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은 의료기록 유출 위험 높여…즉각 중단해야"

의협·병협·치협, 전자처방전 제도 추진 중단 및 원점 재검토 요구

언론사

입력 : 2022.04.21 18:41

[메디컬투데이=김민준 기자] "환자 질병정보 보호 및 안전한 처방 시스템 구축 위해 전문가와 논의하라"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가 정부의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추진에 대해 즉각 중단을 21일 촉구했다.


의료계는 최근 정부가 서비스 편의성이라는 명목 하에 개인의 인체정보와 의료기록을 포함하는 민감정보를 담는 전자처방전을 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관련 논의를 졸속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행 의료법에서 환자에 관한 기록 열람을 까다롭게 규정하고 제3자에게 정보 누설을 금지하는 이유는 환자의 신체 계측 지수와 기저질환의 기록이라는 극도로 민감한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방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의료계는 최근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개인의 금융정보가 각종 해킹과 보이스피싱 등에 무력화되는 사건들을 차치하더라도, 환자의 의료정보가 외부 서버에 집적·보관될 경우 아무리 기술적인 보안을 추가한다 해도, 날로 빠르게 발달하는 해킹을 통한 조직적 범죄시도 및 데이터 자산의 약점인 정보유출의 위험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미 국내에서도 이미 2015년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에서는 약학정보원 등이 환자 동의 없이 의료정보 약 47억 건을 불법 수집해 해외 업체에 판매한 사실을 적발한 바 있음을 거론하며,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과 같이 환자의 처방전을 한곳에 집적되게 할 경우 막대한 환자 개인정보가 한 순간에 열람되어 급속도로 전파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의료계는 처방 관련 인프라를 국가 책임·주도하에 제공하게 된다면 이후 발생되는 국가 전체의 시스템 장애, 하루에도 수백만 건 이뤄지는 환자들의 처방 관련 민원을 온전히 국가가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그 불편과 피해를 책임져야 한다면서 기존의 분산된 처방전 1건이 분실되면 환자 1명 개인의 피해에서 멎게 되나, 집약된 국가중앙시스템의 장애는 수분간에 수백만명의 환자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 있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구체적으로 의료계는 지난 2012년 4월, 8월, 10월, 11월, 2013년 1월, 8월 등 1년여 간에 걸쳐 6차례 이상 국민건강보험공단 서버 장애로 전국적으로 수진자 조회 장애로 인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받은 바 있으며, 서버 고도화 작업을 진행한 이후에도 2018년 12월 5시간 이상 홈페이지 개편 관련 장애가 발생해 전국적으로 환자 진료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들을 언급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추석 연휴 첫날에도 동일한 장애가 발생해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사태가 또다시 발생한 바 있으며, 심지어 수진자 자격 조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서 요양기관에 강력하게 요청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공단 측의 귀책 사유로 장애가 한 해에도 수차례 발생해 국민과 환자들이 막대한 진료 공백 피해를 유발했던 일도 거론했다.

이외에도 의료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016년 7월 냉각장치 고장으로 24시간 가까이 DUR 점검과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불가능한 사태를 초래한 바 있고 이에 따라 국정감사 및 관계자 문책을 당한 바도 있음을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2015년 1월, 의료기관의 청구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환자와 의료기관의 동의 없이 7억 건에 달하는 진료기록을 무단으로 빼돌려 관련 업체에 판매한 사례, 지난해 12월에 발생한 질병청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 예약 장애, 방역패스 확대 쿠브앱 전산 장애 사례 등을 보면 보안의 수준을 높이는 것과 별개로 인체와 질병정보 빅데이터를 한 곳으로 집적하는 형태 자체가 유출의 요인이 됨을 보여주는 실례라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의료기관에 내원하는 환자군에 노인과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 계층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전자처방전은 환자들에게 또다른 장애와 진입 장벽을, 의료기관에게는 디지털 시스템과 기존 시스템의 중복 규제를 강요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디지털 소외 세대라는 용어까지 등장해 백신 접종 증명서도 QR코드가 아닌 종이 문서로 지참해야 하는 노년층 및 장애인들에 대해 정작 보건복지부가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는 국가의 국민에 대한 책임 방기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계는 의료기관에 주로 내원하는 환자들은 평상시 건강하고 디지털과 스마트폰에 빠르게 적응하는 이들이 아니라, 보편적인 기술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디지털 약자 계층임을 주지하는 것은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의무임을 강조했다.

끝으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3개 단체는 국민들의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질병정보를 강력히 보호하면서 신속하고 안전한 처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 엄중하고 전문적인 논의가 필수적이며, 본질적으로 개인정보의 보호와 디지털 약자의 접근성 측면에서 윤리적 고찰과 사법적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라는 본질적 가치를 무시한 무리한 제도 개선 추진은 공공의 영역에서 엄중히 지양돼야 한다면서 보건복지부를 향해 전자처방전 제도 추진 즉각 중단과 원점 재논의를 강력히 촉구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민준 kmj6339@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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