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차별하는 '산정특례·장애등급'…암 환자들, 치료·생계비 부담 호소

김성주 대표

언론사

입력 : 2022.06.03 07:51

암 환자들이 암 재발 등에 따라 산정특례와 장애등급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면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DB)
암 환자들이 암 재발 등에 따라 산정특례와 장애등급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면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DB)

[메디컬투데이=김민준 기자] 우리나라는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가계 부담 최소화를 위해 환자가 부담한 건강보험 본인 부담금이 개인별 상한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금액을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는 ‘본인부담상한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진료비 본인 부담이 높은 ▲암 등의 중증질환자 ▲희귀질환자 ▲중증난치질환자를 위해 본인부담률을 경감하는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 제도’도 함께 운영 중이다.

그러나 암 재발·전이·발생 기준에 따라 치료비 지원 및 장애연금 지원 여부가 결정돼 환자들이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대표는 “200만 암 유병자들에게 암 재발 또는 여러 부위에 발생하더라도 중증질환자 산정특례 또는 장애등급 규정으로 인해 지원 등이 이뤄지지 않아 치료비를 과중하게 부담하고, 생계 유지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라고 호소했다.

유방암 진단을 두 번 받은 54세 여성 A씨와 난소암 3기 판정을 받은 51세 여성 B씨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우선 A씨는 2018년 5월 호르몬 양성 유방암으로 오른쪽 가슴을, 2020년 1월에는 종류가 다른 삼중음성 유방암으로 왼쪽 가슴을 각각 떼어냈다. 이후 국민연금 가입자가 장애를 입었을 때 받을 수 있는 장애연금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B씨의 경우 2014년 6월 난소암 3기 판정을 받은데 이어 2018년 4월 암이 직장(直腸)으로 전이됐지만 진료비 지원이 2019년 6월 끊어져 전이암에 대한 장기간 추적 관찰 등에 소요되는 막대한 진료비 부담에 대해 호소했다.

이처럼 A씨와 B씨를 비롯한 암 환자들이 각각 건보공단과 국민연금으로부터 산정특례 적용과 장애등급 가중이 힘들다는 답변을 들을 수 밖에 없었던 근거는 무엇일까?

우선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규정 등에 따르면 암 환자 산정특례는 암 환자의 산정특례 종료시점에 잔존암, 전이암, 추가로 재발이 확인되는 경우(잔존암 등)로서 암 조직의 제거·소멸을 목적으로 수술 또는 방사선·호르몬 등의 항암치료 및 항암제를 계속 투여 중인 경 산정특례 재등록을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잔존암 등’이 발생해 이를 수술 등으로 제거한 이후 기존 암에 대한 산정특례 기간 만료일에 ‘잔존암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잔존암 등’에 대한 치료비용에 대해서는 기존 암의 확진일로부터 5년 동안만 제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쉽게 말해 암과 관련된 검사와 진찰, 수술, 항암 치료, 처치, 약제, 재활, 입원, 간호, 이송, 가정간호, 정신과 진료 등에 대한 비용에 대해 신규암·기존암 등은 모두 산정특례를 받을 수 있으나, 재발·잔존암 등은 암 제거를 위한 수술과 항암 치료 이외에는 지원을 받지 하거나 지원 금액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 장애등급은 '국민연금법'과 국민연금 규정 등에 따르면 서로 다른 부위에 장애가 발생했다면 장애 정도에 따라 장애등급을 가중하고, 동일 부위에 장애가 발생했다면 서로 다른 부위라도 관련성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장애등급이 가중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암에 대해서는 암으로 인해 특정 신체 부위에 장애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부위별 구분이 아닌 암의 상태와 운동수행 능력을 기준으로 장애등급 판단이 이뤄지면서 2차암이 발생하더라도 장애등급이 가중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으로, 암 환자들은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관계자는 산정특례와 관련해 “산정특례 취지 자체가 암 등 고액의 치료비가 발생하는 중증질환에 대한 치료비 문제 해결을 위해 본인부담비율을 경감하는 제도”라며“예후 관찰, 재발 방지 등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암 제거 수술 및 항암·방사선 치료 등의 암 치료비는 재발암의 경우 기존 암의 산정특례 기간 종료시점에 여전히 잔존암이 있거나 항암치료 중인 경우 산정특례 기한을 연장할 수 있으며, 기존 암에 대한 산정특례 기간이 종료됐더라도 재발암이 확인되면 산정특례가 부여된다”라고 안내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장애등급과 관련해 “장애등급은 중증도에 따라 결정하게 되는데, ‘중증도 1’에 해당한다면 2차암·원발암도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때 ‘중증도 1’은 더 이상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거나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로, 사실상 ‘말기’에 해당한다.

더불어 “장애등급 심사규정 제·개정 시 의료진의 자문을 구하게 되는데, 규정 제·개정 당시 의료진은 전이·재발암의 중증도와 위험성이 2차암·원발암의 중증도와 위험성보다 높게 판단함에 따라 현재의 심사규정 등이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만약에 2차암·원발암 중증도와 위험성 등이 전이·재발암보다 높거나 동일하다고 본다면 암 종류를 구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자문한 의료진들도 큰 의견이 없는 상태이며, 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료진도 없음을 덧붙였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이러한 건보공단과 국민연금의 입장에 대해 암 환자들의 심정과 환경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암 확진일로부터 5년까지 치료비 등을 지원하는 것은 수술 또는 항암·방사선 치료 등을 통해 암을 제거하더라도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이를 추적 관찰해 재발 시 조기치료해 환자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재발암도 마찬가지이며, 암이 재발했다는 것은 신규 암보다 내성이 생기는 등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등 문제가 이전보다 더 심각해졌다고 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더 촘촘히 검사해주고 예후 등을 관찰해주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라고 반발하면서 재발암도 재발 확진일로부터 5년까지 산정특례를 적용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또 김 대표는 국민연금 규정 등에 대해 재발암이나 암이 2곳 이상 퍼진 2차암 등은 모두 ‘중증’으로 봐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현재 의사들은 2차암과 재발암 모두 중증으로 보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암이 재발되어야만 중증이라는 인식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한편, “환자들이 헷갈려 하거나 이해·공감할 수 없는 규정은 빨리 개선해 더 이상 환자 등의 어려움을 빨리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건보공단과 국민연금의 기관 특성과 가치 등이 다르지만, 질병이 달라지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암’이라는 질병에 대해 어째서 전혀 다른 개념으로 이해해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꼬집으면서 환자들이 규정 때문에 충분한 지원 등을 받지 못해 진료비와 생활비로 고통스러움을 고려해, 조속히 법령과 규정 등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김 대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실에 건보공단의 산정특례와 국민연금의 장애등급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 및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 중으로, 빠르면 6월 중순 이후 면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메디컬투데이 김민준 kmj6339@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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