능한 원무 행정팀도 구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개원한 일산차병원 7층 이벤트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개원한 일산차병원 7층 이벤트홀(강당)​/사진=일산차병원
◇제도적 보완 우선돼야
다만 의료계에서 메타버스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은 관련이 없지만, 실제 환자에게 맞춤형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원격의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원격의료는 의료법상 불법이다. 지난 6월 김부겸 국무총리가 규제 챌린지 과제에 원격의료를 포함하면서 합법화 논의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전상훈 교수는 “원격의료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잠재적인 위험은 무엇인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며 “막연한 반대만 해서는 안 되고, 정부, 시민, 의료계 모두 하나씩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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