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story] 5대 장기 이식술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11.09.21 09:07

장기이식 너에게 나를 보낸다
간_국내의료진 세계 첫 2대1 이식
신장_혈액형 달라도 이식 가능
심장_인공심장, 내년 국내 첫 수술
췌장_개복 없이 주사로 기능 되찾아
폐_국내선 뇌사자 이식만 허용

키 185㎝, 몸무게 85㎏인 말기 간경화 환자 김모(52)씨는 지난달 딸과 남동생의 간을 각각 조금씩 이식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너무 건장한 체격 탓에 평균 체형 한국인 한 명의 간만 이식받아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2대 1 생체 간이식 수술이 없었다면, 그는 자신처럼 체격이 큰 공여자를 기다리다가 사망할 가능성이 컸다.

한국의 장기 이식술은 세계 톱 수준이다. 혈액형이 A형인 사람과 B형인 사람의 간을 떼어 O형인 사람에게 줄 수 있다. 생후 60일 신생아도 한국에선 간 이식이 가능하다. 신장을 3번째 재이식하는 수술을 하면서 췌장을 동시 이식하고, 폐와 심장을 함께 이식한다. 25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제12차 아시아이식학회 학술대회에서도 한국의 장기이식 기법이 중점 발표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최신 연구 결과와 함께,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는 첨단 장기이식 기법을 소개한다.

간ㆍ신장 이식 등은 한국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인공심장이식 수술은 내년 초 국내 처음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미국에서 이식에 사용하는 인공심장 중 하나. / 조선일보DB

간: 이식 후 B형간염 재발 '제로'=전체 이식의 10~15%는 혈액형이 다른 사람 간에 이뤄진다. 수술 2주 전부터 혈액형이 다른 장기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시술을 받아 둔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외과 김주동 교수는 "혈액형이 같은 사람의 간을 받을 때와 장기의 5년 보존율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간 이식을 받고 나서 간 질환이 재발하지 않도록 다양한 약물 치료 요법이 개발되고 있다. 간 이식을 받은 B형간염 환자 196명에게 항바이러스제를 복용시켰더니 2년 동안 한 명도 간염이 재발하지 않았다는 서울대병원 연구 결과가 아시아이식학회에서 발표된다. 공여자의 간은 복강경으로 떼어낼 수도 있다.

신장: 혈액형 달라도 94% 보존=신장 기능이 정상의 15% 이하로 떨어지면 이식 대상이다. 국내에서 이식한 신장의 1년·5년·10년 보존율은 98%·94%·89%로, 미국보다 최고 46%포인트 높다(세브란스병원 자료). 과거에는 65세 이상이나 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는 신장을 이식받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가능하다. 혈액형이 안 맞아도 이식한다. 이종 혈액형 신장의 3년 보존율이 93.8%에 달한다는 국내 7개 병원의 연구 결과가 아시아이식학회에서 발표된다.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김명수 교수는 "혈액형이 다른 경우 예전에는 체내 면역 시스템이 이식된 신장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비장을 떼어냈지만, 요즘은 리툭시맵이라는 면역조절약제를 투입해 비장을 보존하면서 우수한 이식 성공률은 유지한다"고 말했다. 공여자의 신장을 복강경으로 떼어낼 수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日선 생체 폐이식 가능… 공여자 2명 폐 20%씩 떼어내

심장: 인공심장이식 내년 도입=내년 초 인공심장이식 시범 수술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이뤄진다.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박표원 교수는 “원래 심장은 그대로 두고, 인공심장을 보조적으로 다는 수술”이라고 말했다. 뇌사자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은 65세 이상 노령 환자, 간·신장 기능이 저하된 사람, 당뇨병 합병증이 있는 사람 등에게도 가능해졌다. 이런 사람은 심실비대증·판막질환 등이 있었거나 45세 이상인 뇌사자의 심장도 쓴다. 인공 폐와 혈액 펌프로 심폐기능을 보조하는 기구를 사용해서 성공률을 정상 심장 이식과 비슷한 수준까지 높였다.

췌장: 췌장 세포만 주사로 이식=인슐린 주사로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제1형 당뇨병 환자가 대상이다. 최근 개복하지 않는 치료법이 나왔는데, 뇌사자의 췌장을 떼어내는 대신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만 추출해 환자의 간문맥에 주입하는 방법이다. 고대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박관태 교수는 “환자의 부담은 줄지만 자가면역 공격에 약해, 베타세포의 1년 유지 비율이 아직 50% 정도에 그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포에 보호막을 씌우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한덕종 교수는 “미국에서는 기증자의 췌장을 복강경으로 적출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개복수술만 한다”고 말했다.

폐: 아직 뇌사자 이식만 허용=국내는 뇌사자 폐이식만 법으로 허용한다. 일본은 생체 폐이식도 한다. 생체 폐이식은 공여자 2명의 한쪽 폐의 20% 정도를 떼어내는데, 이식 가능한 부분이 한정돼 있어 폐 기능은 떨어진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백효채 교수는 “뇌사자의 폐가 모자라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생체 폐이식이 필요하다”며 “다만 폐 기증자의 안전성 문제를 해결할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등에서는 3~4년 전부터 뇌사자가 아닌 심장정지 사망자의 폐도 쓰는데, 1년 생존율이 뇌사자 이식과 비슷하다. 한국에선 아직 이 연구가 시작 단계이지만 5년 안에 임상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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